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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라쿠텐 이글스를 다루면서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이 프로야구단 하나로는 만족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라쿠텐 그룹은 센다이의 프로야구단뿐 아니라 고베의 J1리그 구단 비셀 고베까지 소유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한 그룹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구단을 동시에 운영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와 최근 몇 주 사이 나온 보도들을 살펴보니, 두 종목을 넘나드는 라쿠텐의 마케팅 방식과 정작 구장 이름에는 라쿠텐을 붙이지 않은 이유가 흥미롭게 맞물려 있었습니다.
관중과 티켓
비셀 고베는 2023시즌 J1리그 우승 이후 오히려 관중이 줄어드는 흐름을 겪고 있습니다. 홈경기 평균 관중은 2023시즌 2만2,553명에서 2024시즌 2만1,811명, 2025시즌 2만1,099명으로 3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2026시즌 새 리그 방식인 백년구상리그에서는 10라운드 시점 기준 평균 관중이 전년 동시점 대비 4,266명이나 줄어 J1 20개 구단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습니다. 원인은 성적 부진이 아니라 오히려 성적이 좋아서 생긴 딜레마였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진출로 국내 일정이 촘촘해지면서 홈경기 9경기 중 6경기가 평일 경기로 잡혔고, 다른 구단들이 종종 활용하는 국립경기장 대관 효과도 전혀 누리지 못했습니다.
국내 리그도 제 경험상 년간 일정이 리그에서 발표되면 주말경기, 주중경기, 인기팀, 비인기팀과의 경기 일정을 보고 관중을 예측을 합니다. 현지 축구 전문 매체가 낸 분석을 보면, 비셀 고베 팬들이 평일에 유독 안 오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2025시즌 평일 경기 유효 관중 비율은 71.0퍼센트로, 우라와 레즈(61.0퍼센트)나 요코하마 F. 마리노스(55.1퍼센트)보다도 높았습니다. 결국 문제는 팬심이 아니라 평일 경기 자체가 다른 구단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절대량이었던 셈입니다.
성적이 좋아질수록 오히려 관중이 줄어드는 이 역설은, 아시아 대회 진출이 늘고 있는 국내 구단들도 언젠가 마주할 수 있는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티켓 판매는 라쿠텐 티켓을 통한 다이내믹 프라이싱(수요와 시점에 따라 가격이 바뀌는 방식) 방식으로, 로얄·엘리트·레귤러 등 회원 등급별로 선행판매 시점을 차등화해 시즌권 회원의 충성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고베 윙 스타디움(현 노에비아 스타디움 고베) 외관 · 출처: Pastern, CC BY-SA 3.0
공간 활용과 상품(MD)
홈구장인 노에비아 스타디움 고베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2001년 11월 고베 윙 스타디움이라는 이름으로 개장한 개폐식 지붕 구장입니다. 월드컵 당시에는 임시석을 포함해 4만 명이 넘는 규모였다가, 대회 이후 임시석을 철거하면서 지금의 3만132석 규모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기장 밖에는 사누키 우동집부터 고베규 스테이크 매장까지 다양한 푸드트럭이 들어서는데, 현지의 한 축구 전문 매체가 2025년 여름 이벤트를 다녀와 남긴 후기를 보면, U자 형태로 늘어선 10여 개 푸드트럭 주변 인공잔디밭에 가족 단위 관중이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나눠 먹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묘사돼 있었습니다.
경기장을 그저 관람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소풍하듯 머무는 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셈인데, 이런 디테일은 자료만 봐서는 잘 안 보이다가 직접 다녀온 사람의 글을 통해서야 실감이 났습니다.
상품(MD) 판매는 산노미야의 THE VISSEL과 하버랜드의 VISSEL PORT 두 매장이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2025년 8월 구단 창단 30주년 기념 자선경기 때는 2만7,000엔(약 24만 원)짜리 한정판 유니폼을 사려는 팬 300여 명이 뙤약볕 아래 줄을 섰다고 하니, 특별판 상품에 대한 팬덤의 지불 의사가 상당히 높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미사키공원 스타디움(비셀 고베 훈련시설) 파노라마 · 출처: Kanko3131, CC BY-SA 3.0
광고 인벤토리와 네이밍라이츠
여기서부터가 라쿠텐의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라쿠텐 그룹은 2014년 비셀 고베의 지분 전량을 인수해 구단주가 됐지만, 정작 홈구장 이름에는 자기 브랜드를 붙이지 않았습니다.
