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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FC 라몬 산체스-피스후안 스타디움

라몬 산체스-피스후안 스타디움 후기 — 강등 사투 속 2억 2,100만 유로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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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운영자가 직접 쓰는 프로스포츠 마케팅 인사이트2026-08-05 · 조회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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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라리가 최종 순위표를 확인하다가 눈길이 멈춘 대목이 있었습니다.

세비야 FC가 시즌 내내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결국 13위로 마무리하며 25시즌 연속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이 구단이 2억 2,100만 유로(현재 환율로 약 3,650억 원) 규모의 새 구장 건설 계획에 시청 승인까지 받았다는 기사가 함께 눈에 들어왔습니다.

성적표는 벼랑 끝인데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오히려 속도를 내는 모습이 마케터 입장에서 선뜻 납득이 가지 않아서, 자료를 좀 더 파보기로 했습니다.

UEFA챔피언스리그는 단연 레알마드리드가 있다면 UEFA 유로파리그에는 단연 세비야 FC가 있다는걸 아셨나요?

세비야는 UEFA 유로파리그에서 7번 결승에 올라 7번 모두 우승한, 이 대회 역사상 최다 우승 구단입니다(2006~2023년). 트로피 캐비닛만 보면 유럽 정상급인데, 정작 살림살이는 정반대였습니다.

세비야 FC 유로파리그 최다 우승 기록 소개 페이지 캡처, 나무위키/sevillafc.es

출처: 나무위키 sevillafc.es 구단 소개 페이지 캡처

2024~25 회계연도에 5,000만 유로가 넘는 손실을 냈고, 2025~26 시즌에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구단은 이번 시즌 손실을 약 300만 유로 수준까지 줄이고 2026~27 시즌에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겠다는 회복 계획을 내놨는데, 공교롭게도 바로 이 시점에 새 구장 프로젝트를 나란히 밀어붙이고 있는 겁니다.

성적 부진과 재정 압박이 겹친 와중에도 시설 투자를 미루지 않는 이유를, 마케팅 요소별로 하나씩 뜯어봤습니다.

세비야 FC 라몬 산체스-피스후안 구장 소개 페이지 캡처, sevillafc.es

출처: sevillafc.es 구단 홈페이지 ‘라몬 산체스-피스후안’ 소개 페이지 캡처

팬과 관중

현재 홈구장인 라몬 산체스-피스후안은 42,714석 규모입니다.

2024~25 시즌 라리가 홈경기 19경기 누적 관중은 67만 5,898명, 평균 3만 5,574명으로, 좌석 대비 약 83%를 채운 셈입니다.

유럽대항전이 열리는 밤에는 만원을 이루면서도 평범한 리그 주중 경기에는 다소 여유가 있는, 스페인 중상위권 구단의 전형적인 관중 패턴입니다.

시즌권 가격은 3년째 동결 상태로, 가장 저렴한 골 노르테·골 수르 구역 기준 갱신 회원은 335유로(약 55만 원), 신규 가입자는 460유로(약 76만 원) 선입니다.

직관 후기를 몇 개 찾아 읽어봤는데,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현지의 한 축구장 리뷰 블로거는 이 구장의 콘코스(관중석 뒤편 통행·매점 공간)를 두고 “평범한 버스터미널 수준”이라고 표현할 만큼 시설이 기본에 머물러 있고, 좌석에는 등받이가 없어 골이 터지는 순간 자칫 넘어질 수도 있다고 적었습니다.

매점 음식 종류도 구장 규모에 비해 다양하지 않다는 평가였고요. 그런데 같은 후기에서 유럽대항전이 열리는 밤이면 관중 전체가 한 몸처럼 뛰어오르는 분위기만큼은 유럽 최고 수준이라고도 했습니다.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이게 딱 딜레마입니다.

콘코스와 좌석을 현대적으로 손보는 순간 지금의 날것 그대로의 응원 문화가 옅어질 위험이 있는데, 세비야는 새 구장 설계에서 지붕을 완전히 덮어 관중석을 다시 짓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편의성은 높이되 함성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지붕으로 가두는 절충안을 고른 셈인데, 실제로 이 균형이 맞아떨어질지는 완공 후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세비야 FC 신축 구장(누에보 라몬 산체스-피스후안) 프로젝트 소개 기사 캡처, sevillafc.es

출처: sevillafc.es 새 구장(Nuevo Ramón Sánchez-Pizjuán) 프로젝트 소개 기사 캡처

유니폼 스폰서십

유니폼 스폰서 구성도 최근 크게 바뀌었습니다.

가슴 메인 스폰서는 에어컨·생활가전 기업 미디어(Midea)가 2025~26 시즌까지 맡고 있고, 용품 스폰서는 그동안의 캐스토어(Castore) 대신 아디다스가 2025~26 시즌부터 2034~35 시즌까지 10년 계약으로 새로 들어왔습니다.

계약 규모는 연간 350만 유로, 10년 총액 3,500만 유로이고, 여기에 메이저 대회 우승 시 100만 유로 보너스, 챔피언스리그 진출 시즌마다 매년 150만 유로가 추가되는 성과 연동 조항도 붙어 있습니다.

라리가 클럽 중 다섯 번째로 큰 규모의 용품 계약이라고 하니, 유로파리그 최다 우승이라는 성적표가 스폰서 협상력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입니다.

세비야 FC 26/27시즌 홈 유니폼 소개 페이지 캡처, 온라인스토어

출처: en.shop.sevillafc.es 공식 온라인스토어 26/27 홈 유니폼 소개 페이지 캡처

새 구장의 수익 구조

새 구장 사업계획서에 담긴 수익 추정치를 보면 광고 인벤토리(경기장 내 브랜드 노출 공간) 항목이 특히 흥미롭습니다.

