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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베이 패커스 NFL 라이벌리 대체 유니폼 공식 홍보 이미지, 가운데는 쿼터백 조던 러브

NFL 그린베이 램보 필드 후기 — 대기자 15만5천 명, 되팔이 계정은 시즌권 갱신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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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운영자가 직접 쓰는 프로스포츠 마케팅 인사이트2026-09-27 · 조회 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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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읽는 시간 약 12분
  1. 팬이 주인인 구단의 숫자
  2. 관중과 티켓 — 되팔이 계정은 갱신 거절
  3. 이름은 안 팔고, 문과 광장은 판다
  4. 상품(MD)과 F&B — 주식 증서가 유니폼이 되다
  5. 중계권과 지역 경제 — 경기 없는 날의 램보 필드
  6.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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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 그린베이 램보 필드 후기 — 대기자 15만5천 명, 되팔이 계정은 시즌권 갱신 거절 — 카드뉴스 1/5 NFL 그린베이 램보 필드 후기 — 대기자 15만5천 명, 되팔이 계정은 시즌권 갱신 거절 — 카드뉴스 2/5 NFL 그린베이 램보 필드 후기 — 대기자 15만5천 명, 되팔이 계정은 시즌권 갱신 거절 — 카드뉴스 3/5 NFL 그린베이 램보 필드 후기 — 대기자 15만5천 명, 되팔이 계정은 시즌권 갱신 거절 — 카드뉴스 4/5 NFL 그린베이 램보 필드 후기 — 대기자 15만5천 명, 되팔이 계정은 시즌권 갱신 거절 — 카드뉴스 5/5

‘다른 구단들에는 우리에게 없는 ATM이 있는 것 같다.’

지난 7월 그린베이 패커스의 에드 폴리시 회장 겸 CEO가 연례 재무 보고 자리에서 꺼낸 말입니다.

숫자만 보면 엄살처럼 들립니다.

패커스는 2026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에 구단 역대 최대인 7억5,3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순이익은 1억3,250만 달러로 전년보다 54.8%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에는 이 구단만의 사정이 깔려 있습니다.

패커스는 NFL에서 유일하게 구단주가 없는 팀, 정확히는 팬 53만여 명이 주식을 나눠 가진 팀입니다.

다른 구단들이 사모펀드에 소수 지분을 팔아 몇 달 만에 목돈을 마련할 때, 패커스에게는 그 문이 처음부터 없습니다.

현지시간 9월 24일 목요일 밤, 패커스는 애틀랜타 팰컨스를 불러 올 시즌 홈 개막전을 치렀습니다.

램보 필드가 문을 연 지 70번째 시즌이기도 했습니다.

개막전을 앞두고 이 구단의 숫자들을 모아 정리해 보니, 현직 마케터로서 흥미로운 대목이 계속 나왔습니다.

돈을 더 벌 수 있는 자리에서 일부러 덜 버는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다시 브랜드 가치로 돌아오는 구조였습니다.

이번 글은 그 선택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팬이 주인인 구단의 숫자

구단 공식 주주 안내 페이지에 적힌 숫자는 주주 538,967명, 주식 약 520만 주입니다.

1923년 비영리 법인으로 출발해 지금까지 1923년, 1935년, 1950년, 1997년, 2011년, 2022년 여섯 차례 주식을 팔았습니다.

가장 최근 공모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주당 300달러에 진행됐고, 모인 돈은 램보 필드 개보수에 들어갔습니다.

이 주식에는 배당이 없고, 시즌권 우선권 같은 혜택도 붙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20만 주 넘게 가질 수 없도록 정관으로 막아 두어, 누군가 주식을 사 모아 구단 경영권을 쥐는 길도 닫혀 있습니다.

투자라기보다는 액자에 넣어 거실에 걸어 두는 소속감의 증서에 가깝습니다.

