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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구단에서 새 구장 이야기가 나오면 대화는 대개 ‘예산을 누가 대느냐’에서 시작해서 그 얘기로 끝납니다. 그런데 오사카 북쪽 스이타 시에는 개인 3만 4천여 명과 기업 700여 곳이 낸 돈으로 지어 올린 축구 전용구장이 있습니다.
감바 오사카의 홈, 파나소닉 스타디움 스이타(애칭 ‘파나스타’)입니다. 현직 마케터의 눈으로 이 구장의 사업 구조를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밝혀둘 것이 있습니다. 저는 이 구장을 직접 가본 적이 없습니다.
구단과 스이타 시의 공식 자료, 일본 언론 기사, 현지 관람객들의 후기를 겹쳐 읽고 정리한 글이라, 수치마다 출처와 시점을 함께 적었습니다. 매체마다 숫자가 갈리는 항목은 구단과 공공기관 발표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사진 출처: Agenasu, Wikimedia Commons (CC0, 공공영역 헌정) · 2023년 5월 3일 오사카 더비(감바 vs 세레소)
‘오사카 죠스’가 될 뻔한 구단, 3분의 1만 찬 스탠드에서 시작된 140억 엔 모금
감바(GAMBA)는 이탈리아어로 ‘다리’를 뜻하고 일본어 ‘간바루(頑張る, 힘내다)’의 어감과도 겹치는 이름이라고 구단 공식 소개에 나옵니다.
그런데 1992년 클럽 이름을 정하던 무렵에는 전혀 다른 이름이 유력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일본어 위키백과에는 모기업 마쓰시타(현 파나소닉)가 유니버설 영화사를 인수하던 시기와 겹쳐, 스필버그 영화 『죠스』와 오사카성을 엮은 ‘오사카 죠스’가 유력 후보였다가 상표 문제로 무산됐다고 적혀 있습니다.
구단이 직접 확인한 내용이 아니라 백과사전 기재 수준의 일화이니 가볍게만 받아들이시길 권합니다. 다만 일본 기업이 프로축구를 어떤 감각으로 바라봤는지 짐작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구장의 출발점은 훨씬 현실적이었습니다. 구단 공식 10주년 특별 사이트의 ‘파나스타 이야기’에 따르면, 새 구장 구상은 2000년 무렵 중장기 계획으로 처음 나왔고 2006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지은 지 약 40년 된 만박기념경기장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홈구장으로 쓸 수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결정타는 2008년이었습니다. 그해 5월 사장에 취임한 가나모리 기쿠오가 취임 직전인 3월에 이 경기장의 ACL 개막전을 보러 갔다가, 약 2만 1천 명을 수용하는 스탠드에 관중이 3분의 1 정도밖에 차 있지 않은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골대 뒤에서 그라운드까지 65m, 메인스탠드에서도 45m였고(육상 트랙이 둘러싼 구조였습니다) 화장실과 지붕도 부족했다고 합니다.
해법을 낸 사람은 경리부장 오가와 마사미였다고 공식 사이트는 전합니다. 모금 단체가 기부를 모아 구장을 짓고, 완공된 공공 구장을 지자체에 기증하며, 운영은 감바가 맡는 구조입니다.
기업이 낸 기부금은 법인세 계산에서 비용(손금)으로 인정된다는 점이 설득 포인트였습니다. 구상은 2009년 7월 발표됐고 2010년 3월에 모금 단체가 설립됐는데, 참여 단체는 스이타 시 구장 사이트가 적은 바로는 간사이경제연합회, 일본축구협회, J리그, 감바였습니다.
가나모리 사장은 이 구장이 야구의 고시엔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존재가 되길 바랐다고 합니다.

사진 출처: Tokumeigakarinoaoshima,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 2018년 8월 25일 촬영, 모금으로 지어진 구장의 정면 외관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은 대목은 이 순서였습니다. 구단이 가장 먼저 움직인 계기가 건축 스펙이 아니라 텅 빈 스탠드를 마주한 경영자의 불편함이었고, 그 불편함을 세금 요청이 아니라 ‘기부 설계’로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구장 신축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도면부터 꺼내지만, 이 구장은 빈 의자 앞에서 시작됐습니다.
