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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 전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올드 트래포드 후기 — ‘꿈의 극장’이란 별명 뒤에 남은 뮌헨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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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운영자가 직접 쓰는 프로스포츠 마케팅 인사이트2026-09-02 · 조회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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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프리미어리그 관련 자료를 훑다가 눈에 걸린 대목이 있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올드 트래포드”라는 이름 석 자를 두고, 구단이 100년 넘게 지켜온 원칙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마케터 입장에서는 그냥 흘려보내기 어려운 뉴스였습니다.

개장 이후 116년 동안 단 한 번도 팔지 않은 구장 이름을, 왜 지금 와서 파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었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미 워낙 유명한 구단이라 새삼 소개가 필요 없을 정도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벌어진 변화는 눈여겨볼 만합니다.

성적은 예전만 못한데 상업 매출은 오히려 늘고 있고, 새 구단주는 축구장 옆에 3.8조 원(20억 파운드)짜리 새 경기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으며,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16년 무명(無名) 전통까지 흔들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세 가지 변화를 중심으로, 현직 마케터 시각에서 올드 트래포드의 숫자들을 짚어보려 합니다.

상공에서 내려다본 올드 트래포드 전경

상공에서 내려다본 올드 트래포드 전경. 출처: Wikimedia Commons(Arne Müseler, CC BY-SA 3.0 DE)

관중과 티켓

올드 트래포드의 공식 수용 인원은 74,158석으로, 잉글랜드 내 클럽 구장 가운데 가장 크고 유럽에서도 11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2025-26시즌 실제 평균 관중은 73,975명으로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사실상 매 경기 좌석의 99.7%가 채워졌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이 구장 자체의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은 맨유 경기가 아니라 1939년 FA컵 준결승(울버햄튼 원더러스 대 그림즈비 타운)에서 나온 7만6,962명으로, 좌석을 전부 없애고 입석으로 채우던 시절의 기록입니다.

티켓 가격은 매년 논란거리입니다.

2025-26시즌 시즌권가격이 전년 대비 5% 인상되면서 팬들의 반발이 있었는데, 가장 비싼 구역인 사우스 스탠드와 노스 스탠드 기준 시즌권 최고가는 1,007파운드(약 189만 원)에 달합니다.

성적 부진 속에서도 티켓 수요 자체는 꺾이지 않는다는 점이 이 구단 상업력의 밑바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간 활용과 관람 경험 — 뮤지엄, 메가스토어, 그리고 낡은 콘코스

올드 트래포드는 경기가 없는 날에도 관광 콘텐츠로 돈을 법니다.

구단 박물관과 스타디움 투어는 맨체스터 시내 관광 명소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인기 코스로 꼽힙니다.

80분짜리 투어는 선수 터널과 양 팀 라커룸, 감독석까지 돌아보는 구성인데, 팬이 아닌 방문객조차 뮌헨 항공기 참사부터 퍼거슨 시대까지 이어지는 서사와 트로피 전시에 몰입하게 된다는 후기가 여럿이었습니다.

경기장 안 메가스토어 역시 세계 축구 클럽 매장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규모로, 2개 층에 걸쳐 유니폼부터 한정판 굿즈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상품(MD) 부문 매출은 최근 크게 뛰었습니다.

구단이 공개한 2024-25 회계연도 실적에 따르면 소매·상품·의류·라이선싱 부문 매출이 1억4,490만 파운드(약 2,724억 원)로 전년 대비 15.8% 늘었는데, 아디다스로부터 들어오는 로열티 수입은 오히려 220만 파운드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수하게 구단 자체 이커머스 개편 효과가 컸다는 뜻입니다.

스폰서십과 소매를 합친 상업 부문 전체 매출도 3억3,330만 파운드(약 6,266억 원)로 10% 늘었습니다.

구단 박물관에 전시된 트로피 진열장

구단 박물관에 전시된 트로피 진열장. 출처: Wikimedia Commons(Kskhh, CC BY-SA 4.0)

다만 관람 경험 자체는 명성만큼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합니다.

원정 팬들의 후기를 보면 원정석 콘코스가 좁아 하프타임에 매점 줄과 화장실 줄이 동시에 몰리고, 좌석 다리 공간이 좁아 경기 내내 서서 보는 팬이 적지 않다는 불만이 반복해서 나옵니다.

지붕 누수도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2024년에는 폭우 당시 관중석으로 물이 쏟아지는 영상이 화제가 됐고, 2025년에는 본머스전 도중 감독 기자회견장 천장에서 물이 새는 장면이 그대로 중계를 탔습니다.

흥미로운 반전 하나는, 이런 낡은 시설 사이에서도 생맥주 한 잔 값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한다는 점입니다.

칼링 한 잔이 3파운드 안팎이라니, 이것도 나름의 관람객 관리 전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간접적으로 접한 이런 후기들을 마케터 입장에서 곱씹어보면, 세계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구단조차 116년 된 건물의 물리적 한계는 돈으로 쉽게 못 넘는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국내에서는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나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처럼 처음부터 넓은 콘코스와 다양한 좌석 등급을 설계에 반영한 신축 구장들이 등장하면서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피해가고 있는데, 뒤에서 다룰 맨유의 신구장 프로젝트도 결국 같은 고민에서 출발한 셈입니다.

