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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런던 스타디움

런던 스타디움 후기 — 강등되고도 1조 원 인수전, 팔리지 않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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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운영자가 직접 쓰는 프로스포츠 마케팅 인사이트2026-08-21 · 조회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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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시끌시끌했던 소식은 우승팀도, 대형 이적도 아니었습니다. 지난 시즌 강등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지분을 놓고,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사우디 국부펀드 인수를 성사시켰던 그 인물이 다시 등장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현직 마케터로서 이 뉴스를 접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강등된 지 두 달 된 구단에 이 정도 몸값이 매겨진다고?”였습니다. 리서치를 해보니 숫자 뒤에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 정작 이 구단의 홈구장은 10년 넘게 이름 하나를 못 팔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소유구조 격변 — 강등 두 달 만에 벌어진 2,850억 원짜리 지분 인수전

웨스트햄은 2025-26시즌 최종 18위로 시즌을 마치며 17위 토트넘 홋스퍼에 승점 2점 뒤져 강등권에 걸렸습니다. 2012-13시즌 승격 이후 14시즌 만에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를 떠나 챔피언십(2부리그)으로 내려간 것입니다.

그런데 강등 확정 두 달 만인 지난 8월 1일, 구단 공동회장이던 바네사 골드(데이비드 골드 전 회장의 딸로, 2023년 부친 별세 후 지분을 물려받았습니다)가 자신의 가족 지분 25.1%를 매각하기로 했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매수자로 나선 건 아만다 스테이블리와 남편 메르다드 고두시가 이끄는 PCP캐피털파트너스(애슐랜드포레스트캐피털파트너스와 컨소시엄 구성)입니다. 스테이블리는 2021년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뉴캐슬 유나이티드 인수(3억 500만 파운드 규모)를 성사시킨 인물로, 이후 뉴캐슬 지분을 PIF·RB스포츠앤미디어에 넘기고 2024년 물러난 뒤 다시 축구 구단 투자에 나선 상황입니다. 이번 거래 규모는 1억 5,000만 파운드(약 2,850억 원)로, 이는 구단 전체 가치를 약 5억 9,800만 파운드(약 1조 1,300억 원)로 평가한 셈입니다.

다만 이 거래는 아직 완결되지 않았습니다. 기존 주주에게 우선매수권(프리엠션)이 있어, 지분 38.8%를 보유한 최대주주 데이비드 설리번과 27%를 보유했던 체코 투자자 다니엘 크레틴스키(EP그룹)가 같은 가격에 지분을 사들여 스테이블리 컨소시엄을 막을 수 있는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특히 크레틴스키는 자신의 지분 중 2%가량을 동료 사업가 야쿠프 하브를란트에게 넘겨 보유 지분을 27%에서 25% 아래로 낮췄는데, 이는 골드 가문 지분까지 우선매수권으로 사들이더라도 지분율이 50%를 넘지 않게 해 전체 지분 인수 의무(잔여 지분 공개매수 규정)를 피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구단 측은 우선매수 절차에 약 두 달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으니, 이 글을 쓰는 시점(8월 20일)에도 최종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성적이 곤두박질쳐도 프리미어리그라는 플랫폼 자체의 브랜드 가치는 꺾이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눈여겨볼 만합니다.

런던 스타디움(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홈구장) 항공 전경

런던 스타디움(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홈구장) 항공 전경 · 출처: Arne Müseler(arne-mueseler.com), CC BY-SA 3.0 DE

관중과 티켓 — 강등 시즌에도 흔들리지 않은 관중석

성적과 별개로 관중 숫자만 보면 웨스트햄은 오히려 프리미어리그 상위권이었습니다. 62,500석 규모인 런던 스타디움은 강등이 확정된 2025-26시즌에도 평균 62,347명이 들어차며 유효좌석 점유율 99.9%를 기록했고, 이는 리그 전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습니다.

