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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4일 금요일 저녁, 르브론 제임스는 자신의 SNS에 문구 하나를 올렸습니다. “이게 내 마지막 결정이 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유니폼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은퇴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던 41세의 베테랑이 향한 곳은 필라델피아였고, 사흘 뒤인 7월 27일 구단이 공식 발표를 내면서 2년 800만 달러(선수 옵션 포함) 계약이 확정됐습니다.
현직 마케터 입장에서 이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들여다본 건 경기 일정표가 아니라 리셀 티켓 거래 데이터였습니다. 발표 몇 시간 만에 벌어진 숫자들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한 달 반쯤 지난 9월 8일에는 세븐티식서스와 필라델피아 플라이어스가 2030년 개장을 목표로 한 새 아레나의 첫 외관 렌더링까지 공개했습니다. 같은 오프시즌 안에 스타 선수 영입과 신규 시설 투자 소식이 나란히 나온 구단이라 리서치해볼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출처: 세븐티식서스 공식 홈페이지 · 르브론 제임스 합류 발표 이미지
관중과 티켓
세븐티식서스의 홈구장은 20,478석 규모(입석 포함 21,305석, 농구 기준으로는 21,000석 안팎)이고, 2025-26시즌(르브론 합류 전) 총관중은 78만 8,871명으로 NBA 30개 구단 중 9위를 기록했습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르브론 발표 이후의 변화 폭에 비하면 평범한 숫자로 보일 정도입니다. 리셀 티켓 플랫폼 스텁허브는 발표 몇 시간 만에 세븐티식서스 경기 수요가 약 200배, 팀 검색량은 약 470배 뛰었다고 밝혔습니다.
프리시즌 티켓 판매 첫 주 수요는 지난해 같은 시점 대비 약 15배였고, 홈 개막전 티켓은 리셀 시장에서 약 500달러까지 올라 지난 시즌 같은 자리(약 100달러)의 다섯 배 수준입니다.
평균 티켓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00% 넘게 올랐고, 뉴욕 닉스와의 개막전은 일부 좌석이 4만 8천 달러에 육박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이 시즌 세븐티식서스 홈경기 10경기 중 9경기가 NBA 전체에서 티켓값이 가장 비싼 상위 10경기 안에 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시즌권도 구단 홈페이지에 “수요 급증”으로 표시되는 등, 아직 개막도 하지 않은 시즌의 티켓 시장이 선수 한 명의 계약으로 이렇게 요동친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Peetlesnumber1) · CC BY-SA 4.0 · 세븐티식서스 홈경기가 열리는 아레나 내부(2016년 12월 레이커스전 당시)
공간 활용과 F&B
현재 이름은 엑스피니티 모바일 아레나지만, 세븐티식서스가 실제로 쓰는 공간은 콤캐스트 스펙타코(플라이어스 구단과 현재 아레나를 소유한 회사)의 건물을 빌려 쓰는 형태입니다.
이 건물은 2025년까지 약 4억 달러를 들인 다년간 리노베이션을 마쳤는데, 프리미엄 클럽·스위트 공간 확충, 콘코스(관중석 사이 통로) 확장, 매점 대기시간을 줄이는 프릭션리스 결제, 고성능 와이파이 등이 핵심이었습니다.
현지 관람 후기들을 찾아보면 반응이 엇갈립니다. 좌석 폭이 좁고 무릎 공간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여러 후기에서 반복되는 반면, 매점 수 자체가 많아 하프타임에도 줄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다만 휴식 시간대에 사람이 몰리기 전에 미리 콘코스를 둘러보라는 팁을 남긴 후기도 있었는데, 이건 결국 시설이 아무리 넓어져도 피크 타임 동선 설계가 관람 만족도를 가르는 변수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좌석 자체를 넓히는 건 기존 건물 구조상 한계가 있으니, 세븐티식서스 입장에서는 콘코스·매점 개선으로 체감 만족도를 끌어올린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Jen Smith) · CC BY 3.0 · 2019년 촬영된 구장 외관. 당시 이름은 “웰스파고 센터”였고, 2025년 “엑스피니티 모바일 아레나”로 다시 바뀌었습니다.
상품(MD)과 광고 인벤토리
르브론 발표 이후 가장 빠르게 반응한 건 유니폼 시장이었습니다. 공식 유통사 패너틱스에 따르면 르브론의 세븐티식서스 유니폼은 발표 48시간 만에 팀을 옮긴 선수 유니폼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며 2023년 오타니의 다저스 이적 당시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성인용 23번 스윙맨 유니폼 초도 물량은 약 2시간 만에 품절됐습니다. 아레나 안의 공식 매장 아웃피터스 팬숍에서는 ’47 브랜드나 미첼앤네스 같은 브랜드의 단독 상품도 함께 판매됩니다.
광고 인벤토리 쪽에서는 유니폼 패치가 흥미로운 타이밍을 맞고 있습니다. 세븐티식서스는 2016년 스텁허브와 함께 미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유니폼 패치 스폰서십을 시작한 구단인데, 지금은 그 자리를 이어받은 크립토닷컴과의 6년 계약이 2026-27시즌을 끝으로 만료됩니다.
