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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80만 유로 남짓. 셀타 비고가 홈구장 주인인 비고 시청에 내기로 한 사용료의 출발선이고, 계약 기간은 무려 50년입니다.
구장 소식이라고 하면 저는 신축 계획이나 네이밍라이츠(시설에 기업 이름을 붙이는 권리) 금액부터 찾아보는 편인데, 이번 셀타 소식은 건물을 누가 소유하고 그 안에서 누가 돈을 버느냐를 다시 정리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현직 마케터로서 이 구조가 궁금해 구단 공식 발표와 현지 보도, 구장 방문 가이드를 찾아 순서대로 맞춰봤습니다. 구장 이름은 2018년부터 ABANCA를 앞에 붙여 부르지만, 이 글에서는 간단히 발라이도스라고 쓰겠습니다.

사진: Estevoaei · 출처: Wikimedia Commons · 라이선스: CC BY-SA 4.0 · 2024년 1월 3일 촬영, 야간 경기에서 셀타 머플러를 들어 올린 팬과 관중석으로 가득 찬 ABANCA 발라이도스
트램 노선에 밀려난 셀타와 1928년 12월 30일의 발라이도스
발라이도스는 셀타가 원하던 이사가 아니었습니다. 라리가의 구장 역사 소개에 따르면 셀타가 창단 때부터 쓰던 코이아(Coia) 구장은 비고에 새로 놓일 트램 노선 때문에 철거될 예정이었고, 그 대안으로 지은 것이 지금의 발라이도스입니다.
같은 소개 글은 구장 이름이 개암나무가 많은 땅이라는 뜻의 옛 지명 abeladíos에서 왔다고 설명하는데, 이 어원은 해당 소개 글 하나에서만 확인한 내용이라 참고로만 적어둡니다.
개장일은 1928년 12월 30일이며, 첫 경기에서 셀타가 레알 우니온 데 이룬을 7-0으로 이긴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라리가의 다른 기사에는 6-0이라고 돼 있지만, 역사 소개와 영문 위키백과는 7-0이라 7-0을 따랐습니다.
구단 자체의 출발도 흥미롭습니다. 영문 위키백과는 셀타가 1923년 8월 23일 레알 비고 스포팅과 레알 포르투나, 두 클럽이 합쳐지며 태어났다고 설명합니다.
그 합병을 이끈 중심인물로 스포츠 기자 마누엘 데 카스트로, 별칭 한디캡(Hándicap)이 꼽히는데, 그의 위키백과 항목은 1915년의 첫 시도가 무산된 뒤 1923년에 두 클럽의 합의를 끌어냈다고 적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위키미디어 커먼즈에 올라온 1928년경의 사진으로, 파일 제목 기준으로는 아직 건물이 올라가기 전의 발라이도스 부지에서 한디캡이 동료들과 도면을 펼쳐 놓은 장면입니다(왼쪽에서 두 번째). 마케터 눈으로 보면, 두 팬덤을 한 팀으로 묶어 도시 전체의 응원 대상을 만든 것이 이 구단의 첫 번째 브랜딩 작업이었던 셈입니다.

사진: 작자 미상 · 출처: Wikimedia Commons(원 출처 Moiceleste.com 표기) · 라이선스: 퍼블릭 도메인 · 1928년경 촬영, 오래된 사진
셀타 비고는 어떤 팀인가
셀타의 지금 상징색인 하늘색과 흰색은 갈리시아 깃발을 뜻한다고 하고, 초창기 홈 유니폼은 붉은 셔츠에 검은 반바지, 파란 양말이었다고 위키백과는 전합니다.
2025-26시즌은 클라우디오 히랄데스 감독 체제로 라리가 6위(승점 54점, 14승 12무 12패)를 했고, 유로파리그에서는 리그 페이즈 16위로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PAOK(합계 3-1)와 리옹(합계 3-1)을 차례로 꺾은 뒤 8강에서 프라이부르크에 합계 1-6으로 졌습니다(시즌 문서 기준).
