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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어느 J리그 구단의 로스터를 정리하다가, 낯익은 이름 하나가 빠져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2016년부터 2025시즌까지 10시즌 동안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골문을 지켰던 정성룡 선수가 지난해 말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났더군요.
한국 축구팬들에게는 2010년과 2014년 월드컵 대표팀 골키퍼로 익숙한 이름인데, 정작 그가 10년 가까이 몸담았던 구단이 마케팅적으로 어떤 팀인지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구단을 파고들수록, 창단 기업 하나가 70년 가까이 이름은 지운 채로도 곁을 떠나지 않고 있는 특이한 구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관중과 티켓
가와사키 프론탈레는 1955년 후지쯔의 사내 축구팀 “후지쯔 사커클럽”에서 출발해, 1996년 별도 운영법인이 설립되고 1997년 지금의 팀명으로 바뀌면서 J리그 가입을 준비했습니다.
1999년 J2리그에 참가하자마자 초대 챔피언에 올라 곧바로 J1으로 승격했고, 이후 2017·2018년 2연패, 2020·2021년 다시 2연패를 기록하며 J1리그 통산 4회 우승을 쌓았습니다.
여기에 리그컵(2019)과 슈퍼컵(2019), 천황배(2020·2023)까지 더하면 짧은 J리그 역사에 비해 트로피 캐비닛이 꽤 두툼한 편입니다(정성룡 위키피디아, 구단 공식 프로필 참고).
2025시즌 홈경기 평균 관중은 2만2,050명으로 전년보다 소폭 늘었습니다.
J1 18개 구단 가운데 중위권에 해당하지만, J리그 관중 순위를 정리한 매체에서도 안정적으로 상위권 근처를 지키는 구단으로 꼽힙니다.
티켓은 대진·시기·좌석에 따라 실시간으로 값이 바뀌는 다이나믹 프라이싱(수요 변화에 맞춰 요금을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판매되고, 2026/27시즌 안내에 따르면 물가와 운영비 상승을 반영해 기본가도 다시 손질했습니다.
시즌권은 이 변동 요금과 무관하게 고정가로 판매되는 대신, 공식 후원회 회원만 신청할 수 있게 문턱을 걸어둔 점이 눈에 띕니다.
공간 활용과 F&B
홈구장인 도도로키 경기장은 원래 육상 트랙을 두른 종합경기장이라, 관중석과 그라운드 사이에 트랙 폭만큼 거리가 생기는 구조입니다.
직관 후기를 남긴 한 축구 팬 블로거는 2층 좌석에서는 대형 전광판이 잘 보이는 대신 그라운드 자체는 다소 멀게 느껴진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했는데, 마케터로서는 이 “거리감”이 가와사키시가 지금 추진 중인 재정비 사업의 출발점이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가와사키시의 재정비 계획에 따르면 시는 도도로키 경기장에서 육상 트랙을 걷어내고 축구 전용 구장으로 개조해, 공인 정원 2만7,495석 규모를 3만5천 석 안팎까지 늘리는 사업을 진행 중이며 완공 목표는 2029년도 말입니다.
이 공사에는 그라운드와 맞닿는 최전열에 “제로터치석”이라는 새 좌석 구역을 만드는 계획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트랙이 사라진 만큼 그라운드와의 물리적 거리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인데, 앞서 언급한 “멀게 느껴진다”는 관람 후기가 그대로 이번 재정비 사업의 설계 근거가 된 셈이니, 팬들의 체감 후기가 실제 시설 투자로 이어지는 사례로 봐도 좋을 듯합니다.

촬영: Waka77(2015년 3월 14일, 도도로키 경기장 백스탠드에서 메인스탠드 방향)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상품(MD)과 광고 인벤토리
구단 공식 굿즈숍의 이름은 “아주로 네로(AZZURRO NERO)”인데, 2020년 리뉴얼 공지를 보면 매장 콘셉트를 통째로 “오후로(お風呂, 목욕)”로 바꿔버렸습니다.
구단 애칭 “프론타레”의 앞부분이 일본어로 목욕을 뜻하는 “후로”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한 말장난인데, 매장에는 목욕통·목욕의자 모양을 본뜬 굿즈가 진열돼 있고 옆에는 카페 “후로카페(FRO CAFE)”까지 함께 열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구단은 가와사키 시내 대중목욕탕(센토)들과 손잡은 협업 활동도 운영하는데, 하나의 말장난을 굿즈-카페-지역 상권 협업까지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브랜딩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광고 인벤토리 쪽에서는 후지쯔를 필두로 앤커 재팬(전자기기 브랜드), SMBC닛코증권, PwC컨설팅, 중고 맨션 플랫폼 “리노시(RENOSY)”를 운영하는 GA테크놀로지스, 유니폼 공급사 푸마, 식품기업 에바라식품, IT서비스기업 FSAS테크놀로지스까지 8개사가 공식 톱파트너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4년 2월 네이밍라이츠 계약 공지에 따르면 톱파트너인 후지쯔가 홈구장의 네이밍라이츠(시설에 기업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리)까지 사들여, 정식 명칭이 “유밴스 도도로키 스타디움 바이 후지쯔”(약칭 U도도로키)로 바뀌었습니다.