2017년 1월 촬영한 램보 필드 아트리움 외관, 유리 외벽에 LAMBEAU 글자가 걸려 있다

램보 필드 아트리움 외관, 2017년 1월 촬영. 오른쪽 유리 외벽에 맥주 브랜드 로고와 LAMBEAU 글자가 함께 걸려 있음 · 출처: Wikimedia Commons (Tony Webster, CC BY-SA 2.0)

문제는 이 구조가 자금 조달에서는 약점이 된다는 점입니다.

패커스가 30년 넘게 모은 비상 적립금은 7억100만 달러인데, 폴리시 회장은 다른 구단들이 소수 지분 매각으로 이 정도 금액을 몇 달 만에 마련한다고 짚었습니다.

가치 평가에서도 차이가 보입니다.

경제지 포브스가 9월 9일 발표한 NFL 구단 가치에서 패커스는 86억 달러로 32개 구단 중 20위였습니다.

지난번 다룬 시애틀 시호크스가 올해 96억1,200만 달러에 팔리며 같은 순위표에서 14위에 오른 것과 나란히 놓고 보면, 팬들의 사랑과 시장가치 순위가 꼭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게 보입니다.

그래서 패커스는 벌 수 있는 곳에서는 부지런히 법니다.

전체 매출 가운데 리그가 나눠주는 중계권·스폰서십 등 전국 단위 수입이 4억5,320만 달러, 티켓·스폰서·상품·행사 같은 자체 수입이 2억9,980만 달러였습니다.

2025시즌 정규리그 홈경기가 전년보다 한 경기 적은 8경기였는데도 자체 수입은 1,340만 달러 늘었습니다.

폴리시 회장은 한 지역 방송 인터뷰에서 그 비결을 “티켓, 티셔츠, 핫도그를 파는 직원들의 노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앞으로 자체 수입을 더 적극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도 함께 밝혔습니다.

관중과 티켓 — 되팔이 계정은 갱신 거절

램보 필드는 8만 석이 넘는 대형 구장인데, 1960년대 초부터 시즌권만으로 매진 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즌권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15만5천 명이 넘습니다.

앞서 소개한 시호크스의 대기명단이 1만2천 명 선에서 마감된 것과 비교하면 열 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이렇게 귀한 시즌권이니 되팔면 돈이 됩니다.

패커스가 몇 년째 이어가고 있는 갱신 거절 조치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합니다.

정규시즌 표를 여러 해 동안 100% 되판 계정에는 올해 시즌권 재계약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영업 담당 크레이그 벤젤 부사장은 “되팔 목적으로만 시즌권을 사는 사람은 패커스 시즌권 보유자가 되어선 안 된다”고 못박았습니다.

구단 대변인은 현지 방송에 이렇게 회수한 자리 덕분에 최근 몇 년간 1,000명이 넘는 새 시즌권 보유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십 년을 기다린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운 셈입니다.

가격은 오히려 절제돼 있습니다.

2026시즌 정규시즌 좌석 가격은 남쪽 엔드존 700레벨 143달러부터 20야드 라인 사이 218달러까지로, 전년보다 경기당 4~22달러 올랐습니다.

시범경기 가격은 대략 정규시즌의 절반입니다.

폴리시 회장은 시즌권 보유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평균 티켓 가격을 NFL 전체의 중간 수준에 맞추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수요는 리그 최상위권입니다.

5월 일정 발표 직후 12시간 동안 티켓 거래 플랫폼 시트긱에서 가장 많이 팔린 구단이 패커스였고, 10월 11일 시카고 베어스와의 홈경기는 당시 평균 재판매가가 831달러였습니다.

정가의 몇 배가 붙는 시장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구단은 그 차익을 시즌권 보유자가 챙기는 구조를 막는 쪽을 택했습니다.