보르하 이글레시아스가 리그 14골, 전 대회 18골로 팀 내 득점 1위였습니다. 덕분에 2026-27시즌에도 유로파리그에 다시 나서게 됐다고 구단은 유니폼 컬렉션 발표문에서 밝혔습니다.
이 글을 쓰는 10월 8일에 확인한 라리가 공식 순위표에서는 7경기 7점으로 14위입니다.
같은 발표문에서 먼저 보이는 건 사진 속 유니폼입니다. 하늘색 홈과 남색 어웨이 유니폼 앞면 한가운데에 에스트레야 갈리시아 0,0(무알코올) 로고가 큼직하게 박혀 있고, 구단은 이 갈리시아 맥주 브랜드와 15년 넘게 함께해 왔다고 밝혔습니다(계약 기간과 금액은 비공개).
유니폼 앞면은 갈리시아 맥주가, 구장 이름은 갈리시아 금융사 ABANCA가 차지한 구조라서, 지역 기업 두 곳이 구단의 얼굴을 나눠 쓰는 전형적인 지역 밀착형 모델로 읽힙니다.

사진: RC 셀타 공식 홍보 이미지 · 출처: rccelta.es · 2026년 7월 1일 공개, 2026-27시즌 홈·어웨이 유니폼
방문객 입장에서 알아둘 점은 영어권 구장 가이드에 정리돼 있습니다. 가장 열성적인 홈 팬은 골대 뒤편 그라다 데 골(Grada Gol)에 앉고 셀타라스(Celtarras)라는 열성 서포터 그룹이 노래를 이끈다고 합니다.
경기가 매진되는 일이 드물어 당일 현장 구매도 보통 가능하고 가격대는 상단 기준 약 20유로부터 VIP 박스 약 110유로까지라고 합니다. 구장은 걸어가기엔 멀고 주차 공간이 매우 제한적이라 버스나 택시를 권한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다만 그라다 데 골은 지금 재건축 중이라 이 구역의 좌석 사정은 방문 전에 구단 안내를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관중과 티켓: 공사 중에도 좌석을 파는 방법
2024-25시즌 1~18라운드 기준으로 발라이도스는 직전 시즌 같은 기간보다 관중이 28.4% 늘어 1부 리그 구장 중 증가율 1위였고, 리그 전체 증가율은 10.9%였습니다(현지 매체 보도이며 평균 관중 수는 기사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구단은 마지막 남은 낡은 스탠드인 그라다 데 골의 재건축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2025년 5월 7일 보도는 구단이 그라다 데 골 재건축 때문에 다음 시즌 평소보다 4,080석을 덜 운영한다고 안내하며 신규 시즌권 대기명단을 열었고, 새로 가입할 수 있는 자리는 매우 적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재건축이 끝나면 이 스탠드에서 2,400석이 늘고, 회원증(카르네 셀티스타)은 유형에 따라 30~80유로, 10유로 상품권이 포함됩니다.
공사 일정과 수용 인원은 보도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엘 에스파뇰의 6월 5일 보도는 6월 15일부터 그라다 데 골 아래쪽 첫 다섯 줄에 좌석 792석을 설치하고 완공 목표를 2027년 초로 전한 반면, 8월 보도는 새 시즌 개막에 맞춰 영구 좌석 791석이 설치됐고 연내 재개장 예정이라고 썼습니다.
구장 수용 인원도 22,900명(스타디움DB, 4월)과 24,870명(위키백과), 31,800명(구장 가이드)으로 자료마다 달라 이 글에서는 하나의 숫자로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마케터 입장에서는 평소 현장 구매가 가능한 구장이 공사 시즌에는 신규 가입을 막고 대기명단으로 수요를 조절한다는 대비가 묘하게 읽혔습니다. 좌석이 줄어드는 시기에 파는 사람이 정할 수 있는 건 가격보다 누구에게 먼저 파느냐였던 셈입니다.
