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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 FC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아스널 FC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후기 — 22년 만의 우승, 매진 행진이 만든 마케팅 조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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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운영자가 직접 쓰는 프로스포츠 마케팅 인사이트2026-08-02 · 조회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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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아스널이 22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이 구단의 마케팅 구조를 한번 제대로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름 바쁘다는 이유로 이제야 쓰게 되었네요.

아스널은 2022-23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리그 준우승에 머물다가, 2025-26시즌 5월 19일 맨체스터 시티가 본머스와 비기면서 우승을 확정지었고, 이후 5월 24일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에서 2대1로 승리하며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국내 KBO구단 중에서도 몇 십년 동안 우승이 없는 구단의 팬들을 보면 그분들의 아쉬움과 한탄을 정말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스널도 22년이라는 시간은 한 세대의 팬이 통째로 우승 없는 시절을 보냈다는 뜻이기도 한데, 그만큼 이번 시즌 구단의 매출·관중·상품 판매 지표가 어떻게 요동쳤는지가 마케터 입장에서 궁금했습니다.

아스널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소개 페이지 캡처, arsenal.com

출처: arsenal.com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소개 페이지 캡처

팬과 관중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의 수용 인원은 6만 704석인데, 2025-26시즌 평균 관중 점유율(수용 인원 대비 실제 입장객 비율)이 99.1%에 달했습니다.

시즌 내내 사실상 매진 행진이었다는 뜻인데, 이 정도 점유율을 유지하면서도 티켓 가격대는 등급별로 나뉘어 있어 성인 하위 등급(카테고리 C) 기준 최저가는 31.80파운드부터, 상대적으로 인기 있는 경기(카테고리 B)는 44.80파운드부터 시작합니다.

시즌권 구매는 실버·레드 두 단계의 멤버십 등급에 따라 추첨(볼롯) 방식으로 배정되는 구조인데, 이렇게 수요를 등급화해서 관리하는 방식 자체가 만성적 매진 상황에서 팬덤을 등급별로 세분화해 충성도를 관리하는 전형적인 티켓 마케팅 전략이라 눈여겨볼 만합니다.

광고 인벤토리와 네이밍라이츠

광고 인벤토리 쪽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에미레이츠와의 계약 구조입니다.

올해 양측은 유니폼 스폰서십과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네이밍라이츠(경기장에 기업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리)를 묶은 장기 계약을 2032년까지 연장했는데, 2026-27·2027-28시즌은 연간 6,500만 파운드, 2028-29시즌부터 2031-32시즌까지는 연간 7,500만 파운드로 총 계약 규모가 약 4억 3,000만 파운드(환율을 대략 1,750원으로 잡으면 7,500억원 안팎)에 이릅니다.

다만 이 금액은 유니폼 전면 노출권과 경기장 이름을 묶은 패키지 전체 가격이고, 순수하게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라는 이름값만 따로 떼어 보면 과거 계약에서는 연간 280만~400만 파운드 수준으로 평가된 적이 있었습니다.

즉 이 부분은 경험상 국내 프로구단과의 차이가 큰데, 아마도 EPL구단은 전세계 관심을 가지고 있는 리그이다 보니 구장의 네이밍라이츠 자체보다 유니폼 전면 노출이 압도적으로 비싼 자산이 될 수 있었고, 이 구조를 알고 나면 왜 다른 구단들도 네이밍라이츠 단독보다 유니폼·슬리브 스폰서십을 묶어서 패키지로 파는지 이해가 됩니다.

실제로 아스널은 2026-27시즌부터 그동안 슬리브(팔소매) 스폰서였던 비지트 르완다를 대신해 글로벌 인사·급여 관리 플랫폼 딜(Deel)과 새 계약을 맺었는데, 연간 1,800만 파운드에 성과 보너스가 붙으면 최대 2,500만 파운드까지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아디다스가 용품 공급 파트너로 연간 약 7,500만 파운드를 지불하고 있어, 유니폼 하나에만 최소 세 곳의 스폰서 로고가 각기 다른 단가로 얹혀 있는 셈입니다.

중계권

중계권 수익은 아직 이번 시즌 재무제표가 공식 발표되지 않아 추정치 수준이지만, 한 축구 재무 분석 매체는 2025-26시즌 아스널의 방송 관련 수익을 약 3억 2,600만 파운드로 추산했습니다.

이 중 프리미어리그 국내 중계 배분금이 약 1억 9,900만 파운드(전년 대비 16% 증가),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따른 UEFA 중계 수익이 약 1억 2,100만 파운드로 나뉩니다.

참고로 아스널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파리생제르맹과 1대1로 비긴 뒤 승부차기(4대3)로 져 준우승에 그쳤는데, 결승까지 오른 것만으로도 중계 수익 배분 등급이 크게 올라가는 구조라 리그 우승과 별개로 유럽대항전 성적이 그 자체로 큰 매출원이라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스널 챔피언스리그 결승 관련 페이지 캡처, arsenal.com

출처: arsenal.com 페이지 캡처

매출과 재무 성과

공식적으로 확정된 가장 최근 재무 자료인 2024-25시즌 결산 기준으로 아스널의 전체 매출은 6억 9,100만 파운드(환율 감안 시 대략 1조 2,000억원 안팎)로 구단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중 상업 부문 매출(스폰서십·상품 판매 등에서 나오는 수익)이 2억 6,320만 파운드로 전년 대비 21% 늘었습니다.

