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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30개 구장 가운데 좌석 수가 가장 적은 곳인 동시에 티켓 값은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법합니다. 최근 리버풀의 안필드를 들여다보면서 펜웨이 스포츠 그룹(FSG)이라는 이름을 계속 마주쳤는데, 이 회사가 리버풀뿐 아니라 보스턴 레드삭스와 미국 아이스하키 피츠버그 펜귄스까지 함께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띄어 보스턴 쪽도 한번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두 구단이 한 지붕 아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는 지점도 있었고, 리버풀에서 확인했던 것과는 결이 다른 마케팅 방식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관중과 티켓 — 가장 작아서 가장 비싼 구장
펜웨이 파크는 1912년 문을 열어 2026년으로 114년째를 맞은, MLB에서 가장 오래된 구장입니다. 그동안 몇 차례 개보수를 거치면서도 좌석 수는 37,731석으로 30개 구단 중 가장 작은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티켓 분석 업체들의 2026시즌 조사에서는 평균 티켓 가격이 44달러(약 6만 원) 안팎으로 나와 리그 상위권에 속했습니다. 구장이 작을수록 공급이 줄어드니 가격이 오르는, 아주 단순한 수요·공급 논리가 그대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이 희소성은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적이 있습니다. 레드삭스는 2003년 5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정규시즌 794경기, 포스트시즌을 포함하면 820경기 연속으로 홈경기 매진 행진을 이어갔는데,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는 미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장 기록이었고, 그 10년 동안 3,000만 명 넘는 관중이 펜웨이를 찾았습니다.
스트릭이 끝난 지금도 이 기록은 이 구장의 티켓 마케팅을 설명할 때 여전히 빠지지 않고 인용됩니다.

펜웨이 파크 관중석에서 본 경기 전 성조기 세리머니와 그린 몬스터 · 출처: Wikimedia Commons(Waz8 촬영, 2018년), CC0(퍼블릭 도메인)
그린 몬스터와 공간 활용
펜웨이의 상징은 좌측 펜스, 이른바 그린 몬스터입니다. 높이 11m가 넘는 이 벽은 원래 좁은 좌측 필드를 보완하려고 세운 구조물인데, 지금은 오히려 구장을 대표하는 자산이 됐습니다.
벽 안쪽에는 MLB에 하나 남은 수기(手記) 스코어보드가 있어서, 관계자가 직접 안쪽에서 숫자판을 갈아 끼우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벽 겉면에 난 작은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는 게 방문객들 사이에서 은근히 인기 있는 포토 스팟이라고 합니다.

그린 몬스터 벽의 작은 틈으로 안쪽 수기 스코어보드를 들여다보는 관람객 · 출처: Wikimedia Commons(C.S. Imming 촬영), CC BY-SA 3.0
2003년에는 이 벽 위에 좌석을 새로 얹었습니다. 바스툴에 드링크 레일이 딸린 프리미엄 좌석인데, 좌석 판매 정보를 보면 개별석은 1석에 165달러에서 많게는 700달러 선까지 붙고, 최대 27명이 들어가는 프라이빗 공간 “얼티밋 몬스터”는 2만 7천 달러에서 3만 5천 달러 사이에서 팔립니다.
FSG가 2002년 구단을 인수한 뒤 10년에 걸쳐 약 2억 8,500만 달러(약 3,900억 원)를 들여 개보수한 성과 중 하나가 이 그린 몬스터 좌석입니다.
공간 투자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2시즌을 앞두고는 우측 외야 뒤편에 약 820㎡(약 250평) 규모의 개방형 콘코스와 최대 600명을 수용하는 약 710㎡(약 215평) 규모의 실내 이벤트 공간을 새로 열었습니다.
한국어로 남은 직관 후기를 찾아보니, 1시간짜리 구장 투어에서 그린 몬스터와 원정팀 라커룸, 중계 부스, 박물관까지 둘러볼 수 있고 가이드가 구단 역사에 밝다는 인상이 남았다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다른 방문 후기에서는 이 구장 전체를 “하나의 문화재이자 야구의 성지”로 표현하기도 했는데, 좌석 폭이 15인치 남짓으로 좁고 콘코스도 구간마다 끊겨 있다는 평가가 같이 따라붙는 걸 보면, 낡고 불편한 부분까지도 역사성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최신 시설로 승부하는 것과는 정반대 방향의 전략인 셈입니다.