구단은 강등 이후인 2026-27시즌 시즌권 가격을 오히려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밴드별로 최저가는 310파운드(약 59만 원, 만 18세 미만 전용 최저 구간인 99파운드는 제외), 최고가(밴드1)는 1,200파운드(약 228만 원) 수준으로, 리그가 내려가도 관중 기반만은 지키겠다는 계산으로 읽힙니다.

공간 활용, F&B와 상품(MD) — 기술은 앞서가는데 만족도는 별개

런던 스타디움의 케이터링은 델라웨어노스가 맡고 있는데, 콘코스에 이비어(EBar)라는 자동 생맥주 기계(10초 안에 한 잔을 따라주는 방식)와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을 활용한 무인 결제 매대 바탭(Bar Tap)을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특정 구역은 매대 수가 적어 대기줄이 길고, 카드 결제가 안 되는 매대도 있다”는 불만이 꾸준히 올라옵니다.

생맥주 한 잔이 6파운드(약 1만 1,000원), 핫도그가 7.5파운드(약 1만 4,000원) 수준이라는 가격 지적도 꽤 눈에 걸립니다.

현직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최신 기술을 들여놨다고 해서 현장 만족도가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 눈에 띄었습니다.

콘코스 옆 스타디움 스토어(구단 플래그십 매장)는 레플리카 유니폼과 응원용품을 팔고, 매장 안에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커피 컴퍼니라는 카페까지 함께 운영합니다. 스타디움 매장 외에도 롬퍼드·서로우(레이크사이드)·베이질던 등 런던 동부 쇼핑몰 3곳에 별도 매장을 두고 있어, 경기장 밖에서도 상품(MD) 접점을 넓혀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런던 스타디움 옆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스타디움 스토어 내부

런던 스타디움 옆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스타디움 스토어 내부(2021년 7월 촬영) · 출처: CybJubal, CC BY-SA 4.0

광고 인벤토리와 네이밍라이츠 — 10년 넘게 못 판 이름값

런던 스타디움은 2012년 런던올림픽 주경기장을 개조한 시설로, 런던시 산하 공공기관 소유입니다. 웨스트햄은 2016년부터 이 경기장을 99년 장기 임차해 쓰는 세입자일 뿐, 소유주가 아닙니다. 그래서 경기장 이름을 파는 네이밍라이츠 협상의 주체도 구단이 아니라 공공기관인 런던레거시개발공사(LLDC)입니다.

통신사 보다폰이 2,000만 파운드(약 380억 원) 규모 계약을 논의하다 철회했고, 이후 유력 후보로 떠올랐던 알리안츠마저 결국 럭비 국가대표팀 홈구장인 트위크넘과 계약을 맺으며 무산됐습니다. 업계에서는 명칭사용권 가치를 연 500만~1,500만 파운드(약 95억~285억 원) 수준으로 보는데, 이 중 처음 400만 파운드(약 76억 원)는 LLDC가 먼저 가져가고 나머지만 구단과 반씩 나누는 구조라, 스폰서 입장에서도 협상 상대와 수익 배분이 복잡해 매력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경기장 운영 자체도 연간 약 1,900만 파운드(약 361억 원)의 손실을 내고 있는데, 웨스트햄의 강등으로 구단이 부담하던 임대료(연 250만 파운드 수준 임대료에 최초 1,500만 파운드 일시 분담금)마저 계약 조건상 줄어들 것으로 보여 적자 폭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비축구 이벤트(콘서트 등) 수익도 구단이 아니라 LLDC로 귀속되는데, 뉴엄구청 규정상 비축구 이벤트를 연 10회로 제한하고 있어(같은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연 50회까지 허용됩니다) 그마저도 확대가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공공 소유 경기장이라는 조건이 안정적인 장기 임차를 보장해주는 대신, 스폰서십과 부가 수익 설계의 자유도는 오히려 낮출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다가왔습니다.