아직 공식 발표 전이지만 일부 재무 분석에서는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 겹친 2025-26시즌 전체 매출이 사상 최고인 7억 8,800만 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이 숫자가 그대로 실현된다면 성적 하나가 매출 곡선 전체를 밀어 올리는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흥행을 이끌고 있는 KBO뿐아니라 프로구단 전체 매출을 합쳐도 안되는 금액입니다. 마케터 입장에서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공간 활용과 F&B

경기장을 보면 직관 후기를 남긴 몇몇 현지 축구 여행 블로거들의 글을 살펴보니, 에미레이츠의 콘코스(관중석 뒤편 통로 겸 편의시설 공간)가 넓게 설계돼 있어 평소에는 이동이 수월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다만 하프타임처럼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대에는 넓은 통로로도 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후기도 함께 눈에 띄었습니다. 먹거리로는 스테이크·치킨 발티(향신료를 넣은 커리 소스) 파이가 기본 메뉴로 꼽히고, 비건 파이도 판매되는데 오히려 이게 예상보다 빨리 매진된다는 후기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걸 보니 꽤나 인기가 있나봅니다.

콘코스 설계와 메뉴 구성에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는 이유는 결국 매진 행진이 이어지는 구장일수록 F&B 매출과 체류 시간이 곧바로 객단가로 연결되기 때문일 텐데, 이 부분은 국내 구단들이 구장 리뉴얼을 할 때도 참고할 만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포스팅했던 kt wiz 파크의 경우도 콘코스 구조가 아님에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내놓은 솔루션이 크게 성공한 것처럼 이또한 체류시간과 객단가로 연결되는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아스널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콘코스 소개 페이지 캡처, arsenal.com

출처: arsenal.com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소개 페이지 캡처

지역 밀착과 경제효과

아스널이 가장 최근 공개한 경제·사회적 영향 보고서(2022-23시즌 기준)에 따르면 구단이 영국 경제에 기여한 규모는 6억 1,600만 파운드였고, 이 중 홈 자치구인 이즐링턴 지역에만 4억 2,500만 파운드가 돌아갔다고합니다.

영국 전역에서 4,4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이즐링턴 지역에서만 1,6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원했고 영국 세수로 2억 2,800만 파운드를 기여했다고 밝혔는데, 이 시즌 한 해 동안 에미레이츠를 찾은 관중 수만 160만 명에 달했습니다.

구단은 인구 밀도가 높은 이즐링턴 부지의 한계를 감안하면서도 스타디움 설계사 포퓰러스(Populous)와 다시 손잡고 좌석을 7만 석 안팎까지 늘리는 증축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검토 초기에 나왔던 8만 석 안 기준으로는 공사비가 5억 파운드 수준으로 거론된 바 있습니다.

다만 아직 확정된 계획은 아니고, 밀집 주거지에 둘러싸인 입지 특성상 교통 인프라 문제까지 얽혀 있어 실제 착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버리 스퀘어 홈페이지 캡처

자료출처 : 하이버리 스퀘어 홈페이지

하이버리의 유산 — 사라진 홈구장이 남긴 것

이 부분은 꼭 언급하고 싶었습니다.

아스널이 지금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옮기기 전, 1913년부터 2006년까지 93년 동안 홈구장으로 썼던 곳이 하이버리(정식 명칭 아스널 스타디움)입니다.

이전 이후 철거된 하이버리 부지는 2009년 725세대 규모의 주거단지 ‘하이버리 스퀘어’로 다시 태어났는데, 흥미로운 건 이 재개발 과정에서 구단이 스탠드 전체를 밀어버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1930년대에 아트데코(장식성이 강한 1930년대 건축 양식) 양식으로 지어져 영국의 등급별 문화재 보호 대상(Grade II)으로 지정된 이스트 스탠드 정면부와 웨스트 스탠드 외관은 그대로 보존한 채 그 뒤로 아파트를 얹었고, 예전 그라운드가 있던 자리는 주민들을 위한 중앙 정원으로 남겨뒀습니다.

이스트 스탠드의 마블 홀(대리석으로 마감한 로비 공간)과 허버트 채프먼 감독의 흉상, 선수단 터널까지 원형 그대로 남아 있고, 2009년 아르센 벵거 당시 감독이 직접 재개발 완공식에 참석했으며 같은 해 국제 부동산 전시회 MIPIM에서 특별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례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구단이 실제로 뛰던 그라운드는 사라져도 파사드와 상징물만 남겨두면 그 공간이 여전히 팬들에게는 순례지로 기능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이건 단순한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브랜드의 역사 자산을 물리적으로 보존해 다음 세대 팬들에게까지 이어주는 작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위키피디아 'Highbury Square' 문서 항공사진 캡처(Wikimedia Commons)

출처: 위키피디아 ‘Highbury Square‘ 문서 수록 항공사진(Wikimedia Commons) 캡처

K리그1과 비교해보면

국내로 눈을 돌리면 2025시즌 K리그1도 나름의 흥행 기록을 세운 해였습니다.

정규리그 평균 관중은 1만 341명, 시즌 누적 유료관중은 204만 7,564명으로 K리그2와 합쳐 300만 명을 넘겼고, 1인당 평균 결제금액을 뜻하는 객단가도 1만 3,419원으로 2013년 공식 집계 이래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아스널의 평균 관중 6만 217명과 단순 비교하면 규모는 여섯 배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두 리그가 보여주는 흐름 자체는 닮아 있습니다.

관중이 꽉 차고 객단가가 오르는 만큼 중계권·스폰서십 협상에서 리그자체나 구단이 쥘 수 있는 협상력도 함께 커진다는 점입니다.

아스널의 이번 시즌 매출이 성적 하나로 7억 파운드대에서 8억 파운드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걸 보면, 결국 마케팅 조직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성적이 좋아졌을 때 그 상승분을 놓치지 않고 받아낼 수 있는 구조로 시즌권·멤버십 체계, 브랜드 헤리티지 콘텐츠,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미리 갖춰두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모든 프로스포츠 구단들에게도 참고가 될 법한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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