팀 소개 — 마쓰시타 사내 축구부에서 J1 2회 우승까지
감바 오사카의 뿌리는 1980년 창단된 마쓰시타전기산업 축구부입니다. 1984년 일본 사커리그(JSL) 2부, 1986년 1부로 올라섰고 1992년 ‘파나소닉 감바 오사카’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이듬해 출범한 J리그의 창설 멤버 10개 구단, 이른바 ‘오리지널 10’에 들었습니다.
J1 우승은 2005년과 2014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2008년이고, 2014년에는 J1·리그컵·천황배를 모두 휩쓴 국내 3관왕을 달성했습니다. 천황배 우승은 1990·2008·2009·2014·2015년까지 다섯 차례입니다.
이상 이력은 일본어 위키백과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지배구조도 눈에 띕니다. 구단 공식 클럽 개요가 밝힌 지분 구조는 이렇습니다.
운영사 ㈜감바 오사카의 최대 주주는 파나소닉스포츠(70%)이고, 간사이전력·오사카가스·서일본여객철도(JR서일본)가 10%씩 나눠 갖고 있습니다. 연고는 스이타·도요나카·이바라키·다카쓰키·이케다·셋쓰·미노오의 7개 시입니다.
전기와 가스, 철도라는 관서 지역 생활 인프라 기업 세 곳이 주주라는 점은 지역 밀착 마케팅의 바탕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최근 전력은 솔직히 아쉽습니다. 2025시즌 J1은 9위(17승 6무 15패, 승점 57)였고, 2026년에는 J리그가 가을 개막·봄 종료 시즌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특별 대회 ‘백년구상리그'(강등 없음)가 열리면서 독일 출신 옌스 비싱(イェンス・ヴィッシング) 감독 체제가 시작됐습니다.
2월 10일 오사카 더비 개막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세레소를 꺾은 것이 첫 공식전이었다고 풋볼리스타는 전합니다. 새 2026-27시즌은 9월 21일 기준 8경기 1승 3무 4패(승점 6)로 16위이고, 9월 23일 천황배 3회전에서 도쿠시마 보르티스를 5-0으로 이긴 상태입니다(풋볼채널).
참고로 2026년 선수 명단에 한국 국적 선수는 없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현지 관람 후기를 종합하면 구장 접근은 오사카 모노레일 반파쿠기넨코엔(만박기념공원)역에서 걸어서 15분 안팎이 기준입니다. 관람 가이드는 경기가 끝난 직후 역이 몹시 붐벼 입장 제한이 걸리는 만큼 일찍 나서거나 근처 대형 쇼핑몰 엑스포시티에서 시간을 보내라고 조언합니다.
시설 자체는 현지의 한 직관 후기 블로거가 처음 가보고 ‘여기 일본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을 정도로 호평입니다. 위층 좌석에서도 그라운드가 가깝고, 기둥마다 달린 모니터 덕에 어디서든 경기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는 후기입니다.

사진 출처: TAKA@P.P.R.S,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 2017년 9월 9일 J1 25라운드(감바 vs 고베) 촬영
기부로 지은 구장의 구조 — 소유는 시, 운영은 감바
총사업비는 140억 8,567만 엔이었습니다. 구단 직원이 정리한 공공시설 운영 자료(문부과학성 게재)와 일본어 위키백과가 같은 내역을 싣고 있습니다.
법인 기부가 721개 사에서 99억 5,019만 엔, 개인 기부가 3만 4,627명에서 6억 2,215만 엔이고, 나머지 35억 1,333만 엔은 스포츠복권 조성금 등 공적 지원입니다. 전체의 약 71%를 기업, 약 4%를 개인, 약 25%를 공적 지원이 맡은 셈입니다.
제가 이 수치로 계산해보니 기업 한 곳당 평균은 약 1,380만 엔, 개인 한 명당 평균은 약 1만 8천 엔입니다. 큰손 몇 곳이 아니라 ‘작은 돈이 아주 많이 모인’ 구조라는 게 숫자로 확인됩니다.