구장 소유와 임대 구조: 연 80만 유로, 50년 계약
발라이도스의 소유주는 비고 시청이고 셀타가 이를 운영합니다. 구단 공식 발표를 보면 2026년 4월 마리안 무리뇨 구단 회장과 카바예로 비고 시장이 새 사용 계약 절차를 공식화했습니다.
기간은 초기 50년에 최장 75년까지 연장 가능하고, 기존 계약은 2034년 만료 예정이었습니다. 시장은 한 달 안에 이의가 없으면 자동 확정된다고 설명했으며, 구단 회장은 새로운 세대도 발라이도스에서 셀타를 계속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푸트볼 그라운드 가이드의 9월 8일 보도는 경제·행정 조항에 이의 없이 최종 승인됐다고 전합니다.
돈 얘기는 스타디움DB가 정리했습니다. 사용료는 첫해 연 802,837유로로 시작해 매년 2%씩 오르고, 2076년에는 220만 유로에 가깝고 2101년에는 350만 유로를 넘습니다(2%씩 50년과 75년을 복리로 계산한 값과 맞습니다).
유로파 등 유럽 대회 진출 여부, 1부 잔류나 강등, 구장 투자, 콘서트 개최 등에 따라 사용료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푸트볼 그라운드 가이드는 같은 금액을 802,800유로로 적어 끝자리 표기만 다릅니다.
푸트볼 그라운드 가이드는 이 계약으로 셀타가 축구 외 행사 개최, 시청각 중계권의 상업화, 구장에 상업 명칭을 붙이는 권리를 갖고 시는 주변 구역에 대한 권리를 유지한다고 정리했습니다.
구장 이름 쪽은 2018년 6월 ABANCA 계약이 첫 네이밍라이츠였습니다. 최소 10년 계약이었고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당시 보도는 새 기업 접객(하스피탈리티) 시설이 연 약 600만 유로의 추가 수입을 낼 것이라는 전망과, 재건 총사업비가 4,000만 유로로 처음 추정치(3,000만 유로 미만)를 넘었다는 내용을 함께 전했습니다.
마케터 시각에서 이번 50년 계약의 핵심은 사용료 자체보다 구단이 구장의 이름과 중계 콘텐츠, 행사 수익을 한 묶음으로 장기 계획에 넣을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성적에 따라 사용료가 오르내릴 수 있게 설계한 대목도 시와 구단이 위험을 나눠 갖겠다는 구조로 보입니다.
구장 투어와 F&B: 박물관이 먼저 돈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셀타는 구단 발표에서 2025-26시즌 첫 해 구장 체험 프로그램(셀티스타 에어리어) 참가자가 1만 명을 넘었고 그중 약 60%가 ABANCA 발라이도스 투어였다고 밝혔습니다.
야간 투어, 레전드와 함께하는 투어, 유럽 경기 전 투어를 합친 스페셜 투어는 1,100명 이상, 경기일 체험(기수 입장, 에스코트 키즈, 경기 전 투어, 그라운드 승부차기 등)은 2,000명 가까이, 학교 프로그램은 약 1,000명이 참여했습니다. 이 수치는 구단이 직접 집계해 발표한 것입니다.
먹고 마시는 쪽은 외부 전문 업체와 손잡았습니다. 2026년 8월 발표를 보면 셀타는 오크 뷰 그룹(OVG)의 하스피탈리티 사업부를 파트너로 골라 구장의 식음료와 접객 사업을 바꾸기로 했고, 이는 OVG 하스피탈리티의 스페인 첫 프로젝트입니다.
계약 기간과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구단의 스포츠 훈련단지 프로젝트(셀타360)로 협력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박물관과 투어로 평일 방문객을 만들고 식음료로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식은 사진 속 구단 박물관 외관이 상징하듯, 경기가 없는 날에도 구장이 돈을 벌게 하려는 설계로 읽힙니다.

