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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승 97패. 이정후 선수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2026 정규시즌을 마친 최종 성적입니다(Baseball-Reference 팀 기록).
이정후는 143경기에서 타율 2할 7푼 6리, 10홈런 57타점을 남겼고, 9월 21일 파울 타구에 사타구니를 맞아 부상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복귀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습니다.
이 시즌의 마지막 달에 구단이 내놓은 마케팅이 유독 오래 남았습니다. 시즌권을 가진 팬이 9월 홈경기에 직접 오면 다음 시즌 티켓에 쓸 수 있는 크레딧을 돌려주겠다는 제안이었고, 기본 15%에 경기를 이기면 5%를 더 얹는 구조였습니다.
성적이 무너진 시즌에 프로구단이 팬에게 건넬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 현직 마케터로서 궁금해져 오라클 파크 이야기를 처음부터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경기장 이름이 어떻게 팔렸는지, 바다와 맞닿은 구조가 어떤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올해 관중석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숫자 위주로 짚어 보겠습니다.

사진: FASTILY 촬영, 2023년 7월 26일 · 출처: Wikimedia Commons 원본 파일 페이지 · 라이선스: CC BY-SA 4.0 · 외야 너머로 만(bay)이 펼쳐진 모습

사진: Missvain(Sarah Stierch) 촬영, 2025년 8월 31일 · 출처: Wikimedia Commons 원본 파일 페이지 · 라이선스: CC0 공개(퍼블릭 도메인 헌정) · 윌리 메이스 게이트(정문) 일대
맥코비 코브, 바닷물에 직접 떨어져야 기록이 되는 홈런
오라클 파크 오른쪽 담장 너머에는 작은 만이 있습니다. 공식 지명은 차이나 베이슨(China Basin)이지만 야구 팬들은 맥코비 코브라고 부르는데, 이 이름은 구단이 붙인 게 아니라 신문 칼럼니스트들의 작명에서 시작됐습니다.
위키피디아의 설명으로는 산호세 머큐리뉴스의 마크 퍼디가 ‘맥코비 채널’ 같은 이름을 던졌고, 오클랜드 트리뷴의 레너드 코펫이 더 시적인 ‘맥코비 코브’를 내놓아 굳어졌다고 합니다. 한 번도 공식 명칭이 된 적은 없지만 구단 전설 윌리 맥코비의 이름을 단 이 만은 이제 구장의 얼굴이 됐습니다.
여기에 홈런 공이 바닷물로 곧장 떨어지는 것을 스플래시 히트(splash hit)라고 부릅니다. 첫 기록은 개장 첫해인 2000년 5월 1일 배리 본즈가 때린 홈런이었고, 본즈는 통산 35개로 이 부문 독보적 1위입니다.
위키피디아 오라클 파크 문서에는 2026년 8월 기준 자이언츠 선수가 때린 스플래시 히트가 110개로 나옵니다. 본즈의 통산 500호 홈런(2001년 4월 17일)이 스플래시 히트였다는 일화도 유명합니다.

사진: Missvain(Sarah Stierch) 촬영, 2025년 8월 31일 · 출처: Wikimedia Commons 원본 파일 페이지 · 라이선스: CC0 공개(퍼블릭 도메인 헌정) · 오른쪽 담장 밖 맥코비 코브
한국 독자에게 이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이정후입니다. 한국인 1호 스플래시 히트의 주인공이 될 뻔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는데, 올해만 두 번 문턱까지 갔습니다.
4월 마이애미전 8회에 때린 타구는 담장을 넘고도 바다에 닿기 전 보행로에 맞아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고(MK스포츠), 8월 10일 휴스턴전 5회의 솔로포(시즌 9호)는 물 위로 떨어지기 30cm 앞에서 난간에 맞고 튕겨 나왔습니다.
이정후는 두 번 모두 아쉬움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언젠가는 해내겠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만 위에는 카약과 보트가 모입니다. 홈런 공을 건지려고 그물을 챙겨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하죠.
구장 인근의 카약 대여업체는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15분 간격으로 손님을 내보내고, 1인용이 시간당 45달러, 2인용이 60달러라고 안내합니다.
3월 25일 넷플릭스로 중계된 개막전에서는 본즈의 한 시즌 73홈런을 기념해 넷플릭스 로고를 단 카약 73척이 만에 띄워졌다는 현지 보도도 있었습니다.