완공된 구장은 스이타 시에 기증되어 공공시설이 됐습니다. 소유자는 스이타 시, 시설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사업자(지정관리자)는 감바 오사카입니다.
공공시설이면서 구단이 운영 수익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이 모델의 핵심입니다. 구장은 2015년 10월에 준공됐고, 2016년 2월 개장 경기에는 3만 5,271명이 들어왔다고 합니다(일본어 위키백과 기준).
구단은 연고 시민을 ‘후원자’이자 ‘고객’으로 한 번에 만든 셈입니다. 준공식에는 기부자 4,394명이 참석했다고 스이타 시 구장 사이트가 적고 있는데, 자기 이름이 걸린 구장에 다시 표를 사서 들어가는 사람들의 애착은 일반 관중과 결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중과 티켓 — 평균 3만 명을 처음 넘긴 2025시즌
구단 발표 기준으로 2025시즌 J1 홈 19경기 입장객은 57만 135명으로 클럽 역대 최다였고, 평균은 3만 7명으로 클럽 사상 처음 3만 명을 넘었습니다. 약 4만 명 규모 구장 대비 4분의 3 수준의 점유율입니다.
참고로 일부 기사에는 평균 3만 7천 명으로 표기된 경우도 있는데, 구단이 발표한 총 입장객 57만 135명을 19경기로 나누면 3만 7명이 맞으므로 이 글에서는 구단 수치를 따랐습니다.
입장 수입도 같이 움직였습니다. 2024년도 입장 수입은 11억 8,500만 엔(도요게이자이)이었고, 2025년 연간 리포트에서는 전년 대비 약 23% 증가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새 구장의 효과는 개장 첫해에 이미 숫자로 나왔습니다. 위 문부과학성 게재 자료를 보면 옛 만박기념경기장 마지막 해인 2015년 리그 평균 관중은 약 1만 6천 명, 입장 수입은 7억 9천만 엔이었는데, 새 구장 첫 시즌인 2016년에는 평균 2만 5,342명(약 1.6배), 입장 수입 13억 9천만 엔(약 1.7배)으로 뛰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3분의 1만 찬 스탠드’ 이야기가 숫자로 뒤집힌 셈입니다.
공간 활용과 F&B, 상품(MD) — 가까운 스탠드가 매출이 되는 방식
구장의 가장 큰 상품은 거리입니다. 최전열에서 터치라인까지 약 7m, 골라인까지 10m이고 최전열과 그라운드의 높이 차는 150cm라고 넘버(Number)가 구장 개장 직후 전했습니다.
7m는 일본에서 국제 A매치를 열 수 있는 구장 가운데 가장 짧은 거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모든 좌석에 지붕이 있고, 스탠드 중단에는 구장을 한 바퀴 도는 콘코스(관중 이동 통로)와 무료 Wi-Fi가 있습니다.
지가진(GIGAZINE)은 최전열 ‘엑사이팅 시트’에서는 선수 벤치와 시선이 거의 같다고 소개했습니다.

사진 출처: Tokumeigakarinoaoshima,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 2018년 8월 25일 촬영한 구장 외관, 스탠드를 덮는 지붕 구조
이 근접성이 먹고 사는 매출로 이어진 정황이 구단 자료에 있습니다. 같은 운영 자료의 2015년→2016년 비교에서 굿즈 매출은 4억 9천만 엔에서 5억 8천만 엔(약 1.2배)으로 늘었는데, 음식 매출은 1억 3천만 엔에서 3억 6천만 엔으로 약 2.8배 뛰었습니다.
입장객이 늘어난 것 이상으로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최근 수치는 구단이 2026년 2월 발행한 연간 리포트 소개 기사에 있고, 2025년 굿즈 매출은 9억 3천만 엔(전년 대비 28% 증가), 음식 매출은 4억 1천만 엔(24% 증가), VIP 관련 매출은 2억 5천만 엔(7% 증가)입니다(사카노와).
입장객 증가율(15%)보다 굿즈와 음식의 증가율이 큰 만큼, 방문객 한 사람이 쓰는 돈 자체가 늘었다는 얘기입니다.