업계에서는 르브론의 글로벌 인지도 덕분에 다음 패치 계약이 훨씬 비싼 값에 팔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스타 한 명의 영입이 굿즈 매출은 물론 유니폼 광고 단가까지 밀어올리는 셈인데, 마케터로서는 이 타이밍이 우연이 아니라 계약 만료 시점을 고려한 영입 전략의 부산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계권과 지역 경제효과
세븐티식서스 지역 중계는 1997년부터 NBC 스포츠 필라델피아가 맡아왔고, 이번 시즌 67~69경기를 중계하며 피콕 앱으로도 스트리밍됩니다.
르브론 합류 소식이 전해지자 NBC 스포츠 필라델피아가 인력 충원에 나섰다는 현지 보도가 있었을 만큼, 중계 쪽에서도 체감하는 파급력이 컸던 모양입니다.
리그 차원에서도 세븐티식서스 경기 중 최대 15경기가 ABC·NBC·아마존 프라임비디오 같은 전국 단위 중계 창구에 배정될 전망입니다.
한편 새 아레나 프로젝트는 티켓·유니폼과는 결이 다른 숫자로 움직입니다. 세븐티식서스 구단주 해리스 블리처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콤캐스트 스펙타코가 50대 50으로 투자하는 이 프로젝트는 필라델피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완전 민간 자본 사업으로 소개되고 있고, 향후 10년간 지역에 약 60억 달러의 경제 효과와 약 1만 5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추산됩니다.
새로 걷히는 세금 수익 일부는 필라델피아 교육청 재원으로도 쓰일 예정입니다. 구단 공동설립자 조시 해리스는 새 아레나 발표에서 “필라델피아 팬들은 세계 최고의 아레나를 누릴 자격이 있고, 우리는 콤캐스트와 함께 그걸 만들기 위해 파트너십을 맺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지금 쓰는 엑스피니티 모바일 아레나의 네이밍라이츠 계약 기간이 2030-31시즌까지라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새 아레나 개장 목표 시점과 거의 맞물립니다.

출처: 필라델피아 플라이어스 공식 홈페이지 · 2030년 개장을 목표로 하는 새 아레나 외관 렌더링(가상 이미지)
구장의 이름과 전통
세븐티식서스 홈구장은 1996년 문을 연 뒤 이름이 꽤 자주 바뀌었습니다. 코어스테이츠 센터(1996~1998) → 퍼스트유니언 센터(1998~2003, 필라델피아 팬들 사이에서 장난스럽게 “F.U. 센터”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 와코비아 센터(2003~2010) → 웰스파고 센터(2010~2025) → 엑스피니티 모바일 아레나(2025~현재)로 이어지는데, 은행이 몇 차례 합병을 거치며 건물 이름도 따라 바뀐 셈입니다.
네이밍라이츠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던 시절부터 이 건물은 늘 누군가의 이름을 달고 있었던 겁니다.
시설 자체에는 필라델피아식 유머와 역사도 배어 있습니다. 세븐티식서스는 승리 후 라커룸 근처에서 자유의 종(리버티 벨) 복제품을 울리는 세리머니를 이어오고 있는데, 이 전통은 팀 성적이 바닥이던 “더 프로세스” 리빌딩 시기에 필라델피아의 역사적 상징을 빌려와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종을 울릴 선수를 정하는 기준은 따로 없어서, 그날 최다 득점자일 수도 있고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일 수도 있습니다.
마스코트는 2015년부터 등장한 파란 털의 개 캐릭터 ‘프랭클린’이 맡고 있는데, 필라델피아를 상징하는 벤저민 프랭클린에서 이름을 땄습니다. 화려한 스타 영입 뉴스 옆에 이런 소소한 도시 밀착형 전통이 함께 있다는 게, 오래된 구단이 브랜드를 관리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세븐티식서스의 이번 새 아레나 프로젝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구단이 ‘세입자’에서 ‘공동 소유주’로 지위가 바뀐다는 점입니다.
지금 쓰는 아레나는 콤캐스트 스펙타코 소유라 세븐티식서스는 임대료를 내고 홈경기만 치르는 입장이었지만, 새 아레나부터는 50대 50 지분으로 직접 참여해 네이밍라이츠나 각종 부대수익을 함께 나누게 됩니다.
이 구조 변화는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창원 NC파크는 창원시 소유 시설이지만, NC 다이노스가 2019년부터 2044년까지 25년간 구장을 쓰는 대가로 총 330억 원(건설비 선납분 100억 원 포함)을 내는 대신, 그 기간 동안 구장 명칭 사용권과 광고권, 매점·주차장 운영 수익까지 구단이 직접 행사하는 구조로 계약했습니다.
단순히 세를 내고 경기만 하는 게 아니라, 운영권 전체를 가져와 부대수익을 구단 몫으로 만든 겁니다.
세븐티식서스가 굳이 콤캐스트와 50대 50 조인트벤처를 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 임대인 지위로는 아무리 인기가 높아져도 입장권 매출 바깥의 수익을 온전히 가져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스타 선수 한 명이 만든 수요를 최대한 구단 재무제표 안으로 끌어오려면, 결국 건물 자체를 누가 소유하고 운영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시즌 개막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고, 르브론이 실제로 코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다만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부터 티켓 거래소와 유니폼 매장, 중계사 인력 계획까지 동시에 움직였다는 건 스타 마케팅의 파급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는 걸 새삼 확인시켜 줍니다. 여기에 신구장 투자까지 같은 시기에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세븐티식서스가 이 타이밍을 상당히 계획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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