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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 CF의 9월 소식은 유독 무겁습니다. 9월 중순에는 코르베란 감독과 축구 부문 CEO가 함께 물러났고, 라리가 7경기를 치른 지금은 승점 4점으로 20개 팀 중 19위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구단 재무 쪽에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뉴스가 쏟아집니다. 2026-27시즌을 끝으로 떠나는 홈구장 메스타야(Mestalla)의 땅을 사겠다는 개발사들이 1억 5천만 유로 안팎의 구속력 없는 입찰가를 써냈다는 소식입니다.
성적은 바닥인데 구장 부지는 큰 거래를 앞두고 있는 이 어긋남이 궁금해서, 이번 글에서는 발렌시아의 마지막 메스타야 시즌을 마케팅 관점에서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 구장은 지난 9월 5일 글(‘마지막 시즌과 7만석 새 구장 이름값 협상’)에서 이미 다뤘습니다. 그 글에는 관중·시즌권 구조, 스폰서와 광고, 재무와 새 구장 자금 조달, 네이밍라이츠 협상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채 안 돼 다시 쓰는 이유는, 그 글이 다루지 못한 사정이 세 가지 생겼기 때문입니다. 첫째, 옛 구장 부지 매각이 구속력 없는 입찰가가 오가는 단계로 들어갔습니다.
둘째, 9월 중순 감독과 축구 부문 CEO가 물러났고 9월 22일 새 감독이 선임됐습니다. 셋째, 새 구장의 프리미엄 상품 세 종류가 완판됐고 9월 16일에는 신상품이 나왔습니다.
이번 글은 이 세 가지에 더해 새 구장이 16년 동안 멈춰 있었던 배경, 직관 정보, 팀 현황을 다룹니다. 반대로 앞선 글에서 다룬 관중 수치, 시즌권 할인, 스폰서 개요, 자금 조달 구조는 다시 풀어 쓰지 않았으니 필요하시면 그 글을 함께 보시길 권합니다.
메스타야라는 이름은 10~11세기 무어인 시대에 만들어진 관개수로에서 왔습니다. 예전에는 이 수로가 남쪽 스탠드 바깥을 흘러 경기장에 들어가려면 수로를 뛰어넘어야 했다고 위키백과는 전합니다.
이 구장에서는 1982년 월드컵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경기도 열렸습니다.

사진 출처: slayer from Hsin Chu, Taiwan · Wikimedia Commons · CC BY 2.0 · 2008년 12월 촬영, 관중 출입구(보미토리)에서 바라본 메스타야
16년 멈춰 서 있던 콘크리트 뼈대 — ‘유령 구장’이 된 노우 메스타야
새 구장 노우 메스타야(Nou Mestalla) 이야기는 2007년 8월 1일 착공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래는 2009년 개장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은행 위기가 오면서 구단 부채가 5억 5천만 유로 안팎까지 불어났고, 2009년 2월 공사가 멈췄습니다.
그때까지 1억 유로가량이 들어간 공사가 남긴 것은 외장재 없는 콘크리트 골조뿐이었고, 영어권 매체들은 이 구조물에 ‘유령 구장(ghost stadium)’이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이후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새 계획이 여러 번 발표됐지만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사진 출처: Ravave · Wikimedia Commons · CC BY-SA 3.0 · 2013년 3월 18일 촬영, 공사가 멈춘 노우 메스타야의 골조
공사는 2025년 1월 10일에야 16년 만에 재개됐고, 구단은 2027년 7월 11일 완공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최근 진행 상황은 꽤 구체적입니다. 9월 4일 구단은 지붕 주 구조물을 들어 올리는 ‘빅 리프트’에 들어갔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압축 링(지붕 가장자리를 둥글게 잡아주는 고리 모양 구조물)에 설치한 유압 잭으로 지붕 전체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식이고 작업은 앞으로 몇 주에 걸쳐 이어집니다.
그 뒤에는 보조 지붕 구조와 바깥 막 설치가 남아 있습니다.
발렌시아는 어떤 팀인가 — 챔피언스리그 결승 2연속 진출, 지금은 강등권
발렌시아는 1919년 3월 18일 창단했고 라리가 우승 6회(가장 최근은 2003-04시즌), 코파 델 레이 8회를 기록했습니다.
2000년과 2001년에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연달아 올랐지만 레알 마드리드에 0-3, 바이에른 뮌헨에 승부차기로 졌습니다. 2014년 싱가포르 억만장자 피터 림이 지분 70.4%를 인수한 뒤로는 부채와 잦은 감독 교체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 9위로 마친 뒤 유럽 대항전 없이 시작했습니다. 개막 후 다섯 경기에서 승점 1점에 그치자 9월 중순 코르베란 감독과 론 걸레이 축구 부문 CEO를 포함한 스포츠 부문 인사가 한꺼번에 물러났고, 오사수나에 29만 유로를 내고 데려온 브라울리오 바스케스가 스포츠 디렉터를 맡았습니다.
이어 9월 22일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선임이 발표됐습니다. 멕시코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을 치른 직후 온 감독으로, 2026-27시즌 종료까지 계약하고 1년 연장 옵션이 붙었다고 합니다.
