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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 계기는 사실 이적 뉴스였습니다.
키움 히어로즈에서 뛰던 송성문 선수가 지난겨울 파드리스와 4년 1500만 달러(보장 기준, 옵션 실행 시 최대 5년 22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빅리거가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 구단 자료를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마침 리서치를 이어가던 중 훨씬 큰 뉴스가 터졌습니다.
지난 8월 4일 블룸버그가 보도한 파드리스 매각가는 39억 달러(약 5조 7,600억 원).
2020년 스티브 코헨의 뉴욕 메츠 인수가 24억 2,000만 달러였던 걸 감안하면, 메이저리그 구단 매각 사상 최고가를 큰 폭으로 새로 썼습니다.
사모펀드 클리어레이크 캐피털 공동창업자 호세 펠리시아노와 그의 배우자 콴자 존스 부부가 새 주인이 되는데, 두 사람의 인수 발표 이후 실제 승인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구단의 마케팅 숫자를 처음부터 다시 짚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돌이켜보면 파드리스는 2005년 박찬호 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트레이드로 이적해 그 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에 힘을 보탰던 구단이기도 합니다.
그런 인연 때문인지 다른 스몰마켓 구단보다는 파드리스가 유독 낯설지 않게 느껴집니다.
관중과 티켓
파드리스는 2025시즌 홈경기에 344만 명 가까운 관중을 불러모아 다저스에 이어 리그 전체 2위를 기록했습니다.
81번의 홈경기 중 72경기가 매진됐고, 시즌권도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 연속 매진 기록을 세웠습니다(2026년 1월 발표).
매진 행렬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대기자 명단(On-Deck Waitlist)에 이름을 올려야 신규 시즌권 구매 기회라도 얻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개별 경기 티켓 가격대는 조사 시점과 대진표에 따라 평균 32달러에서 89달러까지 폭넓게 보고되는데, 다저스전처럼 인기 대진에서는 가격이 크게 뛰는 식입니다.
지난 8월 11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도 송성문 선수는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습니다.
안타는 없었지만 팀은 3대2로 역전승을 거뒀는데, 키움 시절부터 지켜본 입장에서는 이런 소소한 근황까지 챙겨보게 되는 게 리그를 들여다보는 재미이기도 합니다.

페트코 파크 항공샷, 2007년 11월 촬영 · 출처: Wikimedia Commons(Kevin Tostado 촬영), CC BY 2.0
공간 활용과 F&B
페트코 파크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은 좌익수 파울 폴대 자리를 그대로 차지하고 있는 웨스턴 메탈 서플라이 컴퍼니 건물입니다.
1909년 지어진 4층짜리 벽돌 건물인데, 구장을 새로 지으면서 철거 대신 통째로 끌어안는 쪽을 택해 지금은 팀 스토어와 스위트룸, 옥상 라운지로 쓰이고 있습니다.
2025시즌을 앞두고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팀 스토어 면적을 약 93㎡(28평) 넓히고 계산대를 두 배로 늘리는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는데, 파드리스 최고경영자 에릭 그럽너는 “경기 날마다 줄이 점점 길어져서 팬들을 더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참 멋진 말입니다.
외야 너머 잔디광장 갤러거 스퀘어(옛 이름 “파크 인 더 파크”)도 눈여겨볼 공간입니다.
저렴한 입장권만으로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경기를 볼 수 있는 곳인데, 2024년 2,000만 달러를 들여 리노베이션하면서 피클볼 코트와 대형 등반용 야구방망이 조형물, 반려견 동반 공간을 새로 넣었습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시민에게 개방되는 공공공원 역할도 하고, 연간 150회 넘는 비(非)야구 콘서트ㆍ행사가 이 구장 전체에서 열립니다.

갤러거 스퀘어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 2018년 8월 촬영 · 출처: Wikimedia Commons(RightCowLeftCoast 촬영), CC BY-SA 4.0
미국의 한 스포츠 여행 전문 블로거는 페트코 파크를 소개하며 “구장 안에 이 정도로 술집과 사교 공간, 식당이 밀집한 곳은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는데, 실제로 2026시즌 메뉴판을 보면 일본식 카레 체인 코코이찌방야와 샌디에이고 로컬 파이 전문점 팝 파이 컴퍼니가 새로 입점했고, 스톤 브루잉ㆍ볼래스트 포인트ㆍ칼 스트라우스 같은 지역 양조장 탭이 곳곳에 있습니다.
전설적 타자 토니 그윈을 기리는 헌정 맥주 “.394”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입니다.
현직 마케터로서는 F&B 라인업을 매 시즌 갈아엎다시피 하는 이 속도감이 인상 깊었는데, 벤치마킹해볼 만한 운영 리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품(MD)과 광고 인벤토리
네이밍라이츠(시설에 기업 이름을 붙이는 권리) 파트너는 반려동물 용품 기업 페트코입니다.
2004년 개장과 함께 22년 계약을 맺었는데 총액은 약 6,000만 달러(연 300만 달러 안팎)로 알려졌고, 2021년 3월 공식 발표를 통해 2027시즌까지 2년 연장했습니다.
연장 계약의 구체적 금액은 양측 모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상품(MD) 쪽에서는 2026시즌 새로 선보인 시티 커넥트 2.0 유니폼이 하루 매출 110만 달러를 넘기며 구단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종전 기록은 2023년 개막전, 후안 소토가 데뷔한 날 세운 55만 달러였는데 두 배 가까이 뛴 셈입니다.
팀 스토어가 자리한 웨스턴 메탈 서플라이 건물 리노베이션까지 겹치면서, 매장 확장과 유니폼 출시 타이밍을 함께 맞춘 구단의 상품 전략이 엿보입니다.

