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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나 독일과 한국 이중국적을 가진 스물두 살 미드필더가, 지난 6월 사상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 그라운드를 밟았습니다.
옌스 카스트로프 얘기입니다. 남아공전에 후반 교체로 데뷔전을 치른 이 선수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팀이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라는 걸 알고 나니, 현직 마케터로서 이 구단을 한 번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어졌습니다.
마침 이 구단은 이번 시즌부터 22년 만에 처음으로 홈구장 이름에 기업명을 붙이기 시작해, 마케팅적으로도 살펴볼 게 많은 시점이었습니다.
카스트로프는 뒤셀도르프와 쾰른 유스를 거쳐 2022년 뉘른베르크에서 프로 데뷔했고, 2025년 여름 이적료 450만 유로에 4년 계약으로 묀헨글라트바흐에 합류했습니다.
독일 유소년 대표 출신이지만 2025년 국적을 한국으로 전환했고, 지난 5월 홍명보호 최종 26인 명단에 이름을 올려 해외 출생·이중국적 선수로는 처음으로 한국 월드컵 대표팀에 뽑힌 사례가 됐습니다.
6월 25일(한국시간) 몬테레이에서 열린 조별리그 최종전 남아공전에 후반 교체로 나섰다가 실점 상황에 관여해 본인 스스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도 소속팀이 어떤 곳인지부터 궁금해졌던 걸 보면 직업병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관중과 티켓
보루시아 파크는 2004년 7월 30일 개장했습니다. 노후한 뵈켈베르크 경기장을 대체하며 들어선 이 구장의 정원은 리그 경기 기준 5만4,057명(입석 포함)이고, UEFA·FIFA 국제경기처럼 전 좌석으로 전환할 때는 4만6,279명까지 줄어듭니다.
스타디움 전문 매체 풋볼트리퍼에 따르면 정원 3만4,500명이던 뵈켈베르크 시절과 비교해 이전 이후 평균 관중이 4만9,168명까지 늘어 분데스리가 전체 4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입장권 가격대는 폭이 넓은 편인데, 입석은 14.50유로, 골대 뒤 좌석은 27.50유로, 중앙 좌석은 44.50유로부터 시작하고 바이에른 뮌헨전처럼 수요가 몰리는 경기에는 최대 20유로의 프리미엄이 붙습니다.
회원 수 기준으로는 축구 역사 전문매체 풋볼히스토리에 따르면 7만5,000명을 넘어 독일에서 손꼽히는 대형 클럽으로 분류됩니다.

출처: Arne Müseler / arne-mueseler.com, CC BY-SA 3.0 DE · 2021년 촬영 항공뷰
네이밍라이츠와 스폰서십
이 구장은 2004년 개장 이후 22년 동안 별도 스폰서명 없이 “보루시아 파크”라는 이름을 지켜왔습니다. 분데스리가 18개 구장 중 14곳이 이미 기업명을 붙인 상황에서, 묀헨글라트바흐는 오랫동안 흔치 않은 예외였던 셈입니다.
그런데 이번 2026-27시즌부터는 이름이 “이스타-보루시아-파크”로 바뀌었습니다.
에너지 서비스 기업 이스타(ista)와는 2025년 여름부터 에너지 효율화 등을 함께하는 지속가능성 파트너십(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위한 협력 관계)을 맺어온 사이였는데, 이번에 그 관계를 구장 네이밍라이츠(경기장에 기업명을 붙일 수 있는 권리)로까지 확장한 겁니다.
스포츠비즈니스 매체 보도에 따르면 계약 기간은 2030-31시즌 말까지이고, 구단이 받는 금액은 연간 400만~500만 유로(약 60억~75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더스폰서가 집계한 분데스리가 평균 공정가치(약 850만 유로)보다는 소박한 편인데, 구단 측이 어떤 계약을 맺든 ‘보루시아-파크’라는 이름 자체는 반드시 남겨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이 가는 규모입니다.
네이밍라이츠를 팔면서도 구단 정체성이 담긴 이름만은 지켜낸 셈이니, 마케터 입장에서는 인지도와 수익 사이에서 나름의 균형점을 찾은 협상으로 보입니다.
유니폼 메인 스폰서는 2024-25시즌부터 욕실·인테리어 온라인 판매업체 로이터(REUTER)가 맡고 있습니다. 2011년부터 부분 스폰서로 관계를 이어오다 메인 스폰서 자리까지 오른 경우로, 그전에는 포스트방크(2009~2020년), 플라텍스(2020~2024년)가 차례로 가슴 스폰서였습니다.
