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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화요일이었습니다.
경기 시작 전까지도 우천 취소 방송이 나오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했는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관중석은 이미 만원이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화요일이었습니다. 경기 시작 전까지도 우천 취소 방송이 나오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했는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관중석은 이미 만원이었습니다.

우비를 챙겨 입은 관중들이 비를 맞으면서도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화요일 밤 평일 경기에 이 정도 열기가 나오는 구단이 흔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쿠텐모바일 최강파크 미야기 — 명명권 애칭
정식 명칭은 미야기노하라 공원 미야기 구장이고,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는 이 정식 명칭보다 2026년 1월부터 붙은 ‘라쿠텐모바일 최강파크 미야기’라는 명명권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었습니다.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가 2004년 창단되고 이듬해부터 홈구장으로 써온 곳인데, 그동안 몇 차례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좌석 규모도 3만 석대까지 늘어났습니다. 애칭도 스폰서십 계약에 따라 여러 번 바뀌었고, 이번 계약은 2028년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구단이 명칭 하나에도 계속 상업적 가치를 붙여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구장 진입로부터 시작되는 장날 분위기 — 스마일 글리코 파크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위치인데도, 경기가 있는 날 구장 주변은 마치 국내 지방 장날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노점처럼 늘어선 먹거리 부스와 각종 즐길거리, 탈거리가 구장 진입로부터 이어져 있어서 경기 시작 훨씬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게 구장 좌측 외야 뒤편에 자리한 ‘스마일 글리코 파크’라는 부속 놀이공원이었습니다. 관람차와 회전목마, 트램펄린형 놀이기구, 체험형 아스레틱까지 갖추고 있는데, 야구 관람 티켓만 있으면 이 시설 전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관람차 — 광고 매체가 된 놀이기구
이 관람차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구장 안을 내려다볼 수 있는 형태로 지어진 세계 최초의 야구장 내 관람차라고 합니다. 사진에서도 보이듯 관람차 중앙에는 글리코 로고 광고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경기장 안쪽 전광판이나 펜스 광고에만 익숙했던 저로서는, 외야 너머 놀이시설까지도 관중의 시선이 오래 머무는 자리라면 어디든 광고 매체로 쓸 수 있다는 발상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구장이라는 공간의 경계를 관중의 동선과 시선을 기준으로 다시 그은 셈인데, 국내 구장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험형 액티비티 — 비야구팬 가족까지 끌어들이는 장치
스마일 글리코 파크 안에는 체험형 액티비티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안전바에 몸을 걸고 철골 빔 위를 조심스레 걸어보는 아스레틱 코스였는데, 높은 곳에서 구장과 주변 도시 풍경을 내려다보며 걷는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이런 시설을 경기 관람과 묶어서 무료로 열어두는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경기가 없는 시간에도 사람들이 구장 근처에 머물게 만들고, 야구를 잘 모르는 가족 단위 방문객까지 자연스럽게 구장으로 끌어들이는 장치였습니다.
독립 건물 전체를 쓰는 공식 굿즈샵
구장 바로 앞에 자리한 공식 굿즈샵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야구장 부속 매장치고는 이례적으로 별도 독립 건물 전체를 매장으로 쓰고 있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규모에 압도됐습니다.

2층 높이에서 매장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모자·유니폼·키즈 용품·잡화·콜라보 아이템까지 카테고리별로 매대가 촘촘하게 구획되어 있었고, 그 사이를 오가는 손님들의 동선까지 미리 계산해둔 듯한 배치였습니다.
유니폼 한 벌을 사더라도 등번호를 즉석에서 새겨주는 코너가 따로 있었고, 다른 브랜드와 협업한 콜라보 상품 매대만 따로 몇 줄이 이어질 정도였습니다.
국내 구단의 굿즈샵을 오래 운영해온 입장에서 보면, 이 정도 면적과 상품 구성, 운영 인력을 야구장 하나가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습니다.

우승의 순간을 새기는 결제 공간
계산대만 네 곳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 뒤편 벽면을 구단 우승 순간을 담은 대형 사진으로 채워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계산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조차 구단의 역사와 감정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매출이 크게 나는 공간일수록 브랜드 메시지를 가장 진하게 심어놓는다는 원칙을, 이 벽 하나가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제트 풍선 응원 — 일체감을 만드는 장치
응원 방식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라쿠텐 이글스는 이른바 ‘제트 풍선’ 응원으로 유명한데, 창단 20주년을 맞은 2024년에 이 전통을 다시 부활시켰다고 들었습니다.
경기 중 정해진 이닝이 되면 관중 전체가 구단이 판매하는 전용 풍선을 전용 펌프로 부풀려서 한꺼번에 하늘로 날리는데, 입으로 직접 부는 건 안전상의 이유로 금지되어 있다는 세세한 운영 규정까지 있었습니다. 몇만 개의 풍선이 동시에 솟아오르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같은 팀을 응원하고 있다는 감각을 순식간에 공유하게 됐습니다.
국내 구단들도 이런 일체감을 만들기 위해 자체 응원도구를 개발해서 쓰고 있는데, 막상 현장에서 몇만 명이 동시에 같은 동작을 하는 장면을 직접 보니 그 파급력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정리하며
정리해보면, 이 구장에서 배운 건 결국 구장의 경계를 넓게 잡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경기장 내부의 전광판과 펜스만 광고 자산으로 보지 않고 외야 너머 놀이시설과 별도 건물의 굿즈샵까지 마케팅 자산으로 확장했고, 액티비티와 응원 도구로 관중 개개인이 직접 참여하게 만들어서 비 오는 화요일에도 자리를 채우는 힘을 만들어냈습니다.
우리도 경기장 담장 안쪽만 볼 게 아니라, 관중의 동선이 닿는 모든 공간을 콘텐츠와 광고, 수익 자산으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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