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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 필드 전경

시카고 컵스 리글리 필드 후기 — 150주년에 잡은 37년 만의 올스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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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
사이트 운영자가 직접 쓰는 프로스포츠 마케팅 인사이트2026-08-31 · 조회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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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8월 29일 리글리 필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사 소식을 보다가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시카고 컵스가 1876년 내셔널리그 창단 멤버로 참여한 지 정확히 150년이 되는 해라, 구단이 이번 주말(8월 29~30일) 이틀에 걸쳐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열고 있었습니다.

클락 스트리트와 애디슨 스트리트가 만나는 모퉁이에는 네 개 시대의 구단 역사를 새긴 상설 시계탑 “파운더스 클록”이 이날 처음 공개됐고, 팬 투표로 뽑은 1876년부터 현재까지의 역대 최고 선수·감독 40여 명이 “150주년 팀”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발표됐습니다.

마케터 입장에서 더 의미 있는 행사는 따로 있었습니다.

이 150주년과 거의 같은 시점에 리글리 필드가 2027년 7월 13일 올스타전을 유치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1990년 이후 37년 만이자 통산 네 번째(1947년, 1962년, 1990년에 이어)인데, 창단 150년이 넘은 구단이 지금도 새로운 “최초”·”최다” 타이틀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리글리 필드를 마케팅 관점에서 한번 뜯어보기로 했습니다.

리글리 필드 외야 전경, 오른쪽 위에 걸린 시카고 컵스의 W 플래그

출처: Wikimedia Commons(David Wilson, 2017) · CC BY 2.0

이 사진 오른쪽 위에 걸린 하얀 깃발이 바로 컵스를 상징하는 W 플래그입니다.

1937년 스코어보드가 새로 생긴 뒤로 승리하면 흰 바탕에 파란 W, 패배하면 파란 바탕에 흰 L 깃발을 게양해 왔는데, TV 중계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전철(L트레인)을 타고 퇴근하던 팬들이 하늘만 올려다봐도 경기 결과를 알 수 있게 하려는 실용적인 이유에서 시작된 관행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지금과 정반대로 파란 바탕에 흰 W였는데, 1982년 어니 뱅크스의 영구결번식을 계기로 지금의 배색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재미있었습니다.

컵스 공식 홈페이지 150주년 기념 페이지 캡처

출처: 컵스 공식 홈페이지 150주년 기념 페이지 캡처 · 구단 공식 이미지

관중과 티켓

시카고 컵스는 2025시즌 홈 79경기에서 평균 3만 7,259명을 동원해 메이저리그 전체 6위에 올랐습니다.

2019시즌(3만 8,208명) 이후 최고 기록이라고 하며, 이 여세를 몰아 구단은 2026시즌 시즌권 가격을 평균 5~8%(전체 평균 6%) 인상했습니다.

다만 2026시즌은 중반(홈 40경기 누적 139만 7,964명, 경기당 평균 3만 4,949명) 기준으로 보면 순위가 9위로 한 단계 내려온 상태입니다.

티켓 유통 플랫폼 시트긱의 매물 가격을 분석한 한 조사에 따르면 2026시즌 컵스의 홈경기 평균 최저 판매가는 43달러 안팎으로 리그 7위권이었고, 컵스가 원정을 갈 때 상대 구단 티켓값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뉴욕 양키스·LA 다저스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고 합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시즌권 대기 명단입니다.

컵스는 2003년부터 시즌권 대기자 명단을 운영해왔고 한때 대기자가 10만 명을 넘었는데, 2023년 11월 이 명단을 아예 없애고 20경기·41경기·81경기 등 다양한 패키지로 즉시 구매가 가능하도록 바꿨습니다.

20년 넘게 이어온 “줄서기” 방식의 수요 관리를 접고, 오히려 상품 구성을 세분화해 접근성을 넓히는 쪽으로 정책을 뒤집은 셈입니다.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리글리 필드 외야 담장

출처: Wikimedia Commons(Ron Cogswell, 2012) · CC BY 2.0

구장만의 상징 — 아이비 담장과 루프탑

리글리 필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외야 담장을 뒤덮은 담쟁이덩굴일 겁니다.

