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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장길에 치바현에 있는 ZOZO 마린 스타디움에 다녀왔습니다.
치바 롯데 마린즈의 홈구장인데, 하필 방문한 날이 1군이 아니라 2군 홈경기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2군 경기인데도 팬캠, 리본보드, 서클라인 조명, DJ 공연까지 홈경기 이벤트가 그대로 돌아가고 있었고, F&B 매장과 티켓 부스도 평소처럼 정상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ZOZO 마린 스타디움 — 바람을 스토리텔링으로 바꾼 구장
ZOZO 마린 스타디움은 1990년에 개장한 3만 석 규모의 구장으로, 도쿄만 바닷가에 바로 붙어 있습니다.
이 구장이 원래도 유명한 이유가 있는데, 바닷바람이 워낙 강해서 타자에게 불리한 구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가보니 그 바람을 역이용해서 외야에 홈런 라군이라는 특화 좌석을 만들어놓았고, 외야 콘크리트 외벽도 바람의 영향을 감안해 별도로 설계했다고 합니다. 약점처럼 보이는 지역 특성을 오히려 구장 스토리텔링의 소재로 바꿔놓은 셈이었습니다.

매년 조금씩 갱신하는 좌석 상품
좌석 구성도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었습니다. 내야에는 서브마린 시트, 덕아웃 박스, 필드 윙 카운터 시트가 있고, 외야에는 홈런 라군과 레가시 시트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필드 윙 카운터 시트는 2025~2026년에 걸쳐 아일랜드 시트와 쿠션 시트를 더해 계속 리뉴얼하고 있다고 하는데, 한 번 만들고 끝내는 게 아니라 매년 조금씩 손을 보면서 좌석 상품을 갱신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명탑도 옛날 방식이 아니라 LED 서클라인 조명으로 바뀌어 있었는데, 선수와 관중 모두의 눈부심을 줄이면서도 경기 연출에 따라 조명을 다이내믹하게 바꿀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게이트 이름 — 모기업 브랜드를 녹인 장치
가장 재미있었던 건 게이트 이름이었습니다. 구장 출입구마다 롯데의 과자·아이스크림 브랜드 이름을 붙여놓았는데, 제가 지나간 곳은 쿨리시(COOLish) 게이트였습니다. 모기업 브랜드를 구장 동선에 자연스럽게 녹여서 친근함을 주는 동시에, 관람객이 게이트를 기억하고 찾아오기 쉽게 만든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모기업과 구단을 연결하는 방식치고는 꽤 영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워 히스토리 월 — 동선 속의 구단 역사
관람객이 지나다니는 동선 벽면에는 구단 역사를 정리한 아워 히스토리 월도 있었습니다. 롯데 오리온즈 시절부터 이어져 온 주요 순간들을 연도 별로 나열해 놓았는데, 화려한 전광판이나 대형 스크린이 아니어도 팬들이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구단의 역사를 접하게 만드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정리하며 — 운영 태도가 만든 차이
시설 하나하나의 규모보다 운영 태도가 더 인상 깊었다는 것이었습니다. 1군이든 2군이든 팬을 대하는 기본기를 똑같이 유지하고, 좌석 하나도 해마다 조금씩 리뉴얼하고, 모기업 브랜드조차 게이트 이름 하나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디테일까지. 국내 구장도 큰 리모델링 없이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고, 특히 시즌 중 좌석과 동선을 꾸준히 손보는 태도만큼은 꼭 배워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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