광고 인벤토리와 네이밍라이츠 — 116년 만의 결단

유니폼 메인 스폰서 자리는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브랜드 스냅드래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4-25시즌을 앞두고 팀뷰어를 대체하며 3년간 1억7,600만 파운드(약 3,309억 원) 규모로 시작했고, 2024년 8월에는 계약을 2028-29시즌까지 연장하면서 등번호 아래 백넘버 광고 권리까지 추가했습니다.

유니폼 제작사 아디다스와는 2025년부터 2035년까지 10년, 9억 파운드(약 1조6,920억 원) 규모 계약을 새로 맺었는데, 연평균으로는 9,000만 파운드(약 1,692억 원)에 이릅니다.

다만 이 계약에는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 시 1,000만 파운드를 깎고, 강등이라도 하면 지급액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아예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까지 걸려 있어, 성적이 상업 계약의 조건으로 직접 연동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트레이닝복 스폰서 자리는 2025년 6월 테조스와의 계약이 끝난 뒤 한 시즌 가까이 비어 있었는데, 최근 베트웨이와 연간 2,000만 파운드(약 376억 원) 규모 계약을 맺으며 채워졌습니다.

프리미어리그가 2026-27시즌부터 도박업체의 유니폼 앞면 광고를 금지하기로 한 건 이 시리즈에서 크리스탈 팰리스 편을 통해 다룬 적이 있는데, 그 규제가 정확히 앞면 로고에만 적용되다 보니 트레이닝복이나 구장 광고판 쪽으로는 여전히 도박업체 자금이 들어올 여지가 남아 있다는 걸 이번에 다시 확인한 셈입니다.

가장 눈길이 간 대목은 역시 구장 이름 그 자체입니다.

올드 트래포드는 1910년 개장 이후 지금까지 116년 동안 단 한 번도 이름을 팔지 않았습니다.

같은 도시의 맨체스터 시티(에티하드 스타디움)나, 이 시리즈에서 이미 다룬 아스널(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 진작에 구장명을 상품화한 것과 대비되는 지점입니다.

그런데 새 구단 지분을 인수한 이네오스(INEOS)가 20억 파운드 규모의 신축 구장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면서 이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구단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신구장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콜레트 로슈는 네이밍라이츠가 20억 파운드 규모 신축 사업의 핵심 재원이 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확인했고, 팬자문위원회와도 이미 이 문제를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흥미롭게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다름 아닌 현재 메인 스폰서인 스냅드래곤입니다.

이 브랜드는 미국 샌디에이고의 스타디움 명명권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 구단명 스폰서가 구장 이름까지 통째로 사들이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역대 최고 수준의 계약 금액을 받아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걸 보면, 이름값 하나가 이렇게까지 큰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습니다.

소유구조와 재무 — 이네오스와 머니리그 추락

화학기업 이네오스의 회장 짐 랫클리프 경은 2023년 12월 지분 인수에 합의하고 2024년 2월 거래를 마무리했습니다.

맨유는 의결권이 큰 클래스B 주식과 일반 투자자도 사고파는 클래스A 주식으로 나뉜 이중 구조인데, 이네오스는 클래스B 25%와 클래스A 최대 25%를 확보해 실질 지분율이 27.7%에 이르며, 13억 달러(약 1조7,940억 원) 규모로 평가된 이번 거래와 별개로 3억 달러(약 4,140억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기금을 약속했고, 그 대가로 축구 운영 전반의 실권을 넘겨받았습니다.

새 구단주가 들어온 뒤에도 성적표는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딜로이트가 매년 발표하는 풋볼 머니리그 2026년판에서 맨유는 8위로 내려앉았는데, 이는 이 순위표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순위입니다.

2024-25 회계연도 총매출은 7억9,300만 유로(약 1조2,720억 원)로 전년보다 늘긴 했지만, 유럽대항전 진출에 실패하면서 중계권 수입이 2억5,800만 유로에서 2억600만 유로로 줄어든 게 컸습니다.

앞서 살펴본 상품·상업 매출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으로, 성적 부진이 만든 중계권 손실을 완전히 메우지는 못했다는 뜻입니다.

신구장 프로젝트와 지역 경제효과 — ‘뉴 트래포드’

구단은 2026년 3월, 기존 올드 트래포드에서 북서쪽으로 약 350미터 떨어진 자리에 10만 석 규모의 새 경기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완공되면 유럽에서 캄프 누(바르셀로나) 다음으로 큰 축구 전용 구장이 되며, 사업비는 20억 파운드(약 3조7,6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짐 랫클리프가 신축 쪽을 선호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고, 기존 구장을 헐고 다시 짓는 대신 옆자리에 새로 짓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구단이 의뢰한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사전 추산 보고서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영국 경제 전체에 연간 73억 파운드(약 13조7,240억 원)의 부가가치를 더하고 전국적으로 약 9만2,000개 일자리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트래포드 자치구 안에서만 약 4만8,000개의 신규 일자리와 1만7,000채가 넘는 주택, 연간 180만 명의 추가 방문객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왔습니다.

