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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여름, 가족 여행으로 스페인을 갔습니다. 당연히 국내 프로구단에서
마케팅을 하는 사람으로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직관하는 그림을 꽤 오래전부터 그려왔던 터라 일정을 맞춰보려 애썼지만, 결국 시즌 스케줄과 제 여행 일정이 엇갈리면서 경기는 보지 못했네요.
그란비아 거리의 레알 마드리드 공식 매장
솔직히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경기를 못 본 아쉬움을 채워준 것은 뜻밖에도 그란비아 거리에 있는 레알 마드리드 공식 스토어였습니다. 경기장 안이 아니라 마드리드에서 가장 번화한 도심 쇼핑 거리 한가운데에, 레알 마드리드라는 브랜드 하나만을 위한 대형 매장이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케터로서는 경기 관람 못지않게 흥미로운 장면이었습니다.
매장에 들어서자 유니폼과 트레이닝복, 축구공, 스카프까지 레알 마드리드 굿즈로만 채워진 진열대가 층마다 펼쳐져 있었습니다. 개인 유니폼에 원하는 이름과 번호를 즉석에서 마킹해주는 코너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평일 낮 시간대인데도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이 꾸준히 매장을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이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던 이유는, 국내 프로스포츠 현장과 너무 다른 그림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구단 굿즈는 대부분 경기장 안 매장이나 경기가 있는 날의 임시 부스에서만 판매됩니다. 구단 유니폼과 브랜드만으로 시내 한복판에 상설 매장을 여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서울이나 주요 도시의 핵심 상권 임대료는 구단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높고, 설령 단기팝업스토어를 열더라도 그 자체로 큰 비용 부담이 됩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도 인기 콘텐츠와 결합한 야구 팝업스토어 직접 열어 운영한 적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짧은 기간 한정 운영이었을 뿐 상설 매장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그란비아에, FC바르셀로나는 구시가지 중심 람블라스 거리에 각각 대형 상설 매장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 차이를 단순히 국내 구단의 역량 부족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 수요, 100년이 넘는 브랜드 역사, 압도적인 글로벌 팬덤 규모가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은 분명히 감안해야 합니다. 다만 그런 전제를 감안하더라도, 경기장 밖에서 브랜드를 소비할 수 있는 접점을 도심 한가운데 만들어 놓았다는 발상 자체는, 국내 구단들이 장기적으로 참고할 만한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벨링엄 유니폼 — 스토리가 만드는 프리미엄
매장에서 만난 주드 벨링엄의 유니폼. ‘BELLINGHAM’과 ‘5’라는 숫자를 보는 순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결국 구매를 결정했습니다.
다만 계산대에서 가격표를 보고는 살짝 놀랐습니다. 선수 마킹이 들어간 유니폼 가격이 국내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마킹 유니폼과 비교하면 대략 2배에서 3배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지금 벨링엄이 보여주고 있는
활약이 그 가격을 아깝지 않게 만들어주있네요 . 현재 진행 중인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벨링엄은 잉글랜드 대표팀의 핵심 자원으로 뛰고 있습니다. 이 대회에서만 4골을 기록하며 해리케인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에 올라 있습니다. 잉글랜드는 8강에 진출해 엘링 홀란의 노르웨이와 4강 진출을 다투는 일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옷장 속 유니폼을 볼 때마다 이 선수가 지금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이 가격표가 정당화되는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케터의 시선으로 보면, 결국 이것도 브랜드와 선수 개인의 스토리가 만들어내는 프리미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리하며
국내로 돌아와 이 경험을 정리하면서 몇 가지 느끼는 점이 있네요. 첫째, 경기장 밖 상권에 브랜드 접점을 만드는 것은 결국 콘텐츠와 팬덤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점입니다.
둘째, 유니폼 한 장의 가격에는 원가와 라이선스 비용뿐 아니라 그 선수가 지금 만들어가고 있는 스토리와 순간의 가치까지 담긴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번 마드리드 방문은 경기장 안에서의 감동은 얻지 못했지만, 경기장 밖에서 세계 최고 구단의 브랜드 운영 방식을 눈으로 확인한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 마드리드를 다시 찾게 된다면, 그때는 꼭 직접 경기를 관람하고 오겠다는 다짐도 함께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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