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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 스포츠비즈니스 매체들이 일제히 다룬 숫자 하나가 있었습니다.
22억 달러, 환율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돈으로 3조 원 안팎에 이르는 돈을 들여 지은 미식축구 경기장 이야기였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신축 구장이 등장하면 마케터로서는 그 돈이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부터 궁금해지는데, 자료를 뒤져볼수록 미국프로풋볼(NFL) 버팔로 빌스의 새 하이마크 스타디움은 재원 조달 구조 자체가 흥미로운 사례였습니다.
버팔로 빌스는 지난 8월 8일 ‘리턴 오브 더 블루 앤드 레드’라는 이름의 청백전으로 새 하이마크 스타디움의 첫 대중 행사를 열었고, 이어 8월 15일과 27일에는 실제 프리시즌 경기를 이 구장에서 치렀습니다.
정규시즌은 9월 13일 휴스턴 텍산스 원정으로 막을 올리고, 하이마크 스타디움에서 홈팬들과 만나는 정규시즌 홈 개막전은 9월 17일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전으로 예정되어 있어,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아직 정규시즌 첫 함성을 듣기 전 단계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Dekema 촬영(CC0 퍼블릭 도메인), 원본 보기 · 2026년 5월 25일 촬영
팬과 티켓
새 하이마크 스타디움의 좌석 수는 6만 108석으로, NFL 32개 구단 구장 가운데 손꼽히게 작은 편입니다.
대형 구장 일색인 최근 NFL 신축 트렌드와는 결이 다른 선택인데, 그 배경에는 좌석 수를 줄이는 대신 개인좌석권(PSL, 시즌권을 살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일종의 좌석 소유권으로, 한국 프로스포츠에는 없는 개념입니다) 판매로 팬들의 초기 투자를 늘리는 미국식 재원 조달 방식이 있습니다.
버팔로 빌스 구단주 테리 페굴라는 리본 커팅식에서 PSL 판매로 팬들이 모아준 금액이 2억 6300만 달러에 이른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PSL 물량은 이미 완판됐고, 지금 신규로 시즌권을 원하는 팬은 좌석당 150달러를 내고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 모든 게 장밋빛인 것만은 아닙니다.
CNN 비즈니스는 새 구장 개장과 함께 일부 좌석의 시야가 계단이나 기둥에 가려 불편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여기에 오른 입장료 부담까지 겹쳐 팬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짚었습니다.
8월 8일 청백전에는 5만 1807명이 입장해 새 구장의 첫 만원 관중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한 흥행을 보여줬습니다.
공간 활용과 F&B
콘코스(관중석 뒤편 통로 공간)는 상하 두 층 모두 360도 어느 지점에서도 경기장이 보이도록 설계됐습니다.
매점에 줄을 서거나 화장실을 오가면서도 경기 흐름을 놓치지 않게 한 구조인데, 옛 구장이 매점 부족으로 악명이 높았던 걸 감안하면 눈에 띄는 개선입니다.
음식은 위탁 운영사 리전즈 글로벌이 현지 셰프들과 손잡고 채웠는데, 버팔로 윙과 비프 온 웩(얇게 썬 로스트비프를 카이저롤에 끼운 버팔로 지역 명물 샌드위치) 같은 향토 음식은 물론, 국경을 맞댄 캐나다 팬들을 위한 푸틴까지 갖췄다고 구단은 소개합니다.
결제는 전 구역이 캐시리스이고, 신용카드를 태그하고 들어가 물건을 든 채 그냥 나오면 자동 결제되는 무인 매장 방식도 여러 곳에 도입됐습니다.
현지 스포츠 여행 전문 블로거는 콘코스 폭이 넓어지고 화장실이 대폭 늘어난 점을 옛 구장과 비교해 가장 만족스러운 변화로 꼽았는데, 매장 회전율과 체류 시간을 늘 신경 쓰는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결국 동선과 대기시간을 줄이는 투자가 F&B 매출로 그대로 돌아온다는 걸 다시 확인한 셈이었습니다.
상품(MD)과 광고 인벤토리
구단 공식 매장인 빌스 스토어는 옛 구장 시절 그대로의 위치에서 계속 영업 중이고, 여기에 더해 구단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패너틱스와 장기 파트너십을 새로 맺고 온라인 스토어를 개편했습니다.
광고 인벤토리 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프리미엄 좌석 브랜딩입니다.
갤러거 파운더스 클럽, 세네카 필드 클럽, M&T 뱅크 클럽, 펩시 클럽, 토요타 클럽, 던 타이어 클럽까지 각기 다른 스폰서 이름을 붙인 프리미엄 공간이 여러 층에 나뉘어 있고, 스위트석은 규모에 따라 2만~6만 달러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구장 네이밍라이츠 자체는 새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2021년부터 이어온 하이마크 블루크로스 블루실드의 파트너십을 새 구장에 그대로 승계한 경우인데, 신축 구장을 지으면서도 굳이 새 스폰서를 찾지 않고 기존 파트너와의 관계를 이어간 점이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웠습니다.