다만 이 수치들은 어디까지나 사업 초기 단계의 추산치이며, 실제 착공과 완공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국내 상황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서울시가 잠실종합운동장 부지에 추진 중인 돔구장(3만 석 규모, 2026년 착공·2032년 준공 목표, 총사업비 약 2조4,918억 원)도 규모만 보면 만만치 않은 프로젝트지만, 이건 서울시 소유 부지 위에 민간투자 방식으로 짓는 사업입니다.

반면 맨유의 신구장은 구단이 자기 소유 부지에 자기 자본과 대출로 짓는, 순수 민간 주도 프로젝트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스타디움 사업을 구단이 단독으로 짊어지는 사례는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구장만의 상징 — ‘꿈의 극장’이라는 별명, 그리고 뮌헨의 기억

올드 트래포드에는 “꿈의 극장(Theatre of Dreams)”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이 표현은 원래 구단 레전드 바비 찰튼 경이 남긴 말인데, 그 배경을 알고 나면 단순한 마케팅 문구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1958년 2월, 유러피언컵 원정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던 맨유 선수단이 탄 비행기가 뮌헨 공항에서 이륙 중 추락해 2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른바 ‘버스비 베이브스’로 불리던 젊은 스쿼드 가운데 8명의 선수가 이때 세상을 떠났고, 그 참사에서 살아남은 찰튼이 훗날 이 구장을 “꿈의 극장”이라 부르면서 별명이 굳어졌습니다.

2016년에는 사우스 스탠드 전체가 그의 이름을 딴 “서 바비 찰튼 스탠드”로 개명됐습니다.

뮌헨 항공기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명판

뮌헨 항공기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명판. 출처: Wikimedia Commons(HonorTheKing, CC BY-SA 4.0)

서포터 문화 쪽에서는 웨스트 스탠드, 흔히 “스트레트포드 엔드”로 불리는 구역이 상징적인 자리입니다.

가장 소리가 큰 팬들이 모이는 구역으로 유명하고, 콘코스 상단에는 이 구역의 별명이 그대로 좌석 모자이크로 새겨져 있습니다.

전설적인 공격수 데니스 로가 이 구역의 애칭을 따 “스트레트포드 엔드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지금도 이 스탠드 콘코스에는 그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좌석 모자이크로 새겨진 스트레트포드 엔드

좌석 모자이크로 새겨진 스트레트포드 엔드. 출처: Wikimedia Commons(HonorTheKing, CC BY-SA 4.0)

이름 하나를 파는 문제에도 이렇게 116년 치 감정적 자산이 얽혀 있는 걸 보면, 이번 네이밍라이츠 결정은 단순히 돈 계산만으로 끝날 사안이 아닙니다.

브랜드 자산이 두터운 구단일수록 이름을 바꾸는 결정 하나가 훨씬 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리서치를 마무리했습니다.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이 시리즈에서 여러 차례 짚었듯, 국내 프로스포츠 구장에 붙은 기업명은 대부분 그 구단을 소유한 모기업이 자기 이름을 붙인 경우입니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인천 SSG 랜더스필드,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가 그렇고, 반대로 구단 소유와 무관한 제3자가 정식으로 대가를 치르고 이름을 사들이는 미국·유럽식 네이밍라이츠에 가장 가까운 국내 사례는 구장이 아니라 키움 히어로즈라는 구단명 자체입니다.

맨유가 지금 검토하는 방식, 즉 구단과 아무 지분 관계가 없는 외부 기업이 신축 구장 이름을 사들이는 구조는 국내에는 아직 없는 유형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시리즈에서 다뤘던 안필드(리버풀) 역시 대규모 지분 매각이 이뤄진 뒤에도 구장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같은 잉글랜드 명문 구단이면서 나란히 “이름 안 파는 전통”을 지켜온 두 구장 가운데 한쪽(올드 트래포드)은 이제 그 원칙을 접을 채비를 하고 있고, 다른 한쪽(안필드)은 아직 그대로라는 점도 흥미로운 대비였습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잠실 돔구장 프로젝트와 비교해봐도 결이 다릅니다.

잠실 돔구장은 서울시 소유 부지에 민간투자 방식으로 짓는 사업인 반면, 맨유의 신구장은 구단이 자기 땅에 자기 자본으로 짓는 순수 민간 프로젝트이고, 그 재원 마련을 위해 116년 된 이름값까지 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사례를 보면서 느낀 시사점은 단순합니다.

브랜드 자산이 클수록 이름을 파는 결정은 더 어려워지지만, 동시에 그만큼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협상력도 함께 커진다는 것입니다.

올드 트래포드라는 이름이 사라질지,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든 유지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 결정 하나에 20억 파운드짜리 신축 사업의 향방이 걸려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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