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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6일 아침, 스포츠 마케팅 업계 뉴스레터함이 온통 한 소식으로 채워졌습니다.
아스널과 에미레이츠 항공이 유니폼·훈련복·스타디움 네이밍라이츠를 묶은 파트너십을 2033년까지 연장한다는 발표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8월2일 포스팅했던 아스널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다룬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같은 구장을 다시 들여다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숫자를 뜯어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늘은 파트너십 계약 중심으로 써 볼까합니다.

출처: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보도자료 이미지 · 2026년 8월 6일 파트너십 갱신 발표에 쓰인 구단 공식 사진, 편집·참고 목적 사용
광고 인벤토리와 네이밍라이츠
에미레이츠와 아스널의 인연은 2006년 유니폼 스폰서로 시작해 2012년 스타디움 네이밍라이츠(시설에 기업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리)까지 확장됐고, 원래 계약은 2028년 만료 예정이었습니다.
이번 갱신으로 계약 기간이 2033년까지 7년 늘었습니다.
스포츠 비즈니스 전문 매체 스포츠프로(SportsPro)는 새 계약 규모가 시즌당 최대 7,000만 파운드(2026년 8월 환율 기준 파운드당 약 2,100원으로 환산하면 약 1,4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전 계약이 시즌당 최대 5,000만 파운드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40%가량 오른 셈입니다.
스타디움비즈니스(TheStadiumBusiness)는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기존 계약이 연 4,500만 파운드 수준이었다고 보도해, 매체마다 기준으로 삼은 이전 계약 액수가 조금씩 다릅니다 — 정확한 액수를 양사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뜻이라 업계 추정치 범위로만 짐작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패키지의 폭
이 계약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액수보다 스폰서십이 묶인 범위입니다.
전면 유니폼, 훈련복, 스타디움 네이밍라이츠를 한 스폰서가 통째로 가져가는 구조인데, 같은 리그 안에서도 맨체스터 시티는 에티하드와 연 6,750만 파운드 규모 계약을 맺었지만 훈련복은 빠져 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퀄컴과 연 6,000만 파운드 계약을 맺었지만 훈련복과 스타디움 네이밍라이츠 둘 다 빠져 있습니다(맨유는 최근 베트웨이와 별도로 훈련복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아스널ㆍ에미레이츠 계약은 범위가 훨씬 넓다는 점에서 단순 액수 비교보다 더 크게 봐야 한다는 게 스포츠프로의 분석입니다.
전 맨체스터 시티 재무 자문이었던 스테판 보슨은 풋볼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계약을 두고 “스타디움 스폰서와 유니폼 전면 스폰서를 한꺼번에 가져갈 만큼 큰 파트너를 구하기가 요즘은 정말 어렵다”며 “가장 큰 파트너 문제를 7년치나 앞당겨 테이블에서 치워버린 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팬과 관중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발표 시점도 절묘했습니다.
아스널은 지난 시즌 22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여자팀도 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습니다.
8월 초 공개된 2024/25 회계연도(2025년 5월 31일 마감) 재무 결과를 보면 전체 매출은 6억 9,100만 파운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매치데이 매출도 1억 5,390만 파운드(전년 1억 3,170만 파운드)로 사상 최고를 새로 썼습니다.
남자팀 홈경기 평균 관중은 6만 47명으로, 6만 704석 규모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거의 빈틈없이 채운 수준입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방식이 바뀌면서 홈경기 수 자체가 30경기로 늘어난 영향도 있었습니다.

출처: 미국 스포츠 여행 가이드 사이트 Itinerant Fan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가이드 페이지 게재 사진
상품(MD)과 상업 매출
상품(MD) 쪽 실적도 눈에 띕니다.
구단 발표에 따르면 소매(리테일) 매출은 전년도에 이미 세운 최고 기록에서 27%가 더 늘었습니다.
아디다스와의 파트너십 갱신, 그리고 부동산 브랜드 소바 리얼티(Sobha Realty, 두바이 기반 부동산 개발사로 아스널 소매 후원사 중 하나)의 후원이 소매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고 구단은 설명했습니다.
상업 부문 전체 매출은 2억 6,320만 파운드로 전년(2억 1,830만 파운드) 대비 크게 늘었는데, 이번 에미레이츠 재계약은 이 상업 매출 곡선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재료로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구장 서쪽에 있는 아스널 공식 매장 “아모리”는 스타디움 투어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을 겸하고 있어, 관람객 동선 자체가 자연스럽게 매장을 한 번 더 거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구장만의 상징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 흥미로운 또 하나의 지점은, 2006년 개장 이후 한 번도 이름이 바뀐 적 없는 몇 안 되는 대형 구장이라는 사실입니다.
같은 런던 안에서도 웨스트햄의 런던 스타디움이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애초에 스폰서를 염두에 두고 일부러 평범한 이름을 붙여뒀는데도 아직 마땅한 네이밍라이츠 파트너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름이 너무 굳어지면 오히려 브랜드가 들어올 자리가 좁아진다는 우려 때문인데,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은 반대로 “디 에미레이츠”라는 애칭이 통용될 정도로 스폰서명이 곧 구장의 고유명사처럼 자리 잡은 드문 사례입니다.
20년째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재계약에서 구단이 협상력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보입니다.

출처: Itinerant Fan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가이드 페이지 대표 이미지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국내로 눈을 돌리면 경험상 이런 통 패키지형 네이밍라이츠 계약은 아직 낯섭니다.
K리그 구장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공공시설이라 구단이 독자적으로 명명권을 팔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KBO는 최근 몇 년 새 신축 구장을 중심으로 이런 흐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이미 다뤘던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나 kt wiz파크 사례처럼, 구장을 새로 지을 때부터 기업명을 이름에 넣는 방식이 국내에서도 자리를 잡아가는 중입니다.
다만 아스널ㆍ에미레이츠처럼 유니폼과 훈련복, 스타디움까지 한 파트너가 20년 넘게 묶어서 가져가는 사례는 국내에 아직 없는데, 그만큼 한 브랜드와 이렇게 오래 갈 수 있으려면 양쪽 모두 성적 부침이라는 변수를 견뎌낼 신뢰가 오랫동안 쌓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현직 마케터로서 이번 소식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대목은 액수 자체보다 “패키지의 폭”이었습니다.
스폰서 한 곳이 유니폼과 훈련복, 스타디움 이름까지 전부 가져가는 구조는 계약을 관리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여러 파트너를 조율하는 수고를 덜어주지만, 반대로 그 한 곳과의 관계가 흔들리면 자산 여러 개가 한꺼번에 흔들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20년간 이름 한 번 바뀌지 않은 구장이라는 자산을 지렛대 삼아 안정성 쪽을 택한 아스널의 선택은, 스폰서 시장이 빠르게 흔들리는 요즘 프리미어리그 상황(첼시ㆍ노팅엄 포레스트ㆍ선덜랜드 등 일부 구단은 여전히 유니폼 전면 스폰서를 못 구한 것 같습니다)을 감안하면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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