지역 경제효과와 재원 조달
새 구장 건설에는 공식 발표 기준 21억 달러, 이후 정산 과정에서 22억 달러까지 늘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 뉴욕주가 6억 달러, 에리 카운티가 2억 5000만 달러를 보태 공공자금만 8억 5000만 달러가 들어갔는데, 발표 당시 기준으로는 NFL 구단 신축 구장에 투입된 역대 최대 규모의 공공보조금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그 뒤로 캔자스시티 치프스나 시카고 베어스를 향한 더 큰 규모의 공적 지원 논의가 이어지면서, 최대 기록의 자리를 오래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뉴욕주와 에리 카운티는 이 투자를 통해 연간 3억 8500만 달러, 30년 임대 기간 누적으로는 16억 달러가 넘는 경제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건설 과정에서는 6000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돼 약 500만 시간의 노동을 들였다고 하니, 지역 고용 효과만 놓고 보면 결코 작지 않은 프로젝트였습니다.
구장만의 상징
구장 북쪽 입구 광장에는 커다란 버팔로(들소) 조형물 세 마리가 서 있는데, 밤에는 팀 컬러인 파란빛으로 조명이 들어와 팬들이 즐겨 찾는 포토 스폿이 됐다고 합니다.
콘코스 한쪽에는 접이식 테이블이 무너지는 순간을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도 있는데, 이건 ‘빌스 마피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구단 팬덤이 테일게이트(주차장에서 벌이는 경기 전 파티) 때 즉흥적으로 몸을 던져 테이블을 부수는 문화를 구단이 아예 구장 안 전시물로 만들어 기린 것입니다.
페굴라 구단주 일가는 처음부터 이 구장에 지붕을 씌우지 않기로 했는데, ‘버팔로의 미식축구는 버팔로 날씨 속에서 해야 한다’는 방침이었다고 합니다.
관중석의 65퍼센트를 가리는 캐노피(지붕형 차양)만 두르고 그라운드는 그대로 노출시킨 셈인데, 이 결정이 최근 개장 초기 잡음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잔디 상태 문제가 불거져 9월 17일 라이온스전을 앞두고 잔디를 다시 까는 작업이 진행됐고, 일부 구역은 계단이 시야를 가리는 구조 탓에 시야 방해 논란이 일었으며, 전광판이 소피 스타디움 등 최근 지어진 다른 구장보다 작다는 불만도 나왔습니다.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22억 달러짜리 신축 구장이라 해도 첫 시즌에는 운영 노하우가 아직 덜 쌓였다는 방증일 텐데, 역설적으로 이런 논란 자체가 새 구장에 대한 화제성을 더 키우는 면도 있어 보였습니다.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한국 프로스포츠에는 PSL 같은 개인좌석권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시즌권은 그해 필요한 만큼만 사면 되는 상품이지, 좌석에 대한 별도의 소유권을 미리 사들이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재원 조달 구조도 결이 다릅니다.
창원 NC파크처럼 국내 구장은 대체로 지방자치단체가 건설비를 대고 소유권을 가진 뒤 구단이 위탁 운영을 맡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버팔로 빌스처럼 구단과 팬, 주정부, 카운티가 각자 몫을 나눠 짊어지는 미국식 공동 부담 모델과는 출발선 자체가 다릅니다.
국내에서도 노후 구장의 리모델링이나 신축 논의가 나올 때마다 재원을 어떻게 나눠 마련할지가 매번 숙제로 남는 걸 생각하면, 팬을 투자자로 끌어들이는 이런 방식이 당장은 낯설어도 참고할 지점은 있어 보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Dekema 촬영(CC BY-SA 4.0), 원본 보기 · 2026년 8월 8일 청백전(트레이닝캠프 스크리미지) 당시 촬영

출처: Wikimedia Commons, Dekema 촬영(CC BY-SA 4.0), 원본 보기 · 2026년 8월 8일 촬영

출처: Wikimedia Commons, Dekema 촬영(CC BY-SA 4.0), 원본 보기 · 2026년 8월 8일 촬영
22억 달러라는 숫자만 보면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팬에게 얼마를 어떻게 부담시킬지, 스폰서 관계를 새로 맺을지 유지할지, 지붕 하나를 없애는 결정이 브랜드 정체성에 어떤 의미인지까지 결국 마케팅의 문제로 수렴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월 17일 홈 개막전에서 이 구장이 어떤 첫인상을 남길지, 마케터로서 계속 지켜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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