9월 30일 라리가 공식 순위표에서 발렌시아는 7경기 1승 1무 5패, 승점 4점으로 19위입니다.
발렌시아 직관 전에 알아둘 것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5호선 아라곤(Aragón)역이고 버스는 10번, 98번, C3번이 다닙니다. 현지 관람 가이드는 주변이 주택가라 주차가 어려우니 차를 가져가지 말라고 하고, 보안 검색을 거쳐 가파른 관중석에 오르려면 킥오프 60~75분 전에 도착하라고 권합니다.
시내 중심에서는 튜리아 정원을 가로질러 걸어서 20~25분 거리라는 후기도 있습니다. 표는 구단 공식 채널에서만 사는 것이 안전하고, 중립 관중이라면 골대 뒤보다 측면 스탠드가 낫다는 조언이 많습니다.
다만 이번 시즌은 사정이 다릅니다. 시즌권 갱신이 대부분이어서 일반 판매분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아래 관중과 티켓 참고).
신규 가입은 응원석(16~30세) 200석 안팎에만 열렸습니다. 구장 투어(Mestalla Forever Tour)는 경기일에는 오전에만 운영됩니다.
현지의 한 스포츠 여행 블로거는 킥오프 전 본부석 앞에서 악단이 연주하고, 도착하는 선수단 버스를 팬들이 환호로 맞는 풍경을 적었습니다. 표가 없어도 즐길 수 있는 경기 전 의식인 셈입니다.
이 후기를 읽으며 마케터로서 든 생각은, 이런 입장 전 콘텐츠가 대부분 구장 밖 도로와 광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새 구장이 프리미엄 시설을 구장 안에 촘촘히 채울수록 이 무료 의식이 어디서 이어질지가 상업적으로도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수단 버스가 들어서는 장면은 아래 2013년 사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Dorieo (Jerónimo Roure Pérez)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 2013년 9월 발렌시아-바르셀로나전을 앞둔 메스타야 외관
관중과 티켓
이번 시즌 시즌권 갱신률이 99.5%에 이른다는 보도가 8월에 나왔고, 신규 가입은 사실상 닫혀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다룬 시즌권 동결 아래에서, 이번에 새로 확인한 것은 일반 판매 쪽입니다. 일반 판매 가격은 약 15% 올렸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충성 고객은 묶어두고 남는 좌석의 가격으로 수익을 조정하는 정석적인 방식입니다.
구장 수용 한계가 곧 수익의 한계였다는 점은 2024-25시즌 수치에서 드러납니다. 경기일 수입(입장권과 시즌권)은 2,640만 유로에 그쳤고, 프리미엄석은 전체 1,000석에 못 미쳤으며 경기당 판매분은 500석 안팎이었습니다(앞선 글의 ‘500석 미만’은 이 경기당 판매분을 가리킵니다).
앞선 글에서 소개한 새 구장 프리미엄 계획 가운데 메디테라니안 스위트, 스위트, 로지 세 상품은 이미 완판됐고, 계약 조건은 최소 4석에 최소 6시즌입니다.
9월 16일에는 시즌 2,150유로(부가세 별도)부터 시작하는 브론스 클럽이 나왔습니다. 1,000㎡ 넘는 전용 테라스와 음식·음료 서비스가 포함되고 좌석은 동쪽 측면입니다.
상위 상품이 다 팔린 뒤 가격대를 낮춘 라인업을 추가하는 순서입니다.
시설 기획·컨설팅사 레전즈(Legends)가 산정한 새 구장의 연 수입 전망은 8,100만 유로이고, 그중 시즌권과 일반 입장권이 3,640만 유로, 프리미엄석이 2,460만 유로입니다.
구단이 내건 목표는 스타디움 직접 수입 3배인데, 두 숫자를 단순 비교하면 2,640만 유로에서 8,100만 유로로 세 배를 조금 넘습니다. 신구장 개장 1년 전에 프리미엄이 먼저 팔리는 선판매 구조는 공사 재원 측면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네이밍라이츠와 스폰서 — TM 그룹, 그리고 아직 이름 없는 새 구장
새 구장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앞선 글에서 다룬 엘리베이트(Elevate) 협상은 제가 확인한 9월 30일 시점까지 발표된 계약이 없습니다.
새로 확인된 것은 방식입니다. 스폰서 이름을 메스타야라는 이름과 함께 쓰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름 붙일 상대를 1년 넘게 찾는 동안 새 구장의 다른 상업 상품이 먼저 팔려 나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앞선 글에서 소개한 유니폼 메인 스폰서 TM 그루포 인모빌리아리오(TM Grupo Inmobiliario)는 이번엔 다른 자리에서 이름이 나왔습니다. 메스타야 부지 입찰 후보로도 거론된 것입니다.
스타디움DB와 엘 데스마르케가 후보 명단에 이 회사를 올렸고, 최종 후보 세 곳(프리콘사(Pryconsa)-아티틀란(Atitlan), 네이노르(Neinor), 아르히스(Argis)-베르톨린(Bertolín))을 꼽은 다른 보도에는 빠져 있습니다.
