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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가 구단들의 스폰서십 소식을 훑어보다가 눈에 걸리는 대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레알 소시에다드의 홈구장 이름이 어느새 다시 “에스타디오 아노에타”로 돌아가 있었던 겁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레알레 아레나”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곳인데, 찾아보니 2025년 여름을 기점으로 스폰서 계약이 끝나면서 원래 이름으로 돌아갔고, 아직 그 자리를 채울 새 스폰서를 못 찾았다고 합니다.
라리가에서 이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셀타 비고, 비야레알 등 여러 구단이 경기장 네이밍라이츠(시설에 기업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리)를 판매한 상황에서, 인지도 있는 빅클럽의 경기장이 한동안 이름 없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마케터 입장에서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이 팀은 우리나라 이천수 선수가 스페인 프로축구로 진출한 1호 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레알 소시에다드를 좀 더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출처: realsociedad.eus(구단 공식 홈페이지) 소개 페이지 캡처
팬과 관중
레알 소시에다드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 산세바스티안(바스크어로는 도노스티아)을 연고로 하는 구단으로, 홈구장 아노에타는 좌석 수 약 4만 석 규모입니다.
2025-26시즌 통계를 보면 홈 경기 평균 관중은 3만 명대 초반(약 3만~3만 500명 안팎)으로, 라리가 전체 평균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시즌 중 최고 관중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의 3만 6,958명, 가장 적었던 경기는 마요르카전의 2만 2,442명이었습니다.
2019년 경기장 리노베이션으로 육상 트랙을 걷어내고 관중석을 피치 가까이 붙인 뒤, 시즌권 보유자가 리노베이션 전 약 2만 3,000명에서 2022년에는 3만 8,000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구단 상업·마케팅 이사가 한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습니다.
같은 인터뷰에서 여성 관중 비중도 18%에서 26%로 늘었다고 하니, 리노베이션이 단순히 좌석을 늘리는 공사가 아니라 관중층 자체를 넓히는 효과를 낸 셈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촬영자 Bhgh543bgf, CC BY-SA 4.0) · 아노에타 스타디움 야간 경기 장면
광고 인벤토리와 네이밍라이츠
앞서 말한 대로, 아노에타는 2019년 8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보험사 레알레 세구로스와 6시즌간 총 1,000만 유로 규모의 네이밍라이츠 계약을 맺고 “레알레 아레나”로 불렸습니다.
계약이 끝난 뒤 구단은 2025년 3월부터 새 스폰서를 물색해왔는데, 이 글을 쓰는 2026년 8월 현재까지도 계약이 성사됐다는 소식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유니폼 스폰서 쪽은 조금 다른 흐름을 탔습니다.
도박을 정상적인 것으로 알리고 싶지 않다는 게 당시 구단의 설명이었습니다.
큰 금액이 걸린 제안도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거절할 수 있다는 걸 회원 투표로 보여준 사례인 셈입니다.
이후 2025-26시즌부터는 마드리드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 바그다디 캐피탈이 3시즌 계약, 총액 약 800만 유로 규모로 알려진 메인 스폰서 자리에 새로 들어왔고, 유니폼 등 쪽에는 지역 은행인 쿠트샤방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공간 활용과 F&B
2019년 리노베이션 이전에는 호스피탈리티(귀빈 접객) 공간이 아예 없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호스피탈리티 좌석 2,300석과 스카이박스 82개가 새로 생겼고, 이 공간을 채우기 위해 계약을 맺은 파트너사 수도 리노베이션 전 92개에서 이후 164개로 거의 두 배 늘었다고 합니다(위 인터뷰 기준).
