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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 스포츠 비즈니스 뉴스를 정리하다가 눈에 띈 숫자가 하나 있었습니다.
지난해 3월 합의되고 8월에 최종 마무리된 보스턴 셀틱스의 소유권 매각가, 61억 달러였습니다. 원화로 환산하면(환율 1,580원 기준) 약 9조 6,380억원, 미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가장 비싸게 팔린 구단이라는 기록이었습니다.
사모펀드(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기업이나 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금융업) 운용사 심포니 테크놀로지 그룹을 이끄는 빌 치좀이 그 주인공인데, 그의 컨소시엄은 우선 지분 51%를 인수했고 2028년까지 나머지 지분까지 사들이면 총 거래 규모가 73억 달러까지 늘어나는 단계적 구조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마케터로 일하면서 여러 구단의 매각·투자 뉴스를 봐 왔지만, 좌석이 1만 9천 석 남짓해 메이저리그 구장이나 축구 스타디움에 비하면 결코 크지 않은 아레나를 낀 팀이 이 정도 몸값을 받았다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TD 가든이라는 공간을 마케터 시선으로 다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출처: en.wikipedia.org(위키피디아 ‘TD Garden’ 문서) 캡처
팬과 관중
TD 가든은 1995년 문을 연 아레나로, 농구 기준 좌석 수는 1만 9,156석, 최대 수용 인원은 1만 9,580명입니다.
NBA 30개 구단 중 시설 규모로는 중하위권에 속하는데, 이 작은 그릇이 채워지는 비율이 눈여겨볼 만합니다.
북미 스포츠 시설을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리뷰 매체 스타디움 저니는 셀틱스의 연간 평균 점유율이 해마다 정원의 100%를 넘긴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2025-26시즌 정규리그 41차례 홈경기 누적 관중은 78만 5,396명으로 리그 8위였는데, 이를 경기당으로 나누면 약 1만 9,150명, 사실상 매 경기 만석에 가까웠다는 뜻입니다.
팀 성적과 무관하게 자리가 거의 항상 찬다는 점은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광고 인벤토리(광고주에게 판매할 수 있는 노출 지면·시간)의 가치가 안정적으로 보장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TD 가든만의 상징 — 파케이 마루
TD 가든을 이야기하면서 마케터로서 상당히 부러운 자산이 하나 있습니다. 셀틱스 홈코트 특유의 파케이(작은 사각형 나무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드는 마루 무늬) 바닥입니다.

자료출처 : NBA.com 페이지 캡처, 보스턴 셀틱스의 parquet floor
이 마루의 원형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목재 부족 사태 속에서 테네시산 오크 목재를 최대한 아껴 쓰려고 가로세로 5피트(약 1.5미터)짜리 정사각형 패널 247장을 서로 엇갈리게 이어 붙이면서 탄생했다고합니다.
당시 구단주였던 월터 브라운이 최고의 선수들을 데려오려면 홈코트부터 리그 최고 수준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마루를 들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옛 보스턴 가든에서 쓰이던 이 마루는 1995년 지금의 아레나로 옮겨간 뒤에도 그대로 이식돼 쓰이다가 1999년 12월 은퇴했는데, 은퇴 당시 원목 조각 일부가 새 마루에 다시 섞여 들어가 지금도 TD 가든 코트 어딘가에는 1946년산 나무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셀틱스는 NBA 3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단풍나무(메이플)가 아니라 참나무(오크)로 코트를 까는 팀이 됐습니다. 바닥 곳곳에 공이 예상과 다르게 튀는 지점(이른바 데드 스폿)이 있다는 이야기도 오래전부터 따라다니는데, 홈팀 선수들이 이 위치를 외워 두고 원정팀 상대로 은근한 이점을 본다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로 이 마루 자체가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됐습니다.