2026년 4월 공개된 시티 커넥트 2.0 유니폼, 다이아 데 로스 무에르토스(멕시코 전통 명절, 망자의 날)를 기린 소매 패치가 특징 · 출처: MLB.com/파드리스 공식 뉴스
중계권과 지역 경제효과
파드리스의 중계권 역사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다이아몬드 스포츠 그룹(옛 밸리 스포츠, 현 판듀얼 스포츠 네트워크)과 20년ㆍ12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지만, 2023년 5월 다이아몬드가 중계권료 지급을 미루면서 MLB 사무국이 사상 처음으로 한 구단의 중계 제작을 직접 떠맡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지금은 사무국이 제작한 중계가 DirecTVㆍCoxㆍSpectrum 같은 케이블 사업자를 통해 나가고, 2026시즌에는 토요일 홈경기 10경기를 지역 방송 CBS8과 CW에서 무료로 볼 수 있게 배급 계약을 새로 맺었습니다.
지역 경제효과는 파드리스가 직접 의뢰하고 샌디에이고 지역경제개발공사(EDC)가 분석한 보고서로 확인됩니다.
2024년 기준 페트코 파크가 만들어낸 매출은 14억 8,000만 달러,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9억 1,300만 달러(약 1조 3,400억 원)이고 일자리 1만 5,000개를 지탱한다는 분석입니다.
이 중 홈경기만으로 발생한 파급효과가 7억 8,900만 달러, 콘서트 등 다른 행사가 1억 2,300만 달러였습니다.
시 재정에는 일반기금 1,640만 달러, 호텔세 최대 1,240만 달러가 들어갔습니다.
그럽너 최고경영자는 이 보고서에서 “파드리스는 공공 신탁의 관리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39억 달러 매각과 70대 30 소유 구조
이번 매각에서 마케터 입장에서 특히 눈에 띈 대목은 매각가 자체보다 페트코 파크의 소유 구조였습니다.
이 구장은 준공 당시부터 샌디에이고시가 지분 70%, 파드리스 구단이 지분 30%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지어졌고, 2034년까지 이 30%가 시로 완전히 넘어가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즉 이번에 구단이 팔리면 그 30% 지분도 함께 새 주인에게 넘어가는데, 뉴욕 메츠ㆍ탬파베이 레이스 매각 때처럼 이 부분만 따로 샌디에이고 시의회 승인을 받아야 거래가 완결됩니다.
건설 당시 총 공사비 4억 7,400만 달러 가운데 시ㆍ카운티ㆍ항만청이 낸 공공 재원이 3억 달러를 웃돌았던 걸 생각하면, 지분 구조에 그 역사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스포티코 분석에 따르면 파드리스의 2025년 매출은 5억 3,000만 달러(리그 11위), EBITDA(이자ㆍ세금ㆍ감가상각 반영 전 영업이익, 구단 수익성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는 2,000만 달러였습니다.
최근 매각 시장에 나왔다가 새 주인을 못 찾은 에인절스ㆍ내셔널스ㆍ트윈스와 달리 파드리스가 오히려 사상 최고가에 팔린 이유로는, 안정적인 관중 동원력과 갤러거 스퀘어를 활용한 연중 행사 수익이 꼽힙니다.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국내 KBO 구단들은 대부분 지자체가 구장을 소유하고, 구단은 장기 운영권 협약을 맺어 관리비 수준의 낮은 임대료만 내는 대신 광고ㆍ매점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나 인천 SSG 랜더스필드,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처럼 네이밍라이츠 계약에 운영권까지 포함된 사례도 있지만, 이 경우도 구단이 구장 지분 자체를 소유하는 건 아닙니다.
반면 페트코 파크는 구단이 실제 지분 30%를 보유하다가 2034년 시로 이전되는 조건이어서, 구단 매각과 구장 소유권이 함께 거래되는 미국식 구조가 국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 확인됩니다.
KBO에서 구단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구장 지분까지 함께 넘어갈 일은 구조적으로 없다는 뜻인데, 이건 국내 구단 인수를 검토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리스크가 단순하다는 장점으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웨스턴 메탈 서플라이 컴퍼니 건물, 2009년 2월 촬영 · 출처: Wikimedia Commons(XF Law 촬영), CC BY-SA 3.0
39억 달러라는 숫자만 보면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뜯어보면 4년 연속 시즌권 매진과 지역경제 효과 9억 달러대라는 꾸준한 마케팅 성과가 그 값을 뒷받침하고 있었습니다.
구단 하나가 도시 경제와 이렇게까지 밀착해 돌아가는 걸 볼 때마다, KBO 구단들도 지역 밀착도를 숫자로 증명하는 보고서 하나쯤은 정기적으로 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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