마케터 눈에는 이 대목이 가장 부러웠습니다. 좌석을 한 장도 팔지 않아도 구장 밖 바다가 체험 상품이 되고, 방송 화면에는 구장의 정체성이 저절로 노출됩니다.
한국 매체들이 이정후의 두 번째 도전을 ‘30cm’라는 숫자로 제목에 올린 걸 보면, 이 스토리는 경기 결과와 따로 소비되는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성적이 바닥인 시즌에도 구단이 팔 수 있는 이야기가 구장 안에 이미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자이언츠는 어떤 팀인가 — 1883년 뉴욕에서 2026년 65승 97패까지
자이언츠는 1883년 뉴욕 고섬스(Gothams)라는 이름으로 창단해 1958년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긴 구단입니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1905, 1921, 1922, 1933, 1954, 2010, 2012, 2014년 모두 8번, 내셔널리그 우승은 23번이고, 뉴욕 시절부터 이어진 다저스와의 라이벌 관계는 팀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오래된 라이벌 구도 가운데 하나로 소개됩니다(위키피디아 구단 문서).
지금의 팀은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올해 지휘봉은 프로 코치 경험 없이 대학 야구팀(테네시대)에서 곧바로 영입된 토니 비텔로 감독이 잡았고(위키피디아 2026 시즌 문서), 야구 운영 사장은 선수 시절 월드시리즈 3회 우승을 이끈 포수 버스터 포지입니다(SF 스탠더드).
이정후는 2023년 12월 6년 1억 1,300만 달러 계약으로 입단한 선수로, 올해 성적은 타율 2할 7푼 6리·OPS(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종합 타격 지표) 0.724였습니다.
라파엘 데버스는 37홈런을 쳤지만 팀 성적은 따라오지 않았고, 구단은 9월 6일 포스트시즌 진출이 무산돼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습니다. 트레이드 마감 즈음에는 주전급 선수 여럿이 팀을 떠났다는 국내 보도도 있었습니다.
관람 팁은 단순합니다. 바닷가 구장이라 여름 저녁에도 쌀쌀하다는 안내가 많아서, 겹쳐 입기를 권합니다.
교통은 칼트레인 4번가·킹 스트리트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대중교통이 권장되며, 주차는 제한적이고 비싸다는 평입니다(Stadium Journey).
이정후를 응원하는 팬 모임 ‘Hoo Lee Gans’는 2025년 초 51명(이정후 등번호)으로 출발해 5월 한국 문화 행사(코리안 헤리티지 나이트)에 100명 넘게 모였고, 그날 이정후는 3점 홈런을 날렸습니다(코리아타임스 2025년 5월 보도).
관중과 티켓 — 285만 명이 찾았는데 구단이 불안했던 이유
올해 홈 관중은 총 2,856,810명으로 내셔널리그 15개 팀 가운데 5위였습니다(Baseball-Reference).
81경기로 나누면 경기당 약 3만 5,300명인데, 이 평균은 제가 직접 계산한 값이라 구단 공식 평균과는 근소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25년 평균이 약 3만 6,100명이었으니 2% 안팎 줄어든 셈이고, 월별로 보면 4월 약 3만 7,000명에서 8월 3만 2,000명 아래, 9월 약 3만 2,500명으로 내려앉았습니다(Around the Foghorn).
올 시즌 최저치는 8월 하순 평일 경기의 24,130명이었습니다. 이 구장은 2010년 10월부터 2017년 7월까지 530경기 연속 매진이라는 기록을 가진 곳(위키피디아 오라클 파크)이라 그 낙차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사진: FASTILY 촬영, 2023년 7월 26일 · 출처: Wikimedia Commons 원본 파일 페이지 · 라이선스: CC BY-SA 4.0 · 화면 캡처 후 일부 잘라냄 · 야간 경기 중 관중석과 중앙 전광판, 외야 너머의 만(bay)
신호는 개막 때부터 있었습니다. 3월 25일 양키스와의 개막전은 넷플릭스가 독점 중계한 첫 MLB 개막전이었고, 미국 시청자 297만 명으로 단축 시즌이던 2020년을 빼면 2017년 이후 개막전 최다 시청 기록이었습니다(Sports Media Watch).