출처 : 옥션, 셀틱스의 Parquet floor – 빌 러셀과 레드 아우바흐 감독의 사인
이 마루에 대한 팬들의 애착은 실제로 눈에 보이는 상품·이벤트로도 이어집니다.
1999년 옛 마루를 은퇴시킬 때 구단은 패널 40장 분량을 잘게 잘라 팬들에게 나눠 판매했고, 지금도 경매 시장에는 옛 파케이 조각이 선수 사인과 함께 꾸준히 나옵니다.
은퇴하는 선수에게 지난 시즌 마루 조각을 기념품으로 선물하는 것도 구단의 오랜 관례입니다.
2024년 통산 18번째 우승 때 만든 챔피언십 반지는 아예 이 마루 조각 자체를 반지 안쪽에 박아 넣고, 우승을 확정지은 경기의 날짜와 스코어까지 함께 새겨 넣었습니다. 반지 윗면을 돌려서 열면 그 마루 조각이 드러나는 구조인데, 조각 옆에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칩까지 심어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반지 제작 과정 영상이 재생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아레나 안에는 스위트 504·505 구역 사이에 옛 마루를 재현해 둔 통로가 따로 있고, 지역 어린이들을 초청해 실제 코트 위에서 직접 뛰어 보게 하는 행사도 정기적으로 열리는데, 여기 참여했던 한 어린이 팬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셀틱스 선수들이 뛰는 바로 그 코트에서 직접 뛰어봤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이 마루는 로고나 팀 컬러 같은 시각적 브랜드 자산과는 결이 다릅니다. 실제 물리적 조각이 팬에게 팔리고, 우승 반지 안에 박히고, 은퇴 선수에게 선물로 건네지는 셈이니, 눈으로만 보는 자산이 아니라 손에 쥘 수 있는 브랜드 유산을 만들어 둔 사례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간 활용과 F&B
공간 활용 쪽에서는 2014년 델라웨어 노스(TD 가든의 소유·운영사)가 7,000만 달러를 들인 리노베이션이 분기점이었습니다.
콘코스(관중석 사이를 잇는 통로형 공용 공간)를 넓히면서 4층과 7층에 약 1,394㎡(약 422평, 1만 5천 제곱피트) 규모의 콘세션(매점) 공간을 새로 확보했고, 그 결과 1인당 콘세션 매출이 50% 늘었다고 합니다.
47개 매점이 상주하며 채식·비건·코셔·글루텐프리 메뉴까지 갖췄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다만 현지 리뷰들을 보면 이 콘세션 가격이 리그 최상위권으로 비싸다는 지적이 꾸준한데, 스타디움 저니는 투자 대비 만족도 항목에서 5점 만점에 2점을 줄 정도였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 4월에는 델라웨어 노스가 아레나 안의 스위트(구단·기업이 통째로 빌리는 전용 관람 라운지) 83개 전체를 3년에 걸쳐 새로 꾸미는 1억 달러 규모 리노베이션 계획을 추가로 발표했습니다.
이 투자가 끝나면 델라웨어 노스가 TD 가든 한 곳에 쏟아부은 금액이 누적 5억 달러를 넘어서게 됩니다.
상품(MD)
나이키가 셀틱스 공식 매장을 함께 운영하는 구조로, 저지·모자·후드 등을 아레나 내 프로숍과 온라인 스토어, NBA 스토어, 파나틱스 등 여러 채널로 판매합니다.
정확한 매출 규모는 구단이 공개하지 않지만, 제이슨 테이텀 저지가 여전히 가장 잘 팔리는 상품 중 하나로 꼽히는 걸 보면 스타 선수 한 명의 서사가 상품 판매에도 영향을 준다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테이텀은 지난해 5월 동부 컨퍼런스 준결승 도중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지만, 이례적으로 빠르게 회복해 이번 시즌 다시 코트에 복귀했습니다.

출처 : 보스턴 셀틱스 홈페이지 PHOTO 사이트
광고 인벤토리와 네이밍라이츠
광고 인벤토리 쪽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산은 역시 네이밍라이츠(시설에 기업 이름을 붙이는 권리)입니다. 구장 천정에 구단의 역사를 걸어 놓은 것도 상당히 인상 깊습니다.

