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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파크 항공뷰(2023년 8월). 출처: Wikimedia Commons(Arne Müseler 촬영) · 라이선스: CC BY-SA 3.0 DE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지켜보던 중, 낯선 조합의 이름 두 개가 나란히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 소속 김민재 선수에게 애스턴 빌라가 두 차례나 접촉을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왔던 겁니다.
지난 8월 뮌헨과의 아시아 투어 친선경기 이후 구단이 다시 한 번 에이전트 쪽에 연락을 취했다는 후속 보도까지 이어졌지만, 뱅상 콤파니 감독의 신임이 워낙 두터워 결국 이적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관심으로만 끝난 소식이었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애스턴 빌라라는 구단을 마케터 시각으로 다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막상 들여다보니 정작 눈에 들어온 건 이적시장이 아니라 유니폼 앞자락이었습니다.
지난 7월 14일, 구단이 새로운 유니폼 스폰서를 공개했는데, 상대가 기업이 아니라 나라였습니다.
아프리카 동부 르완다 정부 관광청, ‘비지트 르완다(Visit Rwanda)’였습니다.
상품(MD)과 광고 인벤토리
비지트 르완다는 2026-27시즌부터 애스턴 빌라의 프론트오브셔츠(유니폼 가슴팍) 스폰서 자리에 들어왔습니다.
보너스 조건을 채우면 연간 최대 2,000만 파운드(약 374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구단은 이를 구단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스폰서십 계약이라고 직접 소개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시장조사기관이 추산한 이 자리의 ‘적정 시장가치’는 오히려 이보다 높은 2,620만 파운드(전 시즌 2,320만 파운드에서 상승)라는 점입니다.
실제 계약액이 시장가치보다 낮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이 자리를 놓고 더 큰 금액을 부를 수 있는 스폰서가 나타날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유니폼 소매(슬리브) 스폰서 자리는 온라인 베팅업체 베타노(Betano)가 연간 600만 파운드(약 112억 원)에 채웠고, 유니폼을 만드는 킷 서플라이어는 2024-25시즌부터 아디다스로 바뀌었습니다.
계약 규모는 연간 1,700만 파운드(약 318억 원)로, 이전 캐스토어(Castore) 계약(연 300만~400만 파운드)의 네 배가 넘는 점프입니다.
캐스토어는 선수들이 땀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이른바 ‘웨트룩’ 유니폼 때문에 불만을 샀던 곳이라, 아디다스로의 전환은 단순한 스폰서 교체 이상으로 선수단 처우 문제와도 맞물려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구단주 나세프 사위리스가 아디다스 지분 약 7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업계에서는 함께 거론되는 배경입니다.

2026년 7월 14일 공개된 ‘비지트 르완다’ 스폰서 유니폼. 출처: 애스턴 빌라 공식 홈페이지 보도사진
관중과 티켓
2025-26시즌 빌라 파크의 평균 홈 관중은 41,969명이었습니다.
최고 기록은 지난해 12월 21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의 43,157명, 가장 적었던 날은 유로파리그 마카비 텔아비브전의 29,429명이었는데, 이 최저치는 원정 관중 제한 등 대회 특수성이 반영된 숫자라 리그 경기 흥행과는 결이 다르다고 봐야 합니다.
2026-27시즌 성인 시즌권은 19경기 기준 703~997.5파운드(약 131만~186만 원), 챔피언스리그 조별 4경기가 포함된 23경기 패키지는 969~1,297.5파운드(약 181만~242만 원)로 5퍼센트 인상됐습니다.
그런데도 2026-27시즌 시즌권은 이미 매진돼 대기명단으로만 신청을 받고 있는데, 이 대기명단 자체가 지난 4월 구단 역사상 처음 개설된 것이라고 하니,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흔치 않은 국면인 셈입니다.
공간 활용과 F&B
빌라 파크는 지금 노스 스탠드를 통째로 뜯어고치는 중입니다.
2026년 3월 착공해 2026-27시즌 내내 노스 스탠드를 폐쇄한 채(이 기간 임시 수용인원은 약 3만7천 명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2027-28시즌 개막 전 완공을 목표로 하는데, 완공되면 6,537석이던 노스 스탠드가 12,516석으로 늘어나면서 구장 전체 수용인원이 4만3천 석 안팎에서 5만 석 이상으로 커집니다.
공사비는 1억 파운드(약 1,870억 원) 규모의 첫 단계 공정이 최근 마무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관람 경험 쪽에서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문을 연 ‘더 웨어하우스(The Warehouse)’가 눈에 띕니다.
미국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기업 오크뷰그룹과 손잡고 노스 그라운드 부지에 만든 3,500명 규모의 다목적 공간인데, 경기가 있는 날에는 좌석 유무와 관계없이 티켓 소지자라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프리미어리그 최대 규모의 비어홀로 바뀌고, 경기가 없는 날에는 콘서트·행사 전용 공간으로 운영됩니다.
