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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행길에 바르셀로나에서 FC바르셀로나 공식 메가스토어를 찾았습니다.
캄프누 인근에 자리한 이 매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구단 공식 스토어로 꼽히는 곳인데, 3개 층에 걸쳐 3천 개가 넘는 상품을 진열해놓았다는 얘기를 듣고도 실제로 들어서기 전까지는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규모와 상품 구성에 완전히 압도당했습니다.

국내 구단의 위탁 판매 시절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의 상품화 사업을 오랫동안 지켜본 입장에서 이 매장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불과 6~7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대부분의 구단은 굿즈 사업을 직접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외부 대행업체에 상품 제작과 판매를 통째로 위탁하고, 구단은 로고와 엠블럼 사용에 대한 라이센스 비용만 받는 구조였습니다.
그마저도 리그를 대표하는 빅마켓 구단조차 연간 라이센스 수익이 7~8억 원 수준에 그쳤던 시절이었으니, 지금 기준으로 보면 격세지감이 드는 규모입니다.
코로나가 흔든 위탁 구조
이 위탁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팬데믹이었습니다.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면서 대행업체들의 매출이 한순간에 급감했고, 구단에 내야 할 라이센스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줄줄이 도산하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위탁이라는 구조 자체가 얼마나 외부 변수에 취약한지를 업계 전체가 뼈아프게 확인한 시기였습니다.

직영 전환과 콜라보의 시대
역설적으로 이 위기가 지나간 뒤 프로스포츠가 다시 활기를 되찾으면서 구단들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위탁 구조에만 기대지 않고 직영 체제로 전환하는 구단이 하나 둘 늘었고,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해외 유명 구단의 상품화 사업 방식을 앞다퉈 벤치마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상품화 사업만으로 연 매출 100억 원을 넘어서는 구단이 나올 정도로 시장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변화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놀랍습니다.

FC바르셀로나 메가스토어가 보여준 격차
그런 변화의 흐름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FC바르셀로나 메가스토어를 보니 여러모로 착잡하면서도 자극이 됐습니다. 유니폼 하나를 사더라도 즉석에서 이름과 등 번호를 새겨주는 프린트 서비스, 층마다 다른 테마로 구성된 상품 진열, 그리고 계산대만 십여 개가 넘게 늘어선 결제 공간까지, 이 모든 게 결국 ‘구단이 직접 판다’는 전제 위에서만 가능한 투자였습니다. 위탁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을 규모의 매장을, 이 구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당연하게 운영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정리하며 — 직접 팔아야 보인다
국내로 돌아와 정리해보니, 이 매장에서 얻은 시사점은 결국 ‘직접 팔아야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위탁 구조 아래에서는 어떤 상품이 왜 팔리는지, 어떤 팬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구단에 남지 않습니다. 국내 구단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직영과 콜라보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도 결국 이 데이터와 수익을 구단이 직접 쥐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다만 아직 매장 규모나 상품 다양성 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는 것도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위탁에서 직영으로 넘어온 지 몇 년 안 됐다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 국내 구단들의 상품화 사업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지 오히려 기대가 되는 방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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