그런데도 경기 엿새 전까지 현장 티켓이 남아 있었고 입석 최저가가 36시간 만에 97달러에서 69달러로 내려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당일 입장 관중은 40,856명이었습니다(SF 스탠더드).
9월의 크레딧은 이런 흐름 끝에 나온 처방이었습니다. 미국 매체 야후스포츠가 전한 조건은 이렇습니다.
시즌권 보유자가 9월 중하순 세인트루이스·미네소타와의 홈 시리즈 6경기에 직접 입장하면 티켓 가격의 15%를 크레딧으로 돌려주고, 자이언츠가 이기면 5%를 더해 최대 20%까지 줍니다. 100달러짜리 티켓이면 경기당 15~20달러, 6경기를 모두 오면 90~120달러입니다.
현금이 아니라 미래 구매에만 쓰는 계정 크레딧이고,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되판 표는 대상에서 빠집니다(Yahoo Sports). 보도마다 시리즈 날짜 표기가 조금씩 달라 정확한 날짜는 적지 않았습니다.
구단은 시즌권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학교가 개학한 뒤라 평일 경기 관중 모으기가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합니다.
같은 시기 일반 팬을 겨냥한 장치는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있었습니다. 9월 홈경기 티켓을 사면 2027년 3~5월 홈경기에 쓸 수 있는 ‘팬 감사 바우처’를 주는 제도입니다(구단 공식 안내).
공식 이벤트 목록에는 16달러짜리 ‘팬 밸류 게임’, 10달러부터 시작하는 학생 티켓도 올라와 있습니다(구단 티켓 오퍼 페이지).
제 해석을 덧붙이면 두 제도는 노리는 지점이 다릅니다. 시즌권자 크레딧은 이미 돈을 낸 충성 고객을 경기장으로 불러내 그 자리에서 맥주와 음식, 주차를 쓰게 하려는 장치로 읽힙니다.
실제로 야구 전문 블로그 Around the Foghorn은 구단이 오기만 해도 크레딧을 줄 만큼 빈 좌석을 걱정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반면 바우처는 9월에 산 표를 내년 초반 경기 수요로 돌려놓는, 일종의 재방문 예약입니다.
크레딧이든 바우처든 현금이 나가지 않고 다음 구매로만 쓰게 한 점도 눈에 띄는데, 구단 입장에서는 비어 있는 좌석을 채우면서 재구매까지 묶어 두는 설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Missvain(Sarah Stierch) 촬영, 2025년 8월 30일 · 출처: Wikimedia Commons 원본 파일 페이지 · 라이선스: CC0 공개(퍼블릭 도메인 헌정) · 경기 전 내야 쪽 관중석에서 본 전광판과 외야
공간 활용과 F&B — 마늘 감자튀김, 크랩 샌드위치, 그리고 좁은 콘코스
오라클 파크의 먹거리는 지역색이 분명합니다. 캘리포니아 길로이산 마늘을 버무린 갈릭 프라이는 자이언츠 홈경기에서 시작해 다른 구장으로 퍼진 메뉴로 알려져 있고, 던지니스 크랩 샌드위치와 기라델리(Ghirardelli) 아이스크림 선디도 대표 메뉴입니다.
미국의 한 구장 리뷰 매체는 대부분의 메뉴가 12~18달러이고 간판인 크랩 샌드위치는 그보다 비싸다고 정리하면서, 인기 매대에는 줄이 길다고 지적했습니다(Stadium Journey).
올해 개막을 앞두고는 버리아(birria) 그릴드치즈, 차슈 핫도그, 불고기 라이스볼 같은 신메뉴가 추가됐습니다(ABC7 보도). 2025년 코리안 헤리티지 나이트에서는 김치 프라이와 불고기 퀘사디야가 선보였습니다(코리아타임스).

사진: Missvain(Sarah Stierch) 촬영, 2025년 8월 30일 · 출처: Wikimedia Commons 원본 파일 페이지 · 라이선스: CC0 공개(퍼블릭 도메인 헌정) · 클럽 레벨 매장에서 제공된 길로이 갈릭 프라이
프리미엄 공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센터필드 블리처 구역에는 199달러어치 티켓 크레딧이 포함된 ‘415’ 멤버십이 있는데, 회원가로 입석과 이 구역 티켓을 살 수 있는 구조입니다(구단 공식 FAQ).