출처 : 보스턴 셀틱스 홈페이지 PHOTO 사이트
캐나다계 은행인 TD 뱅크는 2005년 처음 20년 계약(시즌당 600만 달러에 20년간 시설·지역사회 투자를 더해 총액 약 1억 3,800만 달러 규모)으로 이름을 올렸고, 2023년 1월에는 2045년까지 20년을 추가로 연장했습니다.
연장 계약의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TD 뱅크가 지역사회 프로그램에만 1,500만 달러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상당한 규모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니폼 저지 패치(유니폼 앞면에 붙는 소형 스폰서 로고) 자리는 2024-25시즌부터 아미카 뮤추얼 인슈어런스가 차지하고 있는데, 자동차·주택·생명보험 전 영역의 공식 파트너 지위까지 함께 가져간 다년 계약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티켓
티켓 가격은 2025-26시즌 기준 평균 114달러로 리그 4위 수준입니다.
다만 이는 정가 기준이고 2차 유통 시장에서는 경기·좌석에 따라 훨씬 벌어지는 편입니다.
주차 역시 아레나 지하 개러지가 65달러, 주변 사설 주차장이 30~52달러로 만만치 않아서, 현지 리뷰들은 하나같이 아레나 바로 위에 있는 노스 스테이션 지하철역을 이용해 2.40달러짜리 표로 이동하라고 권하고 있으니 디 점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중계권
중계권 쪽에서는 셀틱스가 속한 NBA 리그 전체의 판이 올 시즌부터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2025-26시즌부터 시작되는 11년, 총 760억 달러 규모의 새 중계권 계약에 따라 그동안 36년간 NBA를 중계해 온 터너스포츠(TNT)가 빠지고, ESPN/ABC(연간 26억 달러)·NBC(연간 25억 달러)·아마존 프라임비디오(연간 18억 달러) 3사 체제로 재편됐습니다.
셀틱스 지역 중계는 여전히 NBC 스포츠 보스턴이 맡아 시즌 67경기를 소화하고, 이 중 일부는 아마존 프라임으로도 스트리밍됩니다. 리그 차원의 중계권 규모가 이렇게 커지면 개별 구단이 받는 배분금 자체가 매표 수입 못지않은 핵심 수익원이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역 밀착과 경제효과
지역 밀착 측면에서는 TD 가든 바로 옆 허브 온 코즈웨이 개발이 상징적입니다. 축구장 스무 개에 가까운 면적에 호텔(시티즌엠, 272개 객실)과 보스턴에서 옥상 수영장이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440세대 규모 주거타워, 도심 최대 슈퍼마켓, 18개 매장이 들어선 푸드홀, 영화관, 오피스가 한데 얽혀 있습니다.
셀틱스와 브루인스의 경기가 없는 날에도 이 구역 자체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구조를 만들어 둔 셈인데, 이는 단순히 경기장을 짓는 것을 넘어 스포츠 시설을 앵커로 삼은 도시 개발 모델에 가깝습니다.

출처: tdgarden.com(TD 가든 공식 홈페이지) Food & Drink 페이지 캡처
이런 숫자들을 다 모아 놓고 보면, 포브스가 최근 매긴 셀틱스의 구단 가치 67억 달러(리그 5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LA 레이커스·뉴욕 닉스·LA 클리퍼스에 이은 순위)가 그렇게 놀랍지만은 않습니다.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KBO·K리그와 견줘 보면 절대적인 규모 차이는 말할 것도 없지만, 참고할 지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국내 구단들도 최근 몇 년 새 구장 스폰서 계약이나 F&B 리뉴얼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데, TD 가든 사례가 보여주는 건 이런 투자를 한 번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10년 단위로 계속 갱신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2014년 7,000만 달러 리노베이션, 2023년 네이밍라이츠 재계약, 2026년 1억 달러 스위트 리뉴얼까지, TD 가든은 사실상 쉬지 않고 시설에 재투자하면서 객단가와 광고 단가를 함께 끌어올려 왔습니다.
좌석 수를 늘리기 어려운 도심 입지의 구장이라면, 결국 이렇게 반복적인 리노베이션으로 1인당 지출과 브랜드 자산을 키우는 방식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걸 TD 가든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파케이 마루처럼, 굳이 새로 만들지 않고도 오래된 자산 하나를 계속 이야기로 되살려 쓰는 방식 역시 국내 구단들도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마케팅 자산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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