2016년 12월 시애틀 시호크스전 당시 램보 필드 관중석 파노라마

2016년 12월 시애틀 시호크스전 당시 램보 필드 관중석 파노라마. 관중이 함께 찍혀 있음 · 출처: Wikimedia Commons (Mtyson84, CC0)

관중석 경험도 이 구단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아래층 관중석은 지금도 등받이 없는 알루미늄 벤치입니다.

현지의 한 직관 후기 블로거는 추운 날 금속 벤치에 앉는 순간 이곳이 오래된 구장이라는 걸 실감한다며, 8만 명이 들어가는 고등학교 경기장 같다고 적었습니다.

여행 후기 사이트에는 10달러를 내고 등받이 방석을 빌리라는 조언이 빠지지 않습니다.

또 다른 원정 팬 블로거는 기업 고객은 위쪽 스위트룸에 따로 있고 아래 관중석은 경기를 보러 온 진짜 팬들로 채워져 있다며, 옆자리 현지 팬들이 먼저 어디서 왔느냐고 말을 걸어왔다고 회상했습니다.

현직 마케터로서 이 대목이 가장 부러웠습니다.

불편한 좌석마저 ‘이곳에 왔다는 증거’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힘은 광고 예산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되팔이를 걸러내는 갱신 거절 조치도 결국 이 관중석 분위기를 지키기 위한 장치로 읽힙니다.

관중석과 관련된 전통도 하나 있습니다.

터치다운을 한 선수가 엔드존 뒤 관중석 벽으로 뛰어올라 팬들 품에 안기는 ‘램보 리프’입니다.

1993년 12월 26일 LA 레이더스전에서 수비수 르로이 버틀러가 펌블을 주워 터치다운을 한 뒤 처음 뛰어올랐는데, 몸이 벽을 다 넘지 못하자 관중들이 끌어당겨 안아 올렸다고 합니다.

선수가 관중석으로 들어가는 세리머니가 30년 넘게 구장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는 점도, 이 구장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름은 안 팔고, 문과 광장은 판다

램보 필드라는 이름은 1965년, 구단 공동 창립자이자 초대 감독인 컬리 램보의 이름을 따 붙였습니다.

개장 당시 이름은 그린베이 시티 스타디움이었습니다.

폴리시 회장은 재무 보고 자리에서 네이밍라이츠(시설에 기업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리) 판매를 수입원으로 검토하겠다고 하면서도, 램보 필드의 이름만큼은 바꾸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며칠 전 다룬 매디슨 스퀘어 가든도 이름을 팔지 않는 구장이었는데, 그쪽이 이름 자체가 거대한 브랜드라 팔 이유가 없는 경우라면 램보 필드는 이름이 곧 창립자이자 구단의 역사라 팔 수 없는 경우에 가깝습니다.

대신 구장 곳곳의 광고 인벤토리(구장 안팎에서 판매 가능한 광고 공간과 권리)는 촘촘하게 팔고 있습니다.

아트리움 정문에는 오랫동안 ‘밀러 라이트 게이트’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고, 관중석 쪽에는 밀러 라이트 덱과 밀러 라이트 라운지 같은 브랜드 공간이 있습니다.

경기 전 테일게이트 공간은 ‘존슨빌 테일게이트 빌리지’라는 소시지 브랜드 이름을 달았습니다.

올해 4월에는 구장 서쪽 복합단지 타이틀타운의 중앙 광장 잔디밭에 지역 의료기관 이름을 붙인 ‘엠플리파이 헬스 필드’가 생겼습니다.

폴리시 회장은 연습시설 이름도 판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상징은 지키고 주변 자산으로 수익을 만드는 방식인데, 구장 이름 하나로 큰 계약을 따내는 것보다 손은 많이 가지만, 팬들의 반발을 살 여지는 그만큼 적은 길입니다.