구장 리뷰에서 아쉬운 점으로는 좁은 콘코스(관중석 아래 통로)가 거의 유일하게 꼽힙니다. 그래서 크레딧으로 평일 경기를 채우는 전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늘수록 먹거리 소비도 늘어야 하는데, 통로가 좁으면 그 소비가 병목에 걸릴 수 있습니다. 소비를 유도하는 마케팅과 그 소비를 받아낼 동선 설계는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새삼 느꼈습니다.
네이밍라이츠와 구단 구조 — 민간 자금으로 지은 구장의 이름값
오라클 파크는 구장 건설 단계부터 이름을 팔았던 곳입니다. 개장 4년 전인 1996년, 퍼시픽 텔레시스가 네이밍라이츠(시설에 기업 이름을 붙이는 권리)를 사들여 건설비 일부를 마련했고, 이후 SBC파크, AT&T파크를 거쳤습니다.
2019년 1월에는 AT&T와의 계약이 조기 종료되면서 오라클과 20년 계약이 성사됐습니다(Yahoo Sports). 계약 금액은 공식 발표가 없고 언론 추정치만 있어 이 글에서는 적지 않습니다.
건설 방식도 특이합니다. 총 공사비는 3억 5,700만 달러였고, 1962년 다저스타디움 이후 처음으로 공적 자금 없이 지은 MLB 구장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다만 1,000만 달러 세금 감면과 8,000만 달러 규모의 인프라 지원은 받았다는 설명이 같은 문서에 있어, ‘완전한 민간 건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위키피디아 오라클 파크).
구단 소유 구조는 1993년 1억 달러에 인수한 18명의 투자자 모임에서 출발해 지금은 36명의 파트너로 이뤄진 소유 그룹이고, 2025년 3월에는 사모펀드 식스스트리트가 지분 10%를 사들였습니다. 구단 가치는 약 40억 5,000만~43억 6,000만 달러로 평가됩니다(SF 스탠더드).
여기서 저는 구단이 공간 상업화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읽었습니다. 건설비 일부를 이름값으로 앞당겨 조달했고 소유 구조도 투자 파트너가 늘어난 형태이니, 구장 안팎에서 팔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파는 쪽으로 설계가 짜였다는 해석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추정이지만, 올 시즌 크레딧과 바우처처럼 좌석 이외의 변수까지 활용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KBO와 비교해보면
올해 KBO는 10월 1일 기준 684경기에서 총 12,069,596명이 입장해 2년 연속 1,200만 명을 넘었고, 경기당 평균은 17,646명, 매진은 319경기(46.6%), 좌석 점유율은 85%였습니다(일간스포츠).
팀별로는 삼성이 홈 1,597,050명(경기당 23,486명)으로 앞섰습니다. 자이언츠의 평균 관중 약 3만 5,300명을 오라클 파크 수용 인원 4만 1,331명(Stadium Journey)으로 나누면 시즌 평균 점유율은 약 85%로, 숫자만 보면 KBO 전체 평균과 같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KBO의 85%는 역대급 호황기의 평균이고, 자이언츠의 85%는 4월 약 90%에서 8~9월 약 77~79%로 내려온 시즌의 평균입니다.
이 점유율은 앞에서 소개한 월별 평균 관중을 수용 인원으로 나눈 제 계산입니다. 같은 숫자가 어느 방향의 곡선에서 나왔느냐에 따라 마케팅 과제는 정반대가 됩니다.
호황기에는 매진 경기를 어떻게 더 비싸게 팔지가 과제이고, 하락기에는 비어 가는 좌석과 팬의 이탈을 어떻게 막을지가 과제입니다.
제가 경험해본 범위에서는 KBO 구단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시즌권자에게 다음 시즌 크레딧을 공식 제공한 사례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의 호황이 영원하지는 않을 테니, 흥행이 꺾이는 시기를 대비한 도구를 미리 설계해 두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이언츠의 크레딧이 실제로 평일 관중과 현장 소비를 얼마나 늘렸는지는 아직 공개된 수치가 없어,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시즌은 끝났지만 이정후에게는 아직 30cm가 남아 있습니다. 그 타구가 보행로 난간을 넘어 맥코비 코브에 떨어지는 날, 오라클 파크는 올해 가장 값진 마케팅 소재를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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