노에비아 스타디움 고베라는 이름은 화장품 회사 노에비아가 2025년 3월부터 2028년 2월까지 3년간, 연 6,200만 엔(세전, 원화로 약 5억 5,000만 원 안팎)을 내고 사들인 네이밍라이츠(시설에 기업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리)입니다.
여러 차례 갱신을 거듭해 이번이 네 번째 계약인데, 이 계약금은 고베시와 구단 운영법인이 절반씩 나눠 갖는 구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신 유니폼 가슴에는 2004년부터 라쿠텐이 메인 스폰서로 자리하고 있고, 최근에는 라쿠텐 모바일 브랜드가 함께 노출되면서 이커머스부터 통신까지 그룹 전 계열사의 광고 인벤토리(광고 노출 지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유니폼 서플라이어는 아식스가 맡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예방을 받다(2019년 1월 촬영) · 출처: 일본 총리관저(PMO), Wikimedia Commons, CC BY 4.0
중계권과 지역 경제효과
J리그 전체 중계권은 2023시즌부터 2033시즌까지 11년간 DAZN이 보유하고 있는데, 매출 연동분을 포함한 최대 계약 총액이 2,395억 엔에 이릅니다.
직전 10년 계약(2017~2026시즌, 총액 약 2,100억 엔)보다 규모가 커진 것으로, J1·J2 리그와 승격 플레이오프까지 포괄합니다.
지역 경제효과 쪽을 보면 비셀 고베는 2023시즌 기준 전국 파급효과 413억 9,800만 엔, 효고현 내로 한정해도 196억 엔 규모의 경제효과를 냈다고 집계됐습니다.
효고현 유일의 J리그 구단이라는 지위 덕분에 2013년에는 현 내 41개 기초자치단체 전부가 비셀 고베 응원 선언에 가입했고, 최근에는 파트너타운이라는 명칭으로 지역 연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구장의 상징 — 개폐식 지붕과 2025년 30주년 자선경기
노에비아 스타디움은 J리그 구장 중에서도 개폐식 지붕을 갖춘 몇 안 되는 시설로, 비를 막아주는 실용적 기능과 함께 야간 조명 아래 지붕 라인이 드러내는 곡선미로도 종종 언급됩니다.
2025년 8월에는 창단 30주년이자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30주기를 함께 기리는 자선경기가 이 구장에서 열렸는데, 1998년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골든골로 일본의 첫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은 오카노 마사유키와 58세에도 현역인 미우라 가즈요시 등 왕년의 스타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이니에스타는 가족 사정으로 불참했지만 영상 메시지로 고베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고 합니다.

노에비아 스타디움 고베의 개폐식 지붕 구조 · 출처: 0-0t, CC BY-SA 3.0
현지 취재를 다녀온 한 축구 전문 매체는 이 경기를 두고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라 추모와 감사, 기쁨이 뒤섞인 밤이었다”고 표현했습니다.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이런 행사는 스폰서 노출이나 티켓 매출과는 결이 다른, 구단과 도시가 함께 쌓아온 신뢰 자산을 재확인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베 윙 스타디움 내부 전경 · 출처: yuk, CC BY-SA 3.0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
지금 1군 명단에 한국 국적 선수는 없지만, 비셀 고베는 과거 김남일, 정우영, 최성용, 김도훈, 김승규 등 여러 한국 선수가 거쳐 간 구단이기도 합니다.
특히 김도훈 선수는 은퇴 후 싱가포르 라이온 시티 세일러스 감독을 지내는 등 지도자로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2025년 30주년 자선경기에도 초청받아 그라운드를 밟았습니다.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국내 구단과 비교하면 몇 가지 눈에 띄는 지점이 있습니다. 첫째, 네이밍라이츠 수익을 지자체와 구단이 절반씩 나누는 구조는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내 야구장은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나 인천 SSG 랜더스필드처럼 모기업이 자기 구장에 자기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구단 소유와 무관한 제3자가 시장 가격을 치르고 명명권만 사들이는 사례 자체가 드뭅니다.
노에비아처럼 외부 기업이 대가를 치르되 그 수익을 공공(지자체)과 민간(구단)이 나눠 갖는 방식은, 앞으로 지자체 소유 구장의 네이밍라이츠를 검토할 때 참고할 만한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성적이 좋아질수록 평일 경기가 늘어 오히려 관중이 줄어드는 역설은 아시아 대회 진출이 늘고 있는 K리그 구단들도 조만간 마주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셋째, 한 그룹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를 동시에 소유하며 브랜드를 교차 노출하는 라쿠텐의 방식은, 국내에서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마케팅 모델이라 눈여겨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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