입구 위에 MILLER LITE GATE 표기와 빈스 롬바디 동상이 보이는 램보 필드 아트리움 정면(2009년 9월)

램보 필드 아트리움 정면. 입구 위에 MILLER LITE GATE 표기와 빈스 롬바디 동상이 보이며, 오가는 팬들이 함께 찍혀 있음(2009년 9월 촬영) · 출처: Wikimedia Commons (CdbgLaurie, CC BY-SA 4.0)

상품(MD)과 F&B — 주식 증서가 유니폼이 되다

올해 상품 쪽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NFL 라이벌리 대체 유니폼입니다.

나이키와 NFL이 지구 라이벌전을 위해 만드는 특별 유니폼인데, 패커스는 그 주제를 ‘팬 소유’로 잡았습니다.

바지와 헬멧에 쓴 설화석고색(옅은 상아색)은 오래된 주식 증서의 누렇게 바랜 종이를, 등번호의 판화 같은 무늬는 지폐 도안을 본뜬 것이라고 구단은 설명합니다.

50만 가구가 넘는 집에 액자로 걸린 주식 증서가 디자인의 출발점이었다는 것입니다.

유니폼은 10월 11일 베어스전에서 처음 공개되고, 관련 상품은 9월 1일부터 프로숍 매장과 온라인에서 팔기 시작했습니다.

구단의 소유 구조를 그대로 상품 스토리로 만든 경우라, 현직 마케터로서는 이 기획서가 어떻게 통과됐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그린베이 패커스 NFL 라이벌리 대체 유니폼 공식 홍보 이미지, 가운데는 쿼터백 조던 러브

그린베이 패커스 NFL 라이벌리 대체 유니폼 공식 홍보 이미지. 가운데는 쿼터백 조던 러브(10번) 출처: packers.com 라이벌리 페이지 캡처

매장 자체도 규모가 큽니다.

한 원정 팬 블로거는 아트리움의 프로숍을 백화점 한 층만 한 크기라고 표현하면서, 사람이 너무 많아 넓은 줄도 모르겠더라고 적었습니다.

아트리움은 명예의 전당과 식당까지 품고 있어 경기가 없는 날에도 문을 여는 관광지 역할을 합니다.

상품 판매는 해외로도 나갑니다.

11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NFL 경기에 맞춰 패커스는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함께 사흘짜리 팝업 매장을 열고, 옥토버페스트 디자인을 입힌 한정 상품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인구 10만 명 남짓한 도시의 구단이 뮌헨 한복판에서 상품을 파는 셈입니다.

먹거리는 철저히 위스콘신식입니다.

브라트부르스트 소시지와 튀긴 치즈 커드가 대표 메뉴이고, 맥주는 위스콘신 지역 양조장 브랜드가 많습니다.

한 스포츠 여행 블로거는 맥주 가격이 NFL 기준으로도 비싼 편이라고 지적했는데, 구장 안에서 지역 브랜드를 파는 구조가 방문객에게 ‘위스콘신에 왔다’는 인상을 남기는 효과는 분명해 보입니다.

램보 필드와 구장 안 모든 매장은 주차장까지 포함해 현금 없는 결제로 운영됩니다.

중계권과 지역 경제 — 경기 없는 날의 램보 필드

패커스 매출의 60%가량은 리그가 중계권 등을 모아 32개 구단에 나눠주는 전국 단위 수입입니다.

올해 재무제표에서는 중계권 성장 외에 특이한 항목도 하나 있었는데, NFL이 자체 방송 채널 NFL 네트워크를 ESPN에 넘기고 받은 ESPN 지분을 32개 구단이 똑같이 나눠 가진 몫이 영업외 수익(경기 운영이라는 본업 밖에서 생긴 이익)으로 잡혔습니다.

이번 홈 개막전도 목요일 밤 경기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 중계됐고, 그린베이 지역에서는 NBC 채널로도 방송됐습니다.

인구가 적은 도시의 구단이 대도시 구단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바로 이 리그 공동 분배 구조입니다.

자체 수입을 늘리려는 노력은 경기가 없는 날 두드러집니다.

