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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이 블로그에서 레스터 시티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한 차례 다뤘습니다.
그때는 킹파워 스타디움의 독특한 네이밍라이츠 구조와 매각 발표 자체에 초점을 맞췄는데, 그 뒤로 한 달 남짓 지나는 동안 매각 절차 자체에 구체적인 진전이 있어서 오늘 다시 레스터 소식을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인수 후보들의 1차 제안서 제출 마감일이 지났고, 실제 원매자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으며, 구단 소유주 측의 공식 성명까지 나왔습니다.
같은 구단을 두 번 다루는 셈이지만, 이번엔 ‘매각 발표’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 한 달 동안 실제로 협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현직 마케터 시각에서 짚어보려는, 의도적인 후속 취재입니다.
매각 절차와 인수전
레스터를 소유한 태국 스리바다나프라바 가문의 킹파워 그룹은 9월 14일을 인수 희망자들의 1차 제안서 제출 시한으로 못박았습니다.
보도를 종합하면 최소 세 개 컨소시엄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는데, 스코틀랜드계 인도인 사업가 닐 랄이 이끄는 ‘바라트 컨소시엄'(투자자 4인이 지분을 25%씩 나눠 갖는 구조)이 가장 먼저 이름을 공개했고, 올여름 더비 카운티 인수가 무산된 사우디의 엔터테인먼트·복싱 프로모터 투르키 알셰이크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매각 주간사인 씨티그룹은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한 것처럼 ‘프로젝트 라인업’이라는 이름으로 매각 안내서를 계속 돌리는 중입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하루 뒤인 9월 15일 나온 구단의 공식 성명입니다.
킹파워가 구단에 빌려준 대출금 850만 파운드(약 163억원)를 지분으로 전환했다는 내용인데,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에서는 매각이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현지 레스터 전문 매체는 이 조치를 시즌 운영 예산을 감안한 통상적인 재무 조치로 해석하며, 실제 매각 협상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오너가 완전히 손을 떼는 매각과 시즌 운영을 계속 뒷받침하면서 새 주인을 찾는 매각은 신호 자체가 다릅니다.
킹파워가 이 시점에도 클럽 운영에 실탄을 대고 있다는 건, 적어도 지금 당장 헐값에 급매하려는 상황은 아니라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출처: Geograph Britain and Ireland (Mat Fascione) · CC BY-SA 2.0 · 2022년 4월 5일 촬영 —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 전 회장 동상 제막식(4월 4일) 바로 다음날 찍힌 사진으로, 오너 가문에 대한 헌사 배너로 추정됩니다
재무 구조로 본 매각 배경
지난 포스팅에서 레스터의 방송 수익이 3부리그 강등 이후 얼마나 급감했는지는 이미 짚었으니, 이번엔 매각 협상 테이블에 실제로 오른 숫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한 매체 분석에 따르면 레스터의 은행 대출은 1억 360만 파운드(약 1,982억원),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누적 손실은 1억 8천만 파운드(약 3,443억원)를 넘습니다.
반면 매각 대상에 오른 자산, 즉 킹파워 스타디움과 시그레이브 훈련장, 벨기에 자매 구단 OH 뢰번까지는 전부 완전 소유 자산이라는 점도 같은 분석에서 짚였습니다.
‘부채는 크지만 자산은 온전히 소유하고 있다’는 이 구도가, 역설적으로 인수 후보들이 계속 몰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hainwit.) · CC BY-SA 4.0 · 2024년 10월 26일 촬영 — 레스터 구단주 킹파워 그룹의 본업인 태국 면세점 매장
매각가를 둘러싼 밸류에이션 논쟁
매각가를 둘러싼 시각차도 뚜렷합니다.
킹파워 측이 내건 희망가는 2억 파운드 이상(약 3,825억원)인데, 전 선덜랜드 이사 출신으로 축구 클럽 경영에 정통한 찰리 메스벤은 한 팟캐스트에서 킹파워가 실제로는 1억 4천만 파운드(약 2,678억원) 선에서도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 금액조차 구단의 실질 부채와 자산 가치를 감안하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로 덧붙였습니다.
현직 마케터로서 보면 이 매각가 논쟁 자체가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프리미어리그 한 자리는 오직 20개뿐이고 이런 매물 자체가 시장에 잘 나오지 않다 보니, 가격이 전통적인 기업가치 평가 방식보다는 희소성과 매수 대기 수요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여러 분석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시각이었습니다.
3부리그에서도 시즌권 완판 — 팬덤이라는 자산
매각 협상과는 별개로, 팬덤 쪽 숫자는 오히려 흥미로웠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2026-27시즌 성인 일반석 시즌권 가격이 404파운드로 동결됐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구단 공식 발표를 다시 확인해보니 이번 시즌 시즌권 23,500장 전량이 이미 매진된 상태였습니다.
3부리그로 떨어진 구단의 시즌권이 완판됐다는 사실은, 성적이나 리그 등급과 무관하게 유지되는 팬덤의 힘을 숫자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해외 축구 구장 리뷰 사이트들에 쌓인 평가를 봐도, 리그 등급과 무관하게 시설 자체에 대한 평판은 꾸준히 후한 편이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Thomas Dahlstrøm Nielsen) · CC BY-SA 4.0 · 킹파워 스타디움 레스터 시티 팬샵 내부

출처: Geograph Britain and Ireland (Elliot Smith) · CC BY-SA 2.0 · 2023년 5월 28일 촬영(프리미어리그 시절)
K리그와 비교해보면
국내에도 강등 이후 팬덤이 꺾이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성남FC가 2016시즌을 끝으로 처음 2부리그(당시 챌린지)로 떨어졌을 때, 당시 보도를 보면 2017년 1월 기준 시즌권 판매 속도가 1부리그였던 전년 같은 시기보다 오히려 2배 이상 빨랐습니다.
어린이·가족 단위 판매가 5배 넘게 늘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강등이 반드시 팬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레스터 사례와 결이 닮아 있었습니다.
다만 가장 큰 차이는 구단 자체가 매물로 나온다는 상황입니다.
국내 프로스포츠는 대부분 모기업이 구단을 장기 보유하는 구조라, 이번 레스터처럼 실제 인수 후보들이 경쟁하고 씨티그룹 같은 투자은행이 매각 절차를 주관하는 장면은 낯설게 느껴집니다.
매각 협상이 실제로 어떻게 마무리될지, 그리고 새 오너십 아래서도 지금 같은 시즌권 완판 행진이 이어질지는 앞으로 계속 지켜볼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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