콘코스(관중석 뒤편 통로 공간)에서는 바스크 지역 특유의 삔초스(꼬치에 꽂은 형태의 소규모 안주 요리)와 보카디요(스페인식 샌드위치), 현지 맥주 등을 파는데, 직관 후기를 보면 스낵은 4~8유로, 음료는 4~6유로 선으로 경기장 물가치고는 합리적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상품(MD)
공식 매장은 산세바스티안 시내 중심가와 경기장 인근 두 곳에 있고, 유니폼 제작사인 마크론이 만든 홈·원정 저지와 트레이닝 키트 외에 스카프, 모자, 문구류, 생활용품까지 폭넓게 판매합니다.
마크론과의 계약은 2026-27시즌부터 호마로 바뀔 예정이라, 다음 시즌부터는 매장 상품 라인업도 새로 짜일 것으로 보입니다.
티켓
시즌권 가격은 좌석 위치에 따라 최저 55유로에서 최고 702유로 선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앞서 인용한 상업·마케팅 이사의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스페인에서 가장 티켓값이 저렴한 축에 속하는 구단이지만, 최근 성적이 좋아지면서 가격을 올릴 여지가 생겼다고 본다”는 발언도 있었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좌석을 채우던 단계에서 성적을 발판 삼아 가격을 조정하는 단계로 넘어가려는 움직임으로 읽혔습니다.

출처: realsociedad.eus(구단 공식 홈페이지) 시설 소개 페이지 캡처
아카데미, 소시에다드만의 상징
레알 소시에다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1980년 문을 연 유소년 아카데미 “수비에타”입니다.
지금은 6개 훈련장을 갖추고 있고, 사비 알론소, 앙투안 그리즈만, 미켈 오야르사발 같은 선수들이 이곳을 거쳐 갔습니다.
최근에는 이 아카데미에서 12세 때부터 자란 미드필더 마르틴 수비멘디가 지난 시즌 아스널로 5,000만 파운드가 넘는 이적료를 받고 떠나면서, 다시 한번 수비에타의 이름값을 확인시켜줬습니다.
구단의 옛 홈구장이었던 아토차 시절을 다룬 한 현지 축구 매체의 기사를 보면, 그라운드와 관중석이 워낙 가까워서 비 오는 날이면 관중이 우산으로 심판을 찌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1993년 아노에타로 옮긴 뒤에는 육상 트랙 때문에 그 거리감이 한동안 아쉬움으로 남았다는데, 같은 기사에 등장한 한 팬은 옛 구장의 정겨운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인터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2019년 리노베이션으로 트랙을 걷어내고 나서야 다시 그 거리감이 좁혀졌다는 걸 보면, 팬들이 경기장에 기대하는 건 최신 시설만이 아니라 예전부터 느껴온 ‘가까움’이라는 감각이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원저작자 Carlos RM, Flickr 경유, CC BY 2.0) · 수비에타 아카데미 출신 앙투안 그리즈만의 2012년 경기 장면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다수 구장이 네이밍라이츠를 판매하며 새 이름을 얻었는데, 레알 소시에다드 사례를 보면 인지도 높은 빅클럽이라고 해서 네이밍라이츠 협상이 항상 순조로운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구단의 스폰서 영업직원들 정말 고생 많이 합니다.
한번은 저와 같이 일하는 영업팀장은 스폰서 계약이 순조롭지 않고, 팀 성적마저 떨어져 스트레스로 쓰러진 일도 있었습니다.
이번 건을 좋게 본다면 2025년 6월 계약이 끝난 뒤 1년 넘게 스폰서를 못 찾고 있다는 건, 적정 가치를 받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는 전략일 수도 있고, 반대로 유휴 광고 인벤토리(팔리지 않은 광고 자리)로 남아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회비용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 베팅업체 스폰서를 회원 투표로 거절했던 일화는, 국내 구단들이 스폰서를 고를 때도 금액 못지않게 브랜드 가치와 팬 정서의 정합성을 따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아노에타처럼 이름이 비어 있는 경기장을 들여다보면서, 네이밍라이츠라는 게 한 번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약이 끝난 뒤에도 계속 관리해야 하는 자산이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이 자리를 누가 채울지, 그리고 그 계약이 어떤 조건으로 성사될지 개인적으로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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