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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명단을 발표했을 때 눈에 들어온 이름이 하나 있었습니다.
FC도쿄 소속 골키퍼 김승규 선수였습니다.
한국 대표팀 골키퍼로는 최다 동률인 4회 연속 월드컵 선발이라는 기록도 있지만, 실제 무대에서 그는 극과 극의 장면을 모두 보여줬습니다.
6월 12일 체코전에서는 후반 37분 아담 흐로첵의 결정적인 슈팅을 오른팔로 쳐내고 추가시간엔 미할 사디렉의 슈팅까지 안정적으로 잡아내며 2-1 승리(황인범 동점골, 오현규 결승골)를 지켜내 현지 매체로부터 ‘도쿄의 수호신’이라 불렸지만, 6월 19일 멕시코전에서는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지며 0-1로 패했고 한국은 골득실에서 세네갈에 밀려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두 차례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딛고 다시 국가대표 무대에 선 그가 6월 30일 FC도쿄와 2026-27시즌 재계약까지 맺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이 선수가 뛰는 구단의 사업 구조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현직 마케터 입장에서 FC도쿄라는 구단, 그리고 그 홈구장인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을 한번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관중과 티켓
FC도쿄는 2025시즌 J1리그에서 평균 3만1590명을 동원해 리그 3위를 기록했습니다.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3만7350명), 나고야 그램퍼스(3만2263명) 다음으로, 리그 평균(2만1246명)보다 1만명 가까이 많은 수치입니다.
올해 3월 8일에는 J1리그 쇼난 벨마레전에서 J리그 홈경기 통산 입장객 1000만명을 넘어섰는데, J리그 전체를 통틀어 네 번째, 경기 수 기준으로는 두 번째로 빠른 달성이었다고 구단이 밝혔습니다.
시즌권 제도인 SOCIO는 J1리그 홈 19경기를 묶어 판매하는데, 경기별로 가격이 다른 개별 티켓 총액과 비교해 할인폭을 계산하는 방식이라 정액제 종일권보다는 유동적인 구조에 가깝습니다.
흥미로운 건 FC도쿄가 연고 홈구장이 아닌 도쿄 시내 국립경기장(약 6만8000석 규모)에서 연 1~2차례 특별 홈경기를 여는 방식으로 시즌 평균 관중수를 끌어올린다는 점입니다.
2024년 7월 13일 알비렉스 니가타전에서는 5만7885명을 동원해 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J1리그 경기 중 최다 기록이자 클럽 역대 홈 최다 입장객 기록을 세웠고, 이 시즌에도 드론 400여 대를 띄우는 불꽃쇼나 청홍색 화염 연출 같은 특별 이벤트를 국립경기장 개최일에 맞춰 기획하고 있습니다.
J리그도 이런 국립경기장 개최 경기를 “MUFG THE 국립DAY”라는 이름으로 별도 브랜딩해서 밀어주는 걸 보면, 연고 구장이 아닌 대형 경기장에서 열리는 한두 경기를 “특별한 날”로 포장해 흥행을 극대화하는 것도 하나의 마케팅 기법으로 읽혔습니다.
공간 활용과 F&B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은 정원 약 4만9970석 규모의 다목적 경기장입니다.
육상 트랙이 도는 축구·럭비 겸용 시설이라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에 여유 공간이 있는데, 이 때문에 축구 전용 구장보다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는 반면 다양한 각도에서 경기를 즐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로 현지의 한 직관 후기 블로거는 메인스탠드, 백스탠드, 골대 뒤쪽 좌석의 특징을 꼼꼼히 비교해 정리해 놓았는데, “좌석을 어디로 잡느냐가 관전 만족도의 9할을 좌우한다”고 적어 놓은 걸 보고 저도 공감했습니다.
응원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골대 뒤 스탠딩석, 가족 단위로 편하게 보고 싶다면 메인스탠드 중앙이 낫다는 식으로 목적별 좌석을 나눠 추천하는 방식은, 국내 구장에서도 좌석별 관전 포인트를 더 적극적으로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경기장 안팎 먹거리도 촘촘합니다.