현직 마케터로서 이 후기 블로거의 ‘일본 맞나’라는 감상이 반갑습니다. 외국 구장을 닮았다는 표현은 결국 ‘경기가 아닌 경험을 팔고 있다’는 뜻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스탠드가 가깝고 지붕이 있으며 화면이 어디서나 보이면 관중은 자리를 덜 뜨고, 자리를 덜 뜨면 음식과 굿즈 구매는 오히려 경기 전후 동선에 몰립니다. 다만 이 매출 증가분이 구장 효과 때문인지 성적 효과 때문인지는 자료만으로 분리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광고 인벤토리와 네이밍라이츠 — 연 2억 엔, 계약은 2027년 말까지
네이밍라이츠(시설에 기업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리)는 구단이 아니라 구장 소유주인 스이타 시가 팔고 있습니다. 스이타 시 공식 페이지가 공개한 내용으로는 파나소닉스포츠와의 계약은 2018년 1월에 시작됐고, 2022년 12월 28일 발표된 갱신 계약은 2023년 1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 5년간 총 10억 엔(연 2억 엔, 소비세 제외)입니다.
구단 주주이자 이름을 건 기업이 구장 이름까지 가진 구조인데, 계약 만료가 2027년 말이라 다음 갱신 협상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만합니다.
구단 전체 매출은 같은 흐름 위에 있습니다. 도요게이자이가 2025년 6월 전한 바로는 2024년도 매출이 72억 엔을 넘어 역대 최고였고, 구단은 매출 100억 엔 돌파를 다음 목표로 제시해왔습니다.
J리그가 공시한 2025년도 매출은 88억 1,700만 엔으로 J1 3위(1위 우라와 113억 1,000만 엔, 2위 가와사키 100억 6,900만 엔)였습니다. 연 2억 엔의 계약금이 시와 구단 사이에서 어떻게 배분되는지는 제가 확인한 공개 자료에서는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름을 건 모기업이 계속 같은 자리를 지킬지는 2027년 이후 구단 사업의 안정성과 맞닿아 있는 문제입니다.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 세금 515억 원 vs 기부 140억 엔
한국에서 구단과 지자체의 관계를 가장 가깝게 비교할 수 있는 곳은 대구FC 전용구장입니다. 2019년 3월 9일 문을 연 이 구장은 옛 대구시민운동장 축구장을 2016년 12월부터 리모델링한 것으로, 한국일보가 전한 바로는 총 515억 원을 대구시가 전액 부담했고 1만 2천 석 규모이며, 대구FC는 대구시로부터 무상사용권을 얻어 쓰고 있습니다.
시가 짓고 구단이 쓰는 한국식 모델과, 개인과 기업이 짓고 시가 소유하며 구단이 운영하는 스이타 모델이 같은 ‘공공 구장’이라도 이렇게 다릅니다.
140억 엔은 환율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1천억 원을 웃도는 규모여서 대구 구장 사업비의 두 배 안팎입니다.
네이밍라이츠도 결이 다릅니다. 대구 구장은 2019년 DGB대구은행과 맺은 계약이 국내 프로축구 최초 사례로 알려졌고, 2025시즌부터 ‘대구iM뱅크PARK’로 바뀌었습니다.
이 구장은 2025년 4월 보도 기준으로 그해 홈 5경기 중 4경기가 매진됐다고 합니다. 관중 열기는 비슷한데, 건설 재원이 다르면 ‘이 구장이 누구의 것이냐’는 팬의 감각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기부로 지어진 구장에서 팬의 애착이 숫자로 확인되고 있는 감바의 사례가, 우리 구단들이 지자체와 만들어갈 다음 협력 모델에 어떤 힌트를 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정리하면 파나스타는 건물보다 ‘빈 의자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3만 4천여 명의 개인 기부와 700여 개 기업의 참여가 만든 평균 3만 명의 스탠드로 답을 보여주는 구장입니다. 성적이 흔들릴 때에도 이 구조가 얼마나 버텨줄지는 2026-27시즌이 시험대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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