그린 몬스터 위 프리미엄 좌석에서 내려다본 외야와 관중석 · 출처: Wikimedia Commons(Bernard Gagnon 촬영), CC BY-SA 3.0
광고 인벤토리와 중계권
유니폼 소매 광고에서는 MassMutual과 2023년부터 2032년까지 10년 계약을 맺었습니다. 연 1,700만 달러에서 실적에 따라 2,000만 달러까지, 총액으로는 1억 7천만~2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는데, 계약 당시 기준으로 MLB 저지 패치 스폰서십 중 최고가였습니다.
외야 담장에도 헤스, 던킨, 포드 같은 브랜드의 보드형 광고가 촘촘히 붙어 있어, 좁은 구장 안에서도 광고 인벤토리를 최대한 촘촘히 짜 넣은 티가 납니다.
중계권은 자체 지역방송사인 NESN(New England Sports Network)이 맡고 있습니다. FSG가 지분 80%를, 나머지 20%는 보스턴 브루인스와 TD가든을 소유한 델라웨어 노스가 들고 있는 구조인데, 2026시즌에는 145경기가 이 채널로 중계됩니다.
리버풀을 다룰 때는 안필드가 명명권을 팔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띄었는데, 여기서는 아예 자체 방송사를 만들어 중계권 수익 자체를 구단 소유 구조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 다른 결의 전략으로 다가왔습니다.
상품(MD)과 지역 경제효과
구장 앞 저지 스트리트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차량 통행이 막히고 그 자체가 야외 콘코스처럼 쓰입니다. 레드삭스 공식 팀스토어를 비롯해 여러 기념품 매장이 이 거리에 몰려 있는데, 지역 상권 단체 자료가 추산한 구장 관련 소비(입장권 외 콘세션·상품 판매 포함)의 페웨이-켄모어 지구 연간 경제효과는 5억 달러를 넘습니다.
이 일대는 Fenway Corners라는 재개발 계획에 따라 주택 200채 이상과 상업시설 40여 곳이 들어설 예정인데, 지금의 저층 기념품숍 자리에는 16층짜리 건물이 들어서고 그 1층에 새 팀스토어가 옮겨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구장 하나가 주변 상권 전체의 재개발 방향까지 좌우하고 있는 셈입니다.
구단가치도 이런 수익 구조를 반영합니다. 포브스·스포티코 등 2026년 평가에서 레드삭스는 50억~52.5억 달러(약 7조~7조 3천억 원) 선으로, 양키스·다저스에 이어 MLB 3위에 올랐습니다.

펜웨이 파크 게이트 B 정문 외관 · 출처: Wikimedia Commons(Farragutful 촬영, 2025년), CC BY-SA 4.0

펜웨이 파크 게이트 E와 윌콜 매표소 인근 거리 전경 · 출처: Wikimedia Commons(InSapphoWeTrust, Flickr), CC BY-SA 2.0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국내 구장은 대체로 최신 시설일수록 관중을 더 끌 수 있다고 보고 넓은 좌석과 편의시설 확충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펜웨이는 정반대로 움직입니다.
가장 좁고 오래된 구장이라는 약점을 오히려 희소성으로 바꿔, 매진 기록과 역사성을 티켓 프리미엄의 근거로 삼는 방식입니다.
마치 지난 8월7일 포스팅했던 한신타이거스 고시엔 구장 후기와 비슷합니다. 물론 이건 100년 넘게 쌓인 서사가 있어야 가능한 전략이라 국내 구장에 그대로 옮겨오기는 어렵지만, 오래된 구장을 무조건 재건축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그 자체의 역사를 상품화하는 발상은 참고할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중계권 쪽에서는 결이 다른 시사점이 있습니다. KBO는 리그 차원에서 뉴미디어·중계권을 통합 계약하는 구조인 반면, 레드삭스는 아예 구단이 지역방송사 지분을 쥐고 있습니다.
다만 이 방식이 KBO에 그대로 적용되긴 어렵다는 점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 미국은 지역별 독점 방영권 시장이 자리 잡혀 있지만, 국내는 리그 단일 시장이라 전제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구단이 콘텐츠 유통 구조에 얼마나 관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할 때 참고할 만한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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