축구장 하나로 그치지 않고 매치데이 앞뒤 시간까지 수익 공간으로 붙잡아두려는 전형적인 공간 다각화 전략인데, 해외 축구 여행기를 전문으로 쓰는 한 블로거는 빌라 파크의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충분히 여유 있게 드나들 수 있는 규모’라고 적어둔 적이 있어, 이런 인프라 투자가 실제 관람 경험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중계권과 재무
2024-25시즌 애스턴 빌라의 총매출은 3억 7,800만 파운드(약 7,090억 원)로 구단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최근 3년간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매출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챔피언스리그 출전 효과가 컸는데, 방송중계 수익이 1억 8,400만 파운드에서 2억 4,100만 파운드로 31퍼센트 늘었고, 상업 수익은 6,000만 파운드에서 9,100만 파운드로 52퍼센트, 매치데이 수익은 2,800만 파운드에서 3,840만 파운드로 37퍼센트 뛰었습니다.
관중 1인당 평균 매치데이 매출도 25.1파운드에서 32.4파운드로 늘었고, 이 실적을 발판으로 딜로이트 머니리그(매출액 기준으로 매기는 세계 축구 구단 순위) 순위도 21위에서 14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지역 경제효과
버밍엄시는 노스 스탠드 재개발이 완공되면 연간 25만 5,580명의 추가 방문객과 지역 경제에 연 1,300만 파운드(약 243억 원) 규모의 추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확장된 빌라 파크가 202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8) 개최 구장으로 확정된 것도 이 추산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입니다.
지역사회 쪽에서는 구단 산하 애스턴 빌라 재단이 연간 3만 명 이상을 만나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에는 인근 애스턴대학교 연구진도 참여해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구단주 구성도 흥미로운데, 이집트 억만장자 나세프 사위리스와 미국 억만장자 웨스 에덴스가 각각 34.4퍼센트, 투자사 아테어로스가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가진 V 스포츠 체제로, 2018년 단돈 3,000만 파운드에 55퍼센트 지분을 인수했던 것이 8년 만에 10억 파운드가 넘는 가치로 불어난 사례이기도 합니다.
구장만의 상징
빌라 파크가 1897년 문을 연 이래 가장 상징적인 공간을 꼽으라면 단연 홀트 엔드(Holte End)입니다.
이 부지의 옛 지주였던 토마스 홀트 경의 이름을 딴 스탠드인데, 자니 캐시의 ‘고스트 라이더스 인 더 스카이’ 멜로디에 가사를 붙인 응원가 ‘홀트 엔더스 인 더 스카이’가 이곳에서 시작돼 지금까지도 빌라 파크를 상징하는 노래로 남아 있습니다.
스탠드 외벽 벽돌 파사드에는 대형 글자로 ‘ASTON VILLA’가 새겨져 있고, 그 가운데에는 2008년 당시 구단주 랜디 러너가 추가한 구단 창단 엠블럼 모자이크가 자리하고 있는데, 관광버스가 지나가며 이 파사드만 따로 촬영해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홀트 엔드 스탠드의 벽돌 파사드. 출처: Wikimedia Commons(Elliott Brown 촬영, 2010) · 라이선스: CC BY 2.0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국내에서 구장 이름에 나라 이름이 들어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모두 그 구단을 소유한 모기업이 자기 이름을 붙인 경우이고, 유니폼 스폰서 역시 대부분 모기업이나 계열사가 채우는 구조입니다.
반면 애스턴 빌라의 비지트 르완다처럼 한 나라의 관광청이 구단 소유주와 아무 관계 없이 순수하게 시장가격을 치르고 유니폼 앞자리를 사는 방식은, K리그·KBO 어느 쪽에도 아직 등장한 적이 없는 형태입니다.
유니폼 스폰서 하나를 두고도 실제 계약액과 시장 추정가치가 따로 존재하고, 그 격차 자체가 다음 협상의 근거로 쓰인다는 점도 국내 시장과는 사뭇 다른 대목입니다.
시즌권이 매진돼 대기명단이 생기는 흥행 국면도, 국내 인기 구단 몇 곳을 제외하면 흔히 보기 힘든 그림이고요.
이적 루머 하나로 시작해 유니폼 스폰서까지 들여다보게 된 이번 리서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130년 가까이 된 낡은 축구장도 노스 스탠드 하나를 다시 짓는 김에 비어홀과 콘서트홀까지 얹어 연중 수익 공간으로 바꿔놓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경기장을 경기가 있는 날에만 쓰는 시설로 보지 않는 발상은, 국내 구장을 놓고 고민할 때도 신중히 접근해야 할 지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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