경기장 밖 “청적파크”는 티켓이 없어도 들어갈 수 있는 개방형 공간으로 여러 푸드트럭이 들어서고, 콘코스 안쪽 매점에서는 도쿄라멘(800~900엔)과 도쿄교자(600~700엔) 같은 구단 자체 메뉴부터 원정팀 연고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한정 메뉴, 자체 양조장에서 내려받는 크래프트 비어까지 판매합니다.
매치데이마다 원정팀 지역 먹거리를 끼워 넣는 구성은 대진표 자체를 F&B 마케팅 소재로 삼는 방식이어서 눈에 띄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yoppy, CC BY 2.0) — 아지노모토 스타디움 만원 관중석, 도쿄 더비(FC도쿄 대 도쿄 베르디)
상품(MD)과 광고 인벤토리
FC도쿄는 스스로 상품(MD) 매출이 약점이라고 인정하는 몇 안 되는 구단입니다.
구단 머천다이징 부서가 직접 공개한 클럽 스태프 일기에 따르면 상품 매출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그치는데, 다른 구단은 평균 10% 안팎, 매출이 높은 구단은 15%에 이릅니다.
가장 비중이 큰 레플리카 유니폼 판매량도 연간 6000~7000장 수준으로, 잘 팔리는 구단의 1만5000~2만장에 크게 못 미칩니다.
약점을 굳이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태도가 특이했는데, 문제를 인정해야 개선도 가능하다는 관점에서는 오히려 건강한 접근으로 다가왔습니다.
광고 인벤토리(경기장·유니폼 등에 붙는 광고 노출 공간) 쪽은 조금 다른 그림입니다.
2026/27시즌 유니폼 메인스폰서는 도쿄가스인데, FC도쿄의 전신이 도쿄가스 축구부였다는 걸 생각하면 90년 가까운 역사를 돌아 친정이 다시 가슴에 이름을 올린 셈입니다.
소매에는 미쓰이물산이 자리하고, 구단을 자회사로 둔 모회사 MIXI의 로고도 함께 부착돼 있습니다.
MIXI는 모바일게임 “몬스터 스트라이크”로 알려진 IT기업으로, 2018년부터 구단 스폰서로 참여하다가 2021년 12월 제3자 할당증자(특정 주주를 대상으로 새 주식을 발행해 지분을 넘기는 방식)를 통해 지분을 51.3%까지 늘려 FC도쿄를 자회사로 편입했습니다.
그 전까지 FC도쿄는 도쿄가스, 미쓰비시상사, 시미즈건설 등 370여 개 주주가 나눠 갖는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돼 왔는데, 특정 기업의 색을 빼는 걸 원칙으로 삼았던 구단이 IT기업 산하로 들어간 전환이었던 셈입니다.
최근에는 홈경기 하루를 “MIXI Day”로 지정해 모회사 브랜드를 매치데이 이벤트로 묶어내는 방식도 쓰고 있습니다.
경기장 네이밍라이츠(시설에 기업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리)의 역사도 깊습니다.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은 2003년 3월 일본 공공시설 최초로 네이밍라이츠를 도입한 사례로,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계약을 갱신하며 2029년 2월까지 총 26년간 계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갱신(2024년 3월~2029년 2월)은 5년에 10억5000만엔(세금 별도) 규모인데, 국내 대형 공공시설 네이밍라이츠 중 최장수 사례라고 합니다.

출처: FC도쿄 공식 홈페이지 캡처 — 2026/27시즌 유니폼과 스폰서 로고(도쿄가스·미쓰이물산·MIXI)
중계권과 재정
J리그 전체 중계권은 DAZN이 쥐고 있습니다.
2023년에 11년(2033년까지) 총 2395억엔 규모로 계약을 연장했는데, 2017년 최초 계약(10년, 2100억엔)에서 두 차례 연장을 거친 결과입니다.