사진: Rion Tools · 출처: Wikimedia Commons · 라이선스: CC BY-SA 4.0 · 2019년 6월 2일 촬영, 구단 박물관 간판이 걸린 발라이도스 외관
월드컵 2030 후보지, 아직 열려 있는 문
비고는 2030 월드컵 개최지로 이름을 올리려 애써 왔지만 순탄치 않았습니다. 2024년 7월 현지 보도는 스페인이 FIFA에 낼 11개 경기장 목록에 발라이도스가 빠졌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2026년 3월 26일 보도는 스페인축구연맹(RFEF)이 FIFA에 비고를 포함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고, 2026년 1월 스타디움DB는 시가 메인 스탠드(트리부나)를 약 5,500석에서 16,000석으로 키워 그라다 데 골과 합쳐 약 43,000석 규모를 만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고 전했습니다.
세 기관(비고 시, 갈리시아 자치정부, 폰테베드라 도의회)이 비용을 3분의 1씩 나눠야 한다는 것이 카바예로 시장의 입장이지만 야당은 설계·일정·사업비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가장 최근 소식은 9월 30일 EFE 보도입니다. RFEF의 루산 회장이 발렌시아와 비고가 스페인 11개 경기장 목록의 나머지 자리를 채울 수 있다고 말했고, 시장은 이를 환영했습니다.
루산 회장은 FIFA 최소 수용 인원을 41,000명으로 언급했는데, 3월 보도의 43,000명과 차이가 있습니다. 1단계 증축이 끝나면 약 30,000명 이상이고 나머지 11,000명 이상을 늘리는 2단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10월 12일 현재 FIFA의 최종 확정 소식은 찾지 못했습니다. 스타디움DB는 시가 이 증축이 월드컵뿐 아니라 콘서트 같은 대형 행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고 전했습니다.
위키백과에 오른 이 구장의 공연 이력(1990년 마돈나, 1998년 롤링 스톤스, 2022년 뮤즈 등)을 보면 행사 수익이라는 선택지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만 2023년 건즈 앤 로지스 공연 뒤 잔디를 약 100만 유로를 들여 교체했다는 푸트볼 그라운드 가이드 보도도 있어, 행사 수익에는 그라운드 관리 비용이 따라붙는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고척스카이돔과 비교해 보면
서울 고척스카이돔도 시 소유 구장을 구단이 쓰는 구조입니다. 서울신문 보도(2024년 11월 28일)를 보면 고척돔의 광고는 키움 히어로즈가 직접 운영하며 수의계약(경쟁입찰 없이 맺는 계약)으로 맺어졌고, 서울시 2025년 예산안에 잡힌 광고시설 사용료는 약 30억 원입니다.
같은 기사에서 시의원은 고척돔의 광고 매출이 잠실의 약 4분의 1 수준이라고 지적했고, 잠실은 2025년 광고 사용료가 약 93억 원이며 경쟁입찰로 업체를 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장 10년째인 2024년에도 서울시 예산 135억 원이 고척돔에 들어갔다는 점도 함께 거론됐습니다.
2025년 12월 28일 twig24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상암월드컵경기장과 고척스카이돔부터 네이밍라이츠 판매를 추진하고, 가치 평가 용역(2026년 예산 1억 원)을 거쳐 고척돔은 키움에 먼저 제안한 뒤 안 되면 다른 기업에 판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발라이도스는 구단이 기본 사용료(연 약 80만 유로, 매년 2% 상승, 일부 조건에 따라 변동)를 내는 대신 장기 계약 안에서 상업 명칭과 중계 콘텐츠를 다룰 권리를 쥐는 구조이고, 고척돔은 광고 사용료와 네이밍라이츠를 시가 정리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두 구조가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구단이 수십 년 단위의 계획을 세울 수 있느냐는 점에서 출발선이 다르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발라이도스를 이번에 정리하며 새삼 느낀 건, 이름이 바뀌어도 오래 남는 건 계약서의 기간이라는 점입니다. ABANCA의 이름은 10년 단위로 오가겠지만 셀타는 2076년 이후까지 그 자리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월드컵이든 유로파리그든, 그 50년이 어떤 경기와 어떤 관람객으로 채워질지는 앞으로 구단이 풀어갈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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