후보에 남았는지와 무관하게, 메인 스폰서가 구단 자산의 잠재 매수자로 동시에 거론되는 구도는 스폰서십 계약서의 이해관계 조항이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옛 구장 부지 매각과 구단 재정
메스타야를 팔려는 시도는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첫 시도는 새 구장 착공 무렵, 두 번째는 2019년이었고, 2019년에는 ADU 메디테라네오가 1억 4천만 유로를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2025년 10월 구단은 부동산 컨설팅사 CBRE에 세 번째 매각을 맡겼습니다. 메스타야는 2025년 기준 102년 된 구장으로 스페인 프로축구 구장 중 엘 몰리논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됐습니다.
팔린 뒤에는 철거되고 주거·상업 건물이 들어섭니다.
9월 들어 입찰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스타디움DB는 30곳가량이 관심을 보였고 구속력 없는 제안이 1억 2천만~1억 5천만 유로, 일부는 1억 5천만 유로를 조금 넘는다고 전했고, 엘 에스파뇰은 외국계 펀드들이 앞서 있고 제안가가 1억 5천만~1억 7천만 유로라고 보도했습니다.
매체마다 범위가 다른 만큼 구단이 공식 발표한 금액이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부지 면적도 7만 5천㎡(엘디아리오)에서 9만㎡(스타디움DB)까지 다르게 적힙니다.
건축 허용 면적은 10만~12만㎡, 주택은 400~500가구, 29층 107.7m 타워 계획이 포함되고 사회주택은 없습니다. 매각 마감 시점은 10월이라는 전망과 연내라는 전망이 갈리고, 구단은 10월 27일까지 도시개발 계획안을 제출해야 합니다.
이 돈이 필요한 이유는 부채입니다. 복스 포풀리(Vozpópuli)는 알려진 부채가 2024-25시즌 기준 약 5억 3천만 유로라고 전했고, 피터 림이 개인 대여금 3,500만 유로를 자본으로 전환해 지분을 92% 넘게 끌어올리는 동시에 부지 매각 대금 1억 5천만~1억 6,500만 유로가 들어오면 합쳐서 2억 유로 이상 부채가 줄어드는 시나리오를 내놓았습니다.
같은 매체는 새 구장이 문을 연 뒤인 2027-28시즌에 림이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거론했는데,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전망입니다.
앞선 글에서 짚은 대로 매각 대금은 새 구장 금융 상환에 쓰이는데, 이번 보도들은 골드만삭스 채무 상환과 재정 규정(FFP) 충족 필요성까지 거론합니다. 결국 새 구장을 짓는 돈을 옛 구장을 팔아 마련하는 구조이고, 그래서 두 구장이 한 시즌 동안 겹쳐 있는 지금이 가장 민감한 시기입니다.
메스타야의 마지막 시즌을 어떻게 팔고 있나
메스타야는 104년 동안 3,000경기 넘게 치렀고 라리가 경기만 1,503경기를 열었습니다. 이번 시즌 마지막 정규리그 홈경기는 2027년 5월 16일 37라운드 엘체전이고, 현지 매체는 구단과 팬이 이 시즌을 작별의 시즌으로 부르고 있다고 전합니다.
시즌권 가격 동결과 99.5% 갱신은 이 정서가 상업 성과로 이어진 결과로 보입니다. 마지막이라는 이유로 시즌권 값을 올리는 대신 4만 명을 그대로 붙잡는 쪽을 택한 셈입니다.
또 한 가지 지켜볼 대목은 동선입니다. 옛 구장은 시내 중심에서 걸어서 20~25분 거리인데, 새 구장은 옛 공장 부지가 있던 베니칼랍 지역에 세워집니다.
KBO와 비교해 보면
앞선 글에서는 국내 구장 대부분이 지자체 소유라는 점을 짚었는데, 이번 사례는 그 소유 구조가 ‘자산 매각’이라는 선택지를 어떻게 갈라놓는지를 보여줍니다.
발렌시아 방식은 구단이 구장 소유주라서 가능한 선택이고, 잠실야구장은 서울시 시설을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고 LG와 두산이 2000년 1월 1일부터 위탁 운영하는 구조이고, 2025년 이용객은 306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구조에서 구단이 옛 구장 부지를 팔아 새 구장 재원을 마련하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없습니다. 위탁 운영 구단이 만들 수 있는 수익은 입장, 광고, 상품 같은 운영 수익에 한정됩니다.
장단이 분명합니다. 소유주 구단은 발렌시아처럼 자산을 팔아 재원을 만들 수 있지만, 16년 동안 공사를 멈춘 채 버티는 위험도 스스로 집니다.
위탁 운영 구단에는 처음부터 자산을 처분할 권한이 없습니다.
어느 쪽이 낫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발렌시아가 지금 하려는 일이 구장을 짓는 게 아니라 구장이라는 자산을 다른 자산으로 바꾸는 재무 작업이라는 점은 국내 구단에서도 참고할 만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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