1937년 당시 구단주였던 필립 K. 리글리가 캘리포니아에서 본 공원 같은 구장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 조경 일가인 클라베이 가문에 의뢰해 보스턴 담쟁이와 일본 노박덩굴을 섞어 심은 게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타구가 이 담쟁이 속으로 사라지면 자동으로 2루타(그라운드룰 더블) 처리되는 규정이 남아 있어, 100년 가까이 이 담장 하나가 구단의 정체성이자 마케팅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는 셈입니다.

담쟁이만큼이나 특이한 건 구장 밖 옥상석, 이른바 “리글리 루프탑”입니다.

1980년대부터 인근 건물주들이 옥상에 좌석을 깔고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한때 이 옥상 좌석 사업 전체 매출이 연간 700만 달러 규모로 커졌습니다.

2000년대 초 구단과 옥상 업주들은 옥상 좌석 매출의 17%, 옥외 광고판 매출의 11%를 구단에 나눠주는 계약을 맺었고, 2009년 구단을 인수한 리케츠 가문은 아예 옥상 건물 16곳 중 11곳을 사들였습니다.

계약이 끝난 나머지 옥상 한 곳과는 2024년부터 소송이 진행 중인데, 구단 측은 법정 서류에서 이 업체를 “기생적”이라고까지 표현했을 정도로 감정이 격해진 상태입니다.

방송권처럼 명확히 선을 긋기 어려운 “구장 밖 관람권”을 100년 가까이 방치해뒀다가 뒤늦게 정리하려니 이렇게까지 갈등이 커지는구나 싶었습니다.

리글리 필드가 내려다보이는 인근 건물의 루프탑 관람석

출처: Wikimedia Commons(Cole Camplese, 2016) · CC BY 2.0

공간 활용과 F&B

1914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보니 콘코스(관중석 뒤 통로 공간)가 좁다는 평가는 꾸준히 나옵니다.

현지의 한 야구장 전문 리뷰 사이트는 1층 콘코스가 비좁고 관중 동선이 복잡해, 좌석이 그라운드에서 15줄 이상 떨어져 있으면 계단과 경사로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고, 음식 카테고리에는 5점 만점에 2점을 준 리뷰도 있었습니다.

같은 리뷰는 차라리 경기장 밖 리글리빌 상권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하는데, 시카고 스타일 핫도그나 2파운드짜리 노스사이드 트위스트 프레즐 같은 구장 명물은 여전히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콘코스가 좁다는 약점을 구단이 정면 돌파한 방식이 구장 서쪽 출입구 바로 바깥의 “갤러거 웨이”입니다.

2에이커(약 8,090제곱미터, 축구장 하나와 비슷한 크기) 부지에 173실 규모 부티크호텔 “재커리”(리글리 필드를 설계한 건축가 재커리 테일러 데이비스의 이름을 땄습니다)와 오피스·상업시설, 야외 이벤트 광장을 함께 넣어, 경기가 없는 날에도 콘서트·야외 영화 상영·마켓 같은 행사로 사람을 모읍니다.

이 개발은 구단주 리케츠 가문의 부동산 계열사 히코리 스트리트 캐피털이 직접 진행했는데, 콘코스 안에서 못 늘리는 체류 시간과 소비를 구장 담장 밖 부동산에서 만들어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리글리 필드 서쪽에 조성된 갤러거 웨이 광장

출처: Wikimedia Commons(Sea Cow, 2022) · CC BY-SA 4.0

웨이블랜드 애비뉴에서 바라본 리글리 필드와 갤러거 웨이

출처: Wikimedia Commons(Adc95, 2022) · CC BY-SA 4.0

상품(MD)과 광고 인벤토리

컵스는 2024년부터 스컴버그에 본사를 둔 통신기업 모토로라와 다년 계약을 맺고 유니폼 소매에 로고 패치를 붙이고 있습니다.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구단 상업담당 임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리그 상위권”이라고 밝힌 걸 감안하면, 리그 평균(연 700만~800만 달러 수준)보다는 훨씬 높고 최상위권인 양키스·블루제이스(연 2,000만 달러 안팎)에 근접한 금액으로 추정됩니다.

흥미로운 건 네이밍라이츠(시설에 기업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리) 정책입니다.

컵스는 “리글리 필드”라는 구장 이름 자체는 절대 팔지 않지만, 그 안의 공간은 거의 다 조각내어 판매합니다.