런던 스타디움 진입로 다리에 걸린 대형 WEST HAM UNITED 시그니지와 스폰서 광고보드

런던 스타디움 진입로 다리에 걸린 대형 WEST HAM UNITED 시그니지와 스폰서 광고보드(2023년 11월 촬영) · 출처: Matt Brown, CC BY 2.0

중계권과 지역 경제효과

강등으로 웨스트햄은 프리미어리그 완전 분배 방송수익 대신 낙하산 지원금을 받습니다. 2026-27시즌(강등 첫해)에는 이전 리그 방송수익의 55%에 해당하는 약 5,500만 파운드(약 1,045억 원)가 책정돼 있습니다. 챔피언십 경기는 스카이스포츠가 시즌 1,000경기 이상을 생중계하는 계약 안에서 편성되고, 해외 팬들은 구단 자체 채널인 웨스트햄TV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지역 경제효과 쪽은 숫자가 꽤 두툼합니다.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원정팬을 포함해 관중 1인당 경기장 밖에서 쓰는 돈이 평균 27파운드(약 5만 1,000원) 수준이고, 시즌 방문객 규모를 고려하면 스트랫포드 지역에 연간 약 5,000만 파운드(약 950억 원)가 유입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런던레거시개발공사는 2016년 이후 올림픽파크 일대의 누적 경제효과를 12억 파운드(약 2조 2,800억 원), 창출된 일자리를 5,000개로 집계해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웨스트햄 한 구단만의 성과라기보다 올림픽파크 전체 재개발 사업의 결과라는 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때 런던에서 가장 낙후했던 지역으로 꼽히던 스트랫포드가 지금은 교통 요지이자 재생 성공 사례로 꼽히는데, 그 변화의 한 축을 이 경기장과 구단이 담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런던 스타디움 내부, 그라운드를 둘러싼 붉은색 육상 트랙

2021년 UEFA 유로파리그 세비야전 당시 런던 스타디움 내부, 그라운드를 둘러싼 붉은색 육상 트랙이 눈에 띈다 · 출처: Sustain Health Magazine, CC BY-SA 4.0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이 사례를 들여다보다 문득 떠오른 게 서울월드컵경기장이었습니다. FC서울의 홈구장이지만 정작 소유·관리 주체는 구단이 아니라 공기업인 서울시설공단입니다. 구단은 경기만 치르고 매점 같은 부대시설은 따로 임차해야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런던 스타디움과 웨스트햄의 관계와 뼈대가 닮았습니다. 그리고 마침 지난해 12월, 서울시도 비슷한 실험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처음으로 월드컵경기장과 고척스카이돔 같은 시립체육시설의 명칭사용권을 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고척스카이돔의 경우 5년 계약 기준 명칭사용권 가치가 약 197억 원으로 산정됐다고 하니, 서울시도 이제 막 “공공시설 이름을 파는” 실험을 시작하는 단계인 셈입니다.

웨스트햄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이름을 파는 것 자체보다 공공기관과 구단 사이의 수익 배분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실제 스폰서 유치 성패를 가른다는 점입니다.

서울시도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이 부분을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유구조 관점에서 보면 차이도 있습니다. 국내는 아직 사모펀드나 해외 투자자가 프로축구 구단 지분을 사고파는 시장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아서, 스테이블리 컨소시엄 같은 지분 인수전은 한국 프로축구 생태계에서는 낯선 그림입니다.

강등이라는, 구단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 한복판에서도 지분 인수전이 붙고 몸값이 1조 원 넘게 매겨지는 걸 보면서, 성적 부진보다 오히려 소유구조와 부동산 계약의 디테일이 브랜드 가치를 더 크게 좌우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10주 새 프리미어리그에서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토트넘·웨스트햄·리버풀 네 구단에서 연쇄적으로 지분 변동 이슈가 터진 걸 보면, 이 흐름이 웨스트햄 한 곳만의 이야기로 끝나지는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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