용품 계약은 푸마, 전기·조명 유통 분야는 소네파가 파트너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공식 홈페이지 상단 메뉴만 봐도 로이터·이스타·푸마·소네파 네 개 로고가 나란히 걸려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공식 홈페이지 발표 페이지 · 구단 공식 홍보 이미지
중계권 쪽에서는 분데스리가 전체가 2025-26시즌부터 2028-29시즌까지 국내 중계권으로만 시즌당 11억2,100만 유로(1·2부 36개 구단 합산)를 받는 계약을 스카이 도이칠란트·DAZN과 맺어 놓은 상태입니다.
직전 계약보다 약 2% 늘어난 규모로, 전 세계 축구 리그 가운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다음으로 큰 국내 중계권 시장이라고 합니다. 개별 구단별 배분액까지는 공개되지 않지만, 리그 차원의 파이가 꾸준히 커지고 있다는 점은 묀헨글라트바흐 같은 중위권 구단의 살림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분입니다.
공간 활용과 F&B
보루시아 파크는 축구 전용 구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목적 이벤트 공간에 가깝습니다. 2011년 여성 월드컵 조별리그와 준결승 경기를 열었고,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를 다섯 차례 유치했으며,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엘튼 존 콘서트 무대로도 쓰였습니다.
축구 없는 날에도 구장을 놀리지 않고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인 셈입니다.
콘코스(관중석 통로) 안에는 스포츠바 글라드바흐를 비롯해 프레첼, 파이, 피자, 필스너 맥주를 파는 매대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 구장을 다녀간 한 축구 여행 전문 블로거는 넓은 콘코스와 다양한 매대, 합리적인 가격을 장점으로 꼽으면서 좌석에서도 음식과 맥주를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현직 마케터 입장에서 이런 후기를 보면, 결국 F&B(식음료) 만족도는 화려한 시설보다 동선과 대기시간 같은 기본기에서 갈린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구단 전통과 팬 문화
묀헨글라트바흐의 별명 “디 폴렌(어린 망아지들)”은 1965년 팀이 분데스리가로 승격했을 때 생겼습니다.
당시 감독 한네스 바이스바일러가 평균 나이 21.5세의 어린 선수단을 이끌고 빠르고 거친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자, 현지 언론이 그 모습을 망아지들이 뛰노는 모습에 빗대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별명은 1998년부터 클럽 마스코트 이름으로도 이어졌는데, 마스코트 윈터(Jünter)는 구단 레전드 귄터 네처(Günter Netzer)의 이름을 현지 사투리 발음으로 살짝 바꿔 붙인 겁니다.
실제 인물 이름을 그대로 마스코트에 붙였다는 점에서, 구단 역사를 다음 세대에게 은근히 각인시키는 장치처럼 느껴집니다.

출처: Linksfuss, 퍼블릭 도메인 · Wikimedia Commons
홈 관중석 중에서는 스탠딩(입석) 구역인 노르트쿠르베가 가장 유명합니다. 풋볼트리퍼에 따르면 이 구장 전체 입석 규모만 1만8,883명에 이르는데, 그중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이는 곳이 바로 노르트쿠르베이고 경기마다 대형 걸개와 카드섹션으로 장식되곤 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찾아본 사진에도 인종차별 반대(Gegen Rassismus) 문구가 걸개 위쪽에 자연스럽게 걸려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이런 문구가 특별 이벤트로 반짝 등장하는 게 아니라 일상적인 응원 문화 속에 녹아 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출처: Heynckesjupp, CC BY-SA 4.0 · Wikimedia Commons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국내 프로 구단과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지점은 스폰서 금액보다 오히려 누가 구장을 소유하고 운영하는가입니다.
보루시아 파크는 구단이 세운 자회사 ‘보루시아 VfL 1900 묀헨글라트바흐 GmbH’가 직접 소유·운영하는 구장이라, 스폰서를 붙일지 말지, 어떤 이름을 남길지까지 구단이 전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K리그는 대부분의 구단이 지자체 소유 공공 체육시설을 임대해 쓰는 구조라, 네이밍라이츠를 팔고 싶어도 지자체와의 협의 없이는 구장 이름 하나 마음대로 바꾸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FC서울의 서울월드컵경기장이나 수원FC의 수원월드컵경기장은 모두 서울시·수원시 소유 공공시설이고, 실제 명명권을 판매할지는 구단이 아니라 지자체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묀헨글라트바흐가 22년이나 스폰서 없이 버티다 이번에야 이름을 판 것도 어차피 언제든 팔 수 있는 자기 소유 자산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선택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국내 구단들의 네이밍라이츠 논의는 스폰서 유치 이전에 소유 구조부터 다시 짚어봐야 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카스트로프가 앞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몇 경기나 더 뛸지, 묀헨글라트바흐가 이스타라는 이름표를 달고 성적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22년 동안 지켜온 이름을 팔면서도 구단 정체성만은 남기려 한 협상 방식은, 스폰서십을 스타디움 자산 관리 차원에서 길게 내다보고 접근하는 국내 구단들에도 참고할 만한 사례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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