지난 5월 컨트리 가수 루크 콤스의 공연은 토요일 하루 51,981명이 들어 단일 가수 공연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고, 전날 금요일 공연 40,559명을 합하면 주말 이틀 동안 92,540명이 구장을 찾았습니다.

램보 필드에서 같은 가수가 이틀 연속 공연한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이달 초에는 내년 2월 20일 위스콘신 대학 남녀 아이스하키 팀이 램보 필드에서 미시간 대학(남자), 오하이오 주립대(여자)와 연달아 경기를 치르는 ‘프로즌 툰드라 페이스오프’가 발표됐습니다.

위스콘신주 관광청이 행사 이름을 사서 후원하고, 램보 필드에서 대학 아이스하키가 열리는 것은 20년 만입니다.

추운 날씨로 유명한 구장의 별명 ‘프로즌 툰드라(얼어붙은 동토)’를 오히려 상품으로 바꾼 셈입니다.

구장 주변도 하나의 상권입니다.

패커스가 주도해 약 3억 달러가 투입된 타이틀타운 단지에는 지난 1년 동안 100만 명 가까운 방문객이 다녀갔고, 구단의 지역 기부·사회공헌 규모는 1,5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00만 달러 늘었습니다.

경기 날에는 구장 길 건너 주택가가 통째로 주차장이 됩니다.

한 원정 팬 블로거는 집주인들이 차고 앞 진입로나 앞마당을 주차 공간으로 빌려주고, 반경 800m 안의 거의 모든 집이 저마다 테일게이트 파티장이 된다고 전했습니다.

구장이 도심 외곽의 섬이 아니라 동네 한가운데에 있어서 생기는 풍경입니다.

하늘에서 본 램보 필드와 주변 주택가(2015년 7월)

하늘에서 본 램보 필드와 주변 주택가, 2015년 7월 촬영(타이틀타운 단지가 2017년 문을 열기 전 모습) · 출처: Wikimedia Commons (relux., CC BY-SA 2.0)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팬이 주주가 되는 구조는 한국에도 있습니다.

대구FC는 창단 과정이던 2002년 말 1차 시민주 공모에서 지역민 3만3,600명이 주식을 청약했습니다.

이후 시민·도민 구단이 여럿 생겼지만, 주주 명부가 구단의 이야기와 상품으로 활발하게 쓰이는 모습은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패커스가 주식 증서를 유니폼 디자인으로 바꾼 것처럼, 시민주를 가진 구단이라면 주주 명단 자체를 구단의 역사 콘텐츠로, 창단 주주 대상 한정 상품으로 풀어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패커스가 주주 전용 상품 코너를 온라인 스토어에 따로 두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티켓 쪽에서는 접근 방식의 차이가 흥미롭습니다.

국내에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입장권 부정판매를 법으로 처벌하기 시작했고, 정부가 처벌 범위를 넓히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법이 암표상을 쫓는 방식입니다.

패커스는 법 이전에 구단과 시즌권 보유자 사이의 계약 단계에서 문제를 걸러냅니다.

재판매 기록을 보고 갱신을 받아주지 않는 것은 구단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고, 대기자에게 자리를 돌려준다는 명분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매진 경기가 많은 국내 구단이라면 시즌권이나 멤버십 약관에 ‘반복 재판매 시 갱신 제한’ 같은 조항을 넣고 그 이유를 팬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한다면, 단속과는 다른 방향에서 관중석 분위기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램보 필드의 숫자를 정리하면서 계속 떠오른 생각은, 이 구단이 가장 크게 파는 상품이 결국 ‘소속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배당도 없는 주식을 50만 명 넘게 사고, 수십 년을 기다려 받은 시즌권을 차가운 금속 벤치에서 쓰는 팬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현지시간 24일 밤 치른 70번째 시즌 첫 홈경기에서 그 벤치가 어떤 함성으로 채워졌을지, 경기 결과와 현장 소식은 따로 챙겨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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