FC도쿄를 운영하는 도쿄풋볼클럽의 개별 실적을 보면, 2024년도(2025년 1월기) 결산에서 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17.9% 늘어난 69억8900만엔으로 구단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최종손익도 7200만엔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지던 적자 행진이 멈춘 겁니다.
한 축구 경영 분석 블로그는 FC도쿄의 수입 구조에서 스폰서 수입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해 유럽·미국 스포츠 비즈니스보다 스폰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고 짚었는데, 자체 수익원인 상품·티켓보다 광고 인벤토리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뜻이라 앞서 살펴본 MD 매출 약점과도 맞닿아 있는 지적이었습니다.
구장만의 상징 — 마스코트와 특별연출
FC도쿄의 마스코트 “도쿄 도롬파”는 파랑과 빨강이 섞인 여우를 닮은 캐릭터로, 경기장 곳곳의 굿즈와 F&B 패키지에 얼굴을 내밉니다.
구단이 운영하는 자체 브랜드 도넛 상품에도 마스코트 그래픽이 들어가 있어, 매치데이 먹거리 자체를 브랜드 자산으로 묶어내려는 시도가 느껴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국립경기장 특별 연출도 같은 맥락입니다.
연고 홈구장이 아닌 대형 경기장에서 열리는 한두 경기를 드론쇼·불꽃 연출이 딸린 특별한 하루로 포장해 시즌 평균 관중수를 끌어올리는 방식인데, 매 홈경기를 다 채우기 어렵다면 상징적인 한두 경기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도 흥행 전략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출처: White Crow(주식회사, 드론쇼 연출사) 공식 사례 소개 페이지 — 2024년 9월 14일 국립경기장 FC도쿄 대 나고야 그램퍼스전 ‘FIREWORKS DRONE SHOW’, 드론 약 400기가 그린 ‘FC TOKYO’ 문구와 특수효과 불꽃 연출

출처: Wikimedia Commons (掬茶, CC BY-SA 3.0) — 아지노모토 스타디움 외관과 철골 뼈대 구조 지붕

출처: FC도쿄 공식 홈페이지 그루메 페이지 캡처 — 마스코트 도쿄 도롬파와 매치데이 F&B 상품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MIXI라는 게임회사가 프로스포츠 구단의 대주주라는 구조는, 사실 K리그보다는 KBO의 NC 다이노스와 더 닮아 있습니다.
게임회사 NC소프트가 창단 때부터 NC 다이노스를 소유해 온 것과 달리, FC도쿄는 90년 가까이 여러 기업이 나눠 갖는 컨소시엄 구조를 유지하다가 2021년에야 MIXI가 지분을 늘려 자회사로 편입했다는 차이가 있지만, “게임회사가 프로구단 대주주”라는 결과만 놓고 보면 국내에도 이미 익숙한 그림인 셈입니다.
네이밍라이츠 쪽은 결이 다릅니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인천 SSG 랜더스필드,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처럼 국내 구장에 붙은 기업명은 대부분 그 구단을 소유한 모기업이 자기 이름을 붙인 경우입니다.
반면 아지노모토는 FC도쿄와 자본 관계가 없는 제3자 기업이 26년째 대가를 지불하며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사례라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육상 트랙이 있는 다목적 경기장이라는 점도 최근 축구 전용 구장을 늘려가는 국내 흐름과는 반대 방향인데, 그럼에도 이 구단이 국립경기장이라는 별도의 대형 시설을 흥행 카드로 함께 쓰는 방식은 자체 구장 증축 없이도 특별경기를 통해 관중 규모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MD 매출 약점을 스스로 공개하는 구단, 90년 만에 친정 기업이 다시 스폰서로 돌아온 구단, 게임회사가 대주주가 된 구단.
FC도쿄를 들여다보며 한 구단의 사업 구조에는 여러 겹의 서사가 쌓여 있다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김승규 선수가 ‘도쿄의 수호신’이라 불렸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을 모두 뒤로하고 다시 도쿄 유니폼을 입기로 한 것처럼, 도쿄가스도 90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니 이번 시즌 FC도쿄의 행보를 좀 더 눈여겨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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