서쪽 광장과 게이트는 보험중개사 갤러거(“갤러거 웨이”)가, 좌측 담장 위 광고판과 앞으로 지어질 애디슨·셰필드 교차로 출입구는 보험사 윈트러스트(“윈트러스트 게이트”)가, 정문 마퀴 간판 아래 패널은 토요타가, 중층 프리미엄 라운지는 보험대리점 어슈어런스(“어슈어런스 클럽”)가 각각 이름을 얻었고, 외야 블리처스(외야 관중석 구역)에는 버드와이저, 내부 VIP 라운지에는 아우디 브랜드가 붙어 있습니다.

구장 이름 하나는 절대 안 팔되 그 안의 모든 조각을 개별 상품으로 쪼개 파는 전략인 셈입니다.

클락 스트리트 3637번지의 상설 팀스토어와 경기일 임시 매장에서는 리글리 필드 모양 스노우글로브 같은 기념품이 꾸준히 팔리고, 올해는 150주년 기념 로고를 새긴 한정판 상품 라인도 별도로 나왔습니다.

중계권과 지역 경제효과

컵스 중계는 2020년 싱클레어 방송그룹과 구단이 공동 설립한 리저널 스포츠 네트워크(특정 지역에서만 송출되는 케이블 스포츠 전문 채널) “마키 스포츠 네트워크”가 맡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컴캐스트와 재송신 협상이 틀어지면서 채널이 더 비싼 요금제로 밀려나는 갈등을 겪었지만, 2026년 3월부터는 훌루+라이브TV와 프라임비디오에서도 볼 수 있게 되면서 유통망을 다시 넓혔습니다.

포브스가 2026년 발표한 구단가치는 52억 5,000만 달러메이저리그 4위권이고, 매출은 5억 9,900만 달러, 입장수입은 2억 4,000만 달러, 영업이익은 5,800만 달러 수준입니다.

구단과 구장이 지역에 미치는 효과도 상당합니다.

리글리빌 인근 술집·식당·상점 80여 곳이 경기장 특수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고, 이 상권이 지키는 일자리가 7,000개, 원정 팬 한 명이 경기당 지역에서 쓰는 돈이 평균 104달러 수준이라는 조사도 있습니다.

여기에 2027년 7월 13일 올스타전까지 열리면, 사흘 안팎의 행사 기간에 몰릴 방문객 소비가 지역 경제에 또 한 번 얹힐 것으로 보입니다.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컵스는 1876년 내셔널리그 창단 멤버이니 올해로 150년, 리글리 필드는 1914년 개장이니 올해로 112년째인 구장입니다(메이저리그에서 펜웨이파크 다음으로 오래된 현역 구장입니다).

국내에서 모기업이 바뀌지 않고 가장 오래 이어진 구단은 1982년 1월 창단한 두산 베어스(전신 OB 베어스)로 올해 44주년인데, 이것만 봐도 리그의 절대 연차 자체가 3분의 1도 안 되는 셈입니다.

이 역사 격차보다 제 눈길을 더 끈 건 네이밍라이츠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였습니다.

국내에서는 한화생명 볼파크·삼성 라이온즈 파크처럼 구장을 소유·운영하는 모기업이 구장 이름 전체를 자사 브랜드로 붙이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리글리 필드는 정반대로 구장 이름은 100년 넘게 손대지 않으면서, 그 안의 광장·게이트·라운지·불펜석 하나하나에 서로 다른 제3자 기업을 붙여 파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브랜드 자산을 하나로 뭉쳐 파느냐, 잘게 쪼개서 여러 곳에 파느냐의 차이인데, 둘 다 결국 “누구의 이름을 구장에 남길 것인가”라는 같은 질문에 다른 답을 낸 셈입니다.

150주년 기념식과 37년 만의 올스타전 유치라는, 겉으로는 완전히 다른 두 소식을 나란히 놓고 보니 결국 하나의 이야기더군요.

오래된 자산일수록 새로운 이벤트를 하나씩 얹어가며 브랜드를 계속 갱신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갱신 비용을 구장 이름이 아니라 그 안의 자잘한 공간들에서 충당해왔다는 것입니다.

국내 구단들도 언젠가는 “오래된 구장을 어떻게 계속 새롭게 팔 것인가”라는 같은 숙제를 마주하게 될 텐데, 리글리 필드가 100년 넘게 답해온 방식이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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