구단이 2023년 실적을 기준으로 잡은 자료에 따르면 광고 수익은 현재 1,650만 유로에서 새 구장 완공 후 2,750만 유로로 약 67%(1,100만 유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됩니다.

VIP 라운지·이벤트 공간이 새로 생기면서 매치데이 호스피탤리티 수익만 따로 봐도 144만 유로에서 600만 유로로 4배 넘게 뛸 것으로 잡고 있고요.

반면 티켓·시즌권 수익은 1,510만 유로에서 1,932만 유로로 늘어나는 정도인데, 이 격차를 보면 좌석 수를 42,714석에서 약 5만 5,000석으로 늘리는 것보다 늘어난 관중석과 새로 생기는 상업 공간을 얼마나 촘촘하게 광고·호스피탤리티 상품으로 쪼개 파느냐가 이번 프로젝트의 진짜 승부처라는 걸 구단도 알고 설계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업계획서 전체로 보면 연간 매출이 1,800만 유로(60%)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는데, 투자 회수 기간은 착공 시점 기준 15년, 운영 개시 시점 기준으로는 13년으로 잡혀 있습니다.

중계권

중계권 쪽은 라리가 특유의 중앙 분배 구조를 알아두면 이해가 쉽습니다.

라리가는 매 시즌 TV 중계 수익의 절반을 20개 구단에 균등 배분하고, 나머지 절반은 최근 5년 성적(25%)과 티켓 판매·시청률 같은 상업적 흥행력(25%)에 따라 차등 배분합니다.

2025~26 시즌 기준 균등 배분금만 구단당 3,500만 유로이고 최하위 구단도 4,100만 유로 안팎을 받는 구조라, 시즌 내내 강등 사투를 벌인 세비야도 중계권만으로 상당한 기본 수익을 확보한 셈입니다.

재무 분석 매체 스위스 램블(Swiss Ramble)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세비야의 방송중계 관련 수익(리그 분배금과 대회 상금 포함)은 2022~23 회계연도에 1억 6,390만 유로로 전년보다 14% 늘며 구단 매출 성장을 이끈 항목이었습니다. 성적이 흔들려도 이 정도 기본 수익이 받쳐주기 때문에 대형 인프라 투자를 감행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기도 합니다.

세비야 FC 라몬 산체스-피스후안 구장 소개 페이지 캡처, sevillafc.es

출처: sevillafc.es 구단 홈페이지 ‘라몬 산체스-피스후안’ 소개 페이지 캡처

지역 개발과 도시 전략

새 구장은 단순 리모델링이 아니라 네르비온 지구 전체를 바꾸는 도시 개발 프로젝트로도 설계돼 있습니다.

세비야 시청은 경기장 인근에 대형 공공광장을 새로 조성하고, 지금은 관계자 차량이 점유한 지상 주차장을 지하화해 일부를 주민에게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구단도 훈련장 부지 가운데 1만 3,000㎡ 이상을 시에 녹지로 내놓기로 했고요. 착공은 2026~27 시즌이 끝난 뒤로 예정돼 있고, 공사 기간에는 세비야 시가 이미 레알 베티스에 임시 홈으로 내준 라 카르투하 경기장(7만 석, 2025년 확장 완료, 2003년 UEFA컵 결승 개최지)을 함께 써야 합니다.

두 구단의 유럽대항전 일정까지 겹칠 경우 조율이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고, 완공 목표 시점도 2029년 중반으로 이미 한 차례 늦춰진 상태입니다.

세비야 관광산업이 도시 GDP의 18%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 도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 없는 날에도 사람이 모이는 상업·공공 공간으로 구장을 재편하겠다는 방향이 도시 차원의 관광·상권 전략과도 맞물려 있는 셈입니다.

한국과의 접점

공교롭게도 세비야는 한국 축구와 이미 접점이 있습니다.

강원FC가 세비야와 업무협약을 맺고 유소년 선수 정보를 공유하며, 세비야 이노베이션 센터가 운영하는 ‘월드 클럽 얼라이언스 프로그램’을 통해 코칭스태프 워크숍과 경쟁력 강화 자문을 받기로 한 겁니다.

2022년 세비야 구단이 프리시즌 투어로 처음 방한했을 때, 당시 호세 카스트로 회장이 한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가 우리를 위해 세비야 유니폼을 입는다면 큰 영광일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는데, 아직 세비야 1군에서 뛴 한국 선수는 없습니다.

국내 구단에 주는 시사점

성적과 무관하게 인프라에 베팅하는 세비야의 선택은 국내 구단에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국내에서도 신축·리모델링 구장이 잇따르고 있는데, 세비야 사례가 보여주는 건 “지어놓으면 팔린다”는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매치데이 수익(티켓·F&B)보다 비매치데이 수익(호스피탤리티·상업시설·이벤트)의 성장폭을 훨씬 크게 잡고, 그 근거를 사업계획서에 구체적인 수치로 못박아 뒀다는 점입니다.

다만 투자 회수 기간을 15년으로 잡고 있다는 점, 재정 위기와 강등 사투를 겪는 와중에 착공 시점이 이미 한 번 밀렸다는 점은 국내 구단이 비슷한 프로젝트를 검토할 때도 함께 짚어봐야 할 리스크입니다.

실제로 세비야 주주총회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불신이 터져 나왔다고 하니, 성적이 흔들리는 시기의 대형 자본투자는 회수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사회·주주 설득이 어려워진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유로파리그 트로피로 가득한 박물관을 가진 구단이 정작 매 시즌 리그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역설, 그리고 그 역설 속에서도 20년 뒤를 내다보며 상업 공간부터 다시 설계하는 뚝심.

이 두 가지가 한 구단 안에 공존하는 모습이 이번 리서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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