계약기간은 2029년 3월까지이며(단 그 전에 재정비 공사로 경기장 해체가 시작되면 그 전날 계약이 자동 종료됩니다), 계약금액은 비공개입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네이밍라이츠를 산 기업이 구단과 아무 상관 없는 제3자가 아니라, 1955년 이 팀을 만든 뒤 지금까지 최대 후원사 자리를 지켜온 바로 그 후지쯔라는 점입니다.
창단(1955년)부터 네이밍라이츠를 사들인 시점(2024년)까지가 정확히 69년입니다.
사명을 팀 이름에서 뺀 채로도 곁을 지키다가, 이제는 구단이 아니라 시가 소유한 경기장의 이름값에까지 손을 뻗은 셈입니다.

촬영: Dddeco(2007년 7월 7일, 리뉴얼 이전 매장 외관)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중계권과 지역 경제효과
J리그 전체 중계권은 DAZN이 2023년부터 2033년까지 11년간 최대 2,395억엔 규모로 확보하고 있고, 가와사키 프론탈레 경기도 이 계약 안에서 중계됩니다.
구단 자체의 2024회계연도(2024년 2월~2025년 1월) 매출은 84억300만엔으로 J1 전체 2위 수준이었지만, 선수 영입에 13억엔을 투입하면서 6억5천만엔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매출 규모와 성적이 반드시 흑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프로스포츠 구단 재무의 흔한 딜레마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지역 밀착 지표는 오히려 금액보다 순위로 확인하는 편이 더 인상적입니다.
J리그가 매년 발표하는 관중 설문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9년 연속으로 “홈타운 공헌도” 항목 1위를 차지했고, 가와사키시가 매년 뽑는 “10대 뉴스”에도 2014년 이후 구단 관련 소식이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고 있습니다(2018년 J1 우승은 그해 1위).
일본 문부과학성이 의뢰한 학술 조사에서는 도도로키 경기장 관중이 비관중 시민보다 가와사키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이 더 높다는 결과까지 나왔는데,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이런 사회적 가치를 정부 차원에서 정식으로 조사했다는 점 자체가 이 구단의 지역 밀착 마케팅이 오래, 꾸준히 쌓여왔다는 증거로 읽힙니다.
구장만의 상징 — 목욕 말장난과 신년 참배
가와사키 프론탈레에는 목욕 말장난 말고도 챙길 만한 전통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매년 1월, 구단 선수단 전원이 정장을 입고 가와사키다이시(헤이켄지)를 찾아 한 해 무사고와 필승을 기원하는 신년 참배 행사를 갖는데, 가와사키다이시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신년 참배 명소라 이 행사 자체가 지역 뉴스에 곧잘 오르내립니다.
이와는 별개로 홈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도도로키 경기장 안에 “프론타레 신사”라는 작은 분사(分社)가 마련되는데, 지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는 2016년 정월부터 인근 와카미야하치만구 신사의 궁사가 직접 축원을 해주며 생긴 전통이라고 합니다.
축구 클럽이 자체적으로 신사까지 마련해 매 홈경기 승리를 기원한다는 게, 국내 구단 문화에 익숙한 입장에서는 다소 낯설면서도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촬영: Kestrel(2023년 1월 11일, 가와사키다이시 헤이켄지)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KBO/K리그와 비교해보면
국내에도 회사 사내 축구단에서 출발한 프로구단이 있습니다.
울산 HD(옛 현대미포조선 축구단)가 대표적인데, 다만 국내 사례들은 대체로 모기업 이름을 지금도 구단명에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전북 현대모터스, 포항 스틸러스처럼 말이죠.
반면 가와사키 프론탈레는 1997년 팀명 개편 당시 아예 “후지쯔”라는 사명을 지우고 독립 법인 형태의 이름으로 바꿔버렸는데, 정작 후지쯔는 지분 관계를 정리하고 떠난 게 아니라 지금까지도 톱파트너로 남아 있다가 이번에 경기장 네이밍라이츠까지 사들인 겁니다.
사명은 지웠지만 관계는 지우지 않은 셈인데, 이런 “사명은 독립, 관계는 유지” 구조는 국내 구단 지형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경기장 재정비 방식도 비교할 만합니다.
국내 다목적 공공체육시설 상당수가 육상 트랙을 낀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과 달리, 가와사키시는 아예 트랙을 걷어내고 축구 전용 구장으로 개조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나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처럼 국내에서도 야구 쪽은 전용 구장 신축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육상 트랙이 있던 기존 종합경기장을 축구 전용으로 개조하는 사례는 국내 축구단 시설에서는 아직 흔치 않다는 점에서, 도도로키 경기장의 재정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국내 축구단 시설 담당자들도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촬영: yoppy(2017년 4월 13일)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정성룡 선수의 이름을 찾다가 시작한 리서치였는데, 정작 눈에 들어온 건 창단 기업 하나가 70년 가까이 이름은 지우고도 곁을 지켜온 구조, 그리고 그 관계가 결국 경기장 이름값으로까지 이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화려한 우승 트로피나 대형 이적 소식만큼이나, 이런 오래 이어진 